TOD’S 2025 FW 컬렉션
우리의 옷장에 몇 벌의 옷이 있으면 충분할까? 옷을 쉽게 사고 버리는 유행이 지나간 자리, 사람들은 한 번 사서 오래 간직하고 입을 수 있는 진정한 명품을 원하게 되었다.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테오 탐부리니는 이런 시류를 영민하게 읽어내고 있다. 2023년 말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마테오 탐부리니는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2025 FW 시즌 토즈는 파시미나(Pashmina) 소재를 연상케할 정도로 부드러운 질감의 최상급 레더, 이른바 ‘패쉬미(Pashmy)’를 테마로 내세웠다.
쌀쌀한 일요일 저녁, 토즈 2025 FW 컬렉션은 밀라노의 고풍스러운 빌라 네키 캄피글리오(Villa Necchi Campiglio)에서 열렸다. 이곳은 1930년대에 건축가 피에로 포탈루피(Piero Portaluppi)가 만든 빌라로서 밀라노 최초로 개인 수영장을 갖춘 호화로운 개인 거주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지어진 지 약 8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상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수영장 주변에서 음료가 서빙됐고, 빌라 안에서는 장인들이 패쉬미 소재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하며 분위기를 예열했다.
마테오 탐부리니는 2025 FW 토즈 남성복 컬렉션이 ‘이탈리아의 뛰어난 사부아르 페어(savoir faire, 세련된 노하우)에 대한 찬사’라고 정의했다. 영감을 준 것은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 지오 폰티(Gio Ponti) 같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들. 마테오 탐부리니의 작업실에 걸린 무드 보드에는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디자인한 아톨로 램프(Atollo lamp), 지오 폰티의 대표작인 수페르레게라 체어(Superleggera chair) 사진 수십 장이 붙어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가치 있는 이들의 작품처럼 토즈의 2025 FW 스타일은 오래 함께 할만한 클래식으로 구성됐다. 부드럽고 가볍게 가공한 나파 가죽과 최상급 스웨이드 소재로 만든 보머 재킷과 셔츠재킷은 왜 이탈리아 남성이 그토록 멋졌는데 비밀을 풀어주는 듯했다. 심플한 디자인은 샌드, 번트 시에나, 타바코까지 매력적인 브라운 계열의 컬러 팔레트 속에서 빛이 났다.
액세서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부아르 페어였다. 토즈의 상징적인 고미노(Gommino) 로퍼는 파인 스웨이드, 나파, 핸드브러시 가죽 소재 등으로 선보였고, 앵클부츠와 데저트 부츠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토즈의 또 하나의 핵심 아이템인 디 백 폴리오(Di Bag Folio)는 오버사이즈로서 사무실은 물론 헬스장, 비행기를 딸 때까지 다채로운 쓰임새를 상상하게 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스타일, 독보적인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 최고급 소재를 향한 탐구의 여정까지 모두 충실히 전달한 완벽한 스토리텔링이었다.
- 사진
- Courtesy of T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