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로 정체를 드러내는 데서 시작해 피의 게임을 즐기다가, 다시 가면을 쓴 자아로 돌아가는 이야기.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이병헌이라는 줄기로 이해하면 개요는 그렇게 된다. 우리가 본 그 이야기 속 남자는 이병헌이 복잡미묘한 미션을 끝없는 의문으로 돌파한 결과였다.
<W Korea> 요즘 영화 <어쩔수가없다> 막바지 촬영 중이시죠? 박찬욱 감독과는 <쓰리, 몬스터> 이후 아주 오랜만에 작업하는거네요.
이 병 헌 20년 만이죠. 그 세월이 무색할 만큼 쿵짝이 잘 맞아요.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거든요.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와요. 제 분량이 많아서 몸은 너무 피곤한데, 정신적으로는 아주 흡족한 상태로 찍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보다 더 재밌고 풍요롭게 만들어갔어요.
저희는 몇 개월 전부터 이병헌 씨의 일정에 간접적으로 동행한 느낌이 들거든요. 영화 작업이 소중하게 지켜지길 바랐어요.
지난 한여름부터 2024년 12월 스케줄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밀려올 것 같더라고요. ‘이때 내가 과연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싶어서. 하필 촬영 기간 중 가장 추운 시점에 가장 힘든 촬영이 포진해 있었죠. 강원도 인제 산속에서 8일 정도를 보냈는데, 밤 신이라 밤을 새우고서 다음날 DDP에서 하는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와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갔어요. 그다음 날엔 LA로 떠나야 했고요. 열흘만에 다시 <어쩔수가없다> 촬영장으로 갈 때는 내가 꿈을 꾸었나 싶게 멍하더라고요.
아주 화려한 꿈이었겠어요.
화려했죠. 어처구니가 없는 게, LA로 출국하려고 공항에 딱 도착해서 보니 제가 여권을 안 가지고 온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하루 뒤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현지에서 약속된 중요한 초반 일정에 빠지는 거라 안 된대요. 결국 2시간쯤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저 혼자 타고 갔어요.
이럴 수가, 지금 꿈 이야기 하는 거 아니죠? 관계자 중에서 여권 빠뜨린 이병헌을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 같아요.
나 스스로 많이 혼냈어요. 그 화가 이틀 정도는 가더라고요. 원래 뒤끝 있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할리우드에서 이미 영화 여러 편을 작업한 배우에게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영어 실력이 더욱 능숙해진 인상입니다. 영어로 간단한 말을 하고 대사를 외우는 것과 인터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간 영어로 인터뷰할 때마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어요. 카메라와 조명 세팅이 된 아주 협소한 방에서, 딱 몇 분 정도씩만 하는 인터뷰를 계속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자리에선 레드카펫 인터뷰와 달리 깊은 질문을 받곤 해요. <매그니피센트 7> 프로모션 때는 영화에서 단짝으로 나온 에단 호크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제가 미리 부탁했어요. ‘만약 내가 답해야 하는데 질문을 잘 못 알아들었으면, 너를 한 번 쳐다보거나 이렇게 쓱 터치해서 신호 줄 테니 네가 나도 알아듣게 좀 얘기를 해봐, 그럼 중간에 끼어들게.’ 그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면 제가 에단 호크를 이렇게 슬쩍 쳐다보는 순간이 있어요.
에단 호크와 이병헌은 그런 사이군요. 그만큼 합이 잘 맞았나 봅니다.
아주 좋은 친구예요, 나랑 동갑이고. 그때만 해도 저는 통역을 대동해도 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줄 알았죠. 이번에는 통역이 있었거든요. 세상에, 외국에서 인터뷰하는 게 이렇게 편한 일이었나 싶더라고요. 캐주얼한 자리에선 영어로 답하기도 했어요. 사실 지금도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냥 하는 거죠. ‘이런 뜻 아니었을까?’ 하면서. 예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당신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 한마디 뱉는 걸 왜 창피해했는지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이면 당연히 못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을.
LA와 뉴욕 공식 일정 외에 좀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도 있었나요?
딱히 여유가 없었는데,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잘 아는 사람이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 라운지를 빌려 썼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이층집 같은 곳이죠. 거기서 감독님과 배우들, 넷플릭스 사람들과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작은 파티를 했어요. 정재 씨 생일이 며칠 안 남은 날이어서 생일 파티 겸.
‘어릴 적 하던 놀이’라고 하면 세대뿐 아니라 동네에 따라 다르기도 하잖아요. 같은 놀이를 두고 지역마다 지칭하는 게 다르기도 하고요. ‘오징어 게임’이라는 걸 실제로 좀 해보셨어요?
친구들은 많이 하고 놀았는데, 나는 사실 그렇게 안 했어요. 밀고 당기고, 사람을 잡아끌어 선 밖으로 아웃시키고, 안 끌려 나가려고 최대한 버티고. 힘으로 하는 놀이였죠.
댁에서 팽이 돌리기 연습을 하셨다죠. 지금 초등학생인 아드님이 팽이를 알던가요?
아들이 되게 신기해했어요. 유명한 애니메이션도 있고 해서 팽이는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알던 팽이와는 다르거든요.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건 단추만 누르면 알아서 회전하는 희한한 팽이에요. 아무튼 집에서 시간 나면 팽이를 돌려봤죠. 끈을 감는게 힘들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아주 힘을 꽉 주면서 단단하게 감다가 어느 시점엔 힘을 풀어줘야 해요. 그 조절이 포인트입니다. 안 그러면 자꾸 끈이 풀려서 돌리지도 못해요.
용궁 선녀(채국희 배우)가 손을 덜덜 떨면서 팽이끈을 감다가 그런 상황이 되었죠. 이번 기회에 아드님에게 오리지널 팽이를 소개하셨겠네요.
따져보면 더 앞 세대가 가지고 놀던 나무 팽이도 있잖아요. 왜 둥근 감처럼 생겨서는 색색 장식이 들어가 있는 거요. 그걸 얼음판 위에 올려놓고 막 채찍질해서 빨리 돌게… 그거 모르세요? 모르시는구나. 조선시대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시즌 2는 공개 전 미리 정주행으로 보셨나요?
네. 사실 걱정했어요. 나는 드라마를 한 번에 쭉 본 적이 없거든요. 드라마를 7시간 이상 연속으로 본다? 그게 나에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는데, 내가 나오니까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배우는 아무래도 이야기에 100퍼센트 빠져들면서 보긴 힘들어요. 저때 고생스러웠지, 저 때는 또 어땠지, 편집이 정말 잘되었네, 그런 생각이 들죠. 자기 연기의 아쉬운 점도 계속 보이고요.
현장에서의 느낌과 최종 결과물로 확인할 때의 소감이 꽤 다른 경우가 있죠?
감독님 의견 따르길 잘했다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우선 ‘황인호’라는 인물을 생각하면, 그는 그 게임을 처음 만나기 전부터 삶의 무게 탓에 죽지 못해 살았을 겁니다. 게임에 참가하길 선택한 후엔 보통의 인간이 겪기 힘든 일을 겪은 끝에 최종 우승자로 살아 남았겠죠.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있겠어요. 참혹상을 겪은 그라면 눈빛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죽어 있는 듯한, 무감각한 상태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게임장에 잠입해서 ‘오영일’로서 연기를 한다고 해도,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그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지 못할 거라고 여겼죠. 내가 황인호라면 그럴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어느 정도 표현이 되어야 재밌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황인호도 순간순간에는 그 게임들을 즐기지 않을까요?’라면서.
5인 6각 게임을 할 때, 단체 응원 분위기 속에서 환호하던 오영일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를테면 그런 장면을 말하나요?
그렇게 환호도 하고, O, X로 편이 갈리는 상황에서 기쁜 척 혹은 두려운 척도 하고. 그런 점들을 좀 더 드러냈죠. 애초 내가 생각한 수준보다 표현을 더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작품으로 볼 때는 감독님 말처럼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게임의 부역자인 프런트맨, 게임 참가자로서의 이름인 오영일, 그리고 원래 자신인 황인호. 그 세 가지 캐릭터가 배우 한 몸에 뒤섞여 있습니다. 표현의 문제도 그 복합성 때문에 생기는 거겠죠. 오직 그 인물을 수행하는 배우만 알고 느끼는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희로애락의 감정을 얼마나 보여줄지가 저에게 가장 큰 산이었다면, 그 정도가 결정된 후에는 이제 세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조율해서 보여줄지도 생각해야 했죠. 한마디로 비중의 문제였어요. 오영일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어느 때는 프런트맨의 기운이 쓱 지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해야 한다거나, 또 어느 때는 영일로서만 집중한다거나. 매 장면마다 감독님과 끊임없이 상의했어요. ‘여기선 얼마나 보여줄까요?’ ‘순간적으로만 지나가게 할까요?’ ‘이 장면에서는 그래도 인호의 파괴된 내면이 좀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요?’ 등등 질문을 많이 했죠.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을까요?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면서 정배(이서환 배우)와 방에 들어갔다가 누군가를 죽일 때요. 네, 찍으면서 힘들었어요. 오영일, 황인호, 프런트맨이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느낌이 자꾸 들었어요.
감독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기로 영화계에서 유명한 배우시죠. 디테일한 질문을 할 때 황동혁 감독이 사실 난감해한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네. 난감해하셨어요(웃음). ‘글쎄요’라는 대답을 가장 자주 들은것 같지만, 그 말 후에 ‘이렇지 않을까요’라고 말해주시는 것들이 저에겐 도움이 됐고요. 주인공급 인물이 그렇게 많은 작품인데 사방에서 하는 질문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아무리 연출자여도 ‘내가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싶을 때가 적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나는 시즌 1 때부터 워낙 질문을 많이 해서(웃음).
카메오로 출연할 때도요? 카메오는 출연 분량이 적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정보와 단서가 부족해 납득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듯합니다.
당시의 질문들이 결과적으로 시즌 2를 만드는 데 도구로써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뭘 모르고 연기할 수는 없으니까.
시즌 2에선 오영일이 성기훈(이정재 배우)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습니다. ‘와이프가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임신한 걸 알게 되었다’ 같은 고백이죠. 그 장면에서의 표정이나 내용은 프런트맨이 되기 전 황인호라는 사람의 것이 맞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때는 정말 인호로서 연기한 거예요. 다른 사실이 있다면, 와이프도 아이도 이젠 세상에 없다는 점이죠.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서 이병헌과 이정재는 대척점에 선 관계입니다. 프런트맨은 시스템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고, 성기훈은 그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사람이죠. 신념과 신념의 대결이기도 해요. 프런트맨의 신념과 충성심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아이러니하지만, 프런트맨을 그 자리에 계속 있게 만드는 힘은 ‘무력감’일 것 같아요. 인간이나 세상에 대한 희망이 손톱만큼도 없는 인물. 인간의 본성이 추악함이라고 믿게 된 케이스죠. 비관적이고 시니컬하게, ‘결국 어떻게 되는지 당신들도 보아라.’ 그시스템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게 아닐 거예요. 바깥세상에 나가기도 싫고, 나갈 수도 없는 거죠.
희망을 잃은 황폐한 인간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한 의도로 달라질 수 없다’고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거나 설득하고 싶었다면, 그 점 역시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인간적으로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죠. 게임이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프런트맨이 오영일로 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어쩌면 애초 큰 계획에는 없었던 일일지도 몰라요. 이건 내 상상입니다. 그는 기훈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아요. ‘저 친구도 나름 사연이 있었지. 나처럼 우승도 했지. 그런데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요. 기훈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면 좀 거창하고, 제대로 깨닫게끔 하고 싶었을 거예요. 게다가 게임을 망치려고 하는 기훈의 강한 의지를 알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거고요.
황동혁 감독과는 예전에 영화 <남한산성>(2017)을 작업한 인연이 있으시죠. 그는 어떤 감독입니까?
<남한산성>을 찍으면서 다른 감독님들과 가장 차별화된다고 느낀 점은 그날 계획해둔 것보다 늘 촬영을 일찍 끝낸다는 거예요. <오징어 게임> 시리즈야 워낙 방대하고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제 시각에 끝나곤 했죠.
규모나 현장 환경으로 치면 <남한산성>도 어려운 과정이었을 텐데 신기하네요. 테이크를 굳이 여러 번 가질 않나요?
그렇기도 하고, ‘혹시 모르니까 이렇게도 한 번 더’ 같은 게 없어요. 편집점까지 다 머릿속으로 그려두는 걸까 싶을 정도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죠.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을 앞두고 감독님과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셨나요?
언젠가 시즌 1을 마친 후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을 때는 드라마 작업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고, 자신은 앞으로 또 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살면서 그렇게 힘든 경험은 처음이었대요. 그때만 해도 사실 ‘시즌 1’이라고 부를 일도 아니었죠. 그냥 그렇게 끝나는 작품이었으니까. 시즌 2 제작이 결정된 후 제가 제주도에 머물며 촬영하는 시기에 찾아오셔서 또 만났어요. 방에서 같이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죠.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을 때지만, 그때만 해도 저는 이야기가 과거 시점으로 돌아갈 줄 알았어요.
성기훈보다 먼저 피의 게임을 겪은 황인호가 프런트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같은 거요?
네. 그런데 웬걸? 시즌 2도 현재 진행형이잖아요. 대본을 받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황동혁 감독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그 전과 후를 미리 생각하면서 쓴 것도 아닌 작품의 다음 시즌을, 이렇게 재밌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6개월 정도 만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영리한 장치도 꽤 있고요.
예를 들면요?
시즌 1에서는 ‘오일남’이 동네에서 마주칠 것 같은 할아버지로 재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그가 게임의 우두머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놀라움을 주잖아요. 시즌 2에서는 처음부터 드러내고 시작해요. 전 시즌의 형태를 뒤집은 거죠. 프런트맨이 게임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와 시청자만 알게 하는 선택이 기발했어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영리한 아이디어가 보여요.
이병헌 씨는 저희 유튜브 촬영 때 공기 미션을 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참 열심히 하더군요. 카메라 앞에 ‘이병헌’으로 서면, 뭘 하든 대충 하는 법이 없는 분이죠. 시청자와 관객은 늘 결과물을접하는 입장입니다. 배우로서 당신에겐 어떤 두려움이 있나요? 얄밉도록 능숙하게 잘 해내는 배우라면, 우리는 그가 뒤에서 분투하는 시간을 상상하기 힘들거든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이제는 별 고민 없이 쉽고 편하게 연기하지 않냐’는 거예요. 완전히 오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하니, 그만큼 더 많은 감정의 레이어도 알게 돼요. 그러면 연기할 때 그 어떤 것 하나도 단순하게 할 수가 없어요. 이런 감정과 저런 감정이 있는데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고민의 종류는 신인 시절과 달라졌을지 몰라도, 작품을 대하는 긴장감과 무게감의 양은 여전한 것 같아요. 이병헌 개인이라기보다 영화인으로서는 ‘언젠가 내가 알던 영화가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조금 들어요. 어린 친구들에겐 작품을 몇 분짜리 클립으로 보거나 숏폼을 즐기는 문화가 익숙해졌잖아요. 영화와 극장은 시간이 흘러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이전과 같은 문화로는 아닐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없진 않아요.
그럼 이제는 어떤 고민이 드는 시기인가요?
‘평생’이라는 말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죠. 과거엔 ‘내 평생 살다보면 이런 작품도, 저런 작품도 하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생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결국 드는 생각은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를 ‘백년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100년 전의 것도 찾아보게 만드는 게 영화라는 콘텐츠의 힘이에요. 작품 한 편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얼마나 간과 공을 들이는지 떠올리면, 이제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전보다 심사숙고하게 되더라고요.
작품이 없는 기간에는 뭘 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 게 큰 즐거움인가요?
집 안의 홈시어터 공간에 머무는 걸 좋아해요. 극장처럼 깜깜한 공간이에요. 굳이 영화를 안 볼 때도 그냥 거기 자주 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 2도 물론 거기서 봤고요.
<Squid Game> Season 2 starts as Lee Byung-hun reveals his unmasked identity, enjoys the game of blood, and returns to his masked identity. That’s overview of Season 2 in the side of Lee Byung-hun. He acted the masked man in Season 2 by navigating the complex missions through endless questions.
<W Korea> You’re currently wrapping up the film, <No Other Choice>. It’s been a long time since you’ve worked with director Park Chan-wook, since <Three…Extremes>.
Lee Byung-hun It’s been 20 years. Still, we work seamlessly together regardless of time gap. The atmosphere on set is wonderful, and we continuously come up with creative ideas. Although my role is busy and physically exhausting, I’m mentally fulfilled. The actual scenes got even richer and more exciting than the scenario.
It feels like we’ve been accompanying your schedules for several months. We wanted to make sure the film was kept confidential.
Since the last summer, I had a symptom of panic disorder whenever I looked at my schedules for December 2024. I wondered whether I’d be able to get through it all without collapsing. Some of the most demanding scenes were scheduled during the coldest months. We spent about 8 days in the mountains of Inje, Gangwon-do. After finishing night shoots, I had to stay up all night and attend the world premier event and production press conference scheduled at DDP. Next day, I had to fly to Los Angeles. On my way to set for < No Other Choice> after 10 days felt surreal as if I were dreaming.
That sounds like a dazzling dream.
It was dazzling. I was speechless when I arrived at the airport to fly to Los Angeles and realized that I had forgotten my passport. I tried to reschedule my flight to next day, but I was told that I cannot miss the important event scheduled in Los Angeles. I ended up catching a flight that departed to Los Angeles 2 hours later, and I had to fly alone.
Oh my god. We’re not talking about a dream, are we? I can’t imagine anyone scolding you for forgetting a passport.
I scolded myself. The frustration lasted for 2 days. I’m not usually someone who dwells on things, but I couldn’t help but think I was being so foolish.
This may sound strange for an actor who has already starred on several Hollywood films, but your English has become more fluent. Having interviews in English is completely different compared to delivering and memorizing lines, isn’t it?
Every time I’ve done English interviews, my palms were wet with sweat. There were times I had interviews that lasted a few minutes in a small room with cameras and lighting. The interview questions get much deeper compared to the interview questions I get on red carpets. In <The Magnificent Seven> promotion, I had interviews with Ethan Hawke, who was my partner in the film. Before I had interviews, I told him, “If I don’t understand a question that I have to answer, I will glance at you or touch your arms as a signal. You answer the questions so that I can understand them and intervene in the middle.” In some of the interview clips, you can see me glancing at him like this.”
It sounds like you and Ethan Hawke had great chemistry.
We became good friends, and we’re the same age. Back then, I didn’t know I could bring an interpreter to interviews. I thought I had to do it myself. This time, I accompanied an interpreter, and I felt so comfortable during the interview. In casual occasions, I even answered in English. Actually, I often don’t understand what others are saying, but I just guess what he or she could have meant. When I went to the United States for the first time, I was too embarrassed to say, “I could not understand your question” even though it is natural for a foreigner.
Did you have any downtime in Los Angeles or New York to meet people casually?
Not much, but I did rent a lounge of Microsoft since I had a close friend in Microsoft. It was a huge, two-story space, and I invited the director, actors, Netflix team, and all staff for a small party. We also celebrated Lee Jung-jae’s birthday since it was few days away.
“Childhood games” are often different by generations and neighborhoods. The names of games also differ by regions. Have you actually played the “squid game” as a child?
My friends played it a lot, but I didn’t join them that much. It was a physical game where you push and pull others out of the lines, and you try your best to keep your place without getting dragged out.
I heard that you practiced spinning tops at home. Your son is in an elementary school, and does he recognize tops?
He found them fascinating. He knows tops thanks to a famous cartoon on tops. However, those are different from the tops we used to know. The spinning tops that kids play have a button where you can press it to spin them automatically. Anyway, I tried to spin tops whenever I had time at home. I found it hard to wind the string around tops. You have to start from winding it tightly and loosening it at some point. That’s the key point in spinning tops. Otherwise, the string keeps unwinding and you can’t spin tops.
That’s what happened to Seon-nyeo (by Chae Kook-hee) as she was winding the string with shaking hands. Did you take this opportunity to introduce original spinning tops to your son?
In fact, older generations used to play with wooden spinning tops that looks like a round persimmon with colorful decorations. You put them on an ice sheet and whip them to make them spin faster… You don’t know them? You don’t? I’m not talking about the Joseon Dynasty.
Did you binge-watch Season 2 before its release?
Yes, I was actually worried. I’ve never binge-watched a drama series before. I doubted whether it would be possible for me to watch dramas over 7 hours in one sitting. But I ended up binge-watching them because I was in them (laughs). As an actor, it’s hard to get fully immersed in the story. I get to think, ‘That was an especially tough scene’ and ‘I love how that scene is edited.” I also keep finding scenes that I could have done better.
The feeling on set and the final result often differs, don’t they?
There were moments where I thought, “I’m glad that I followed what director told me.” In Squid Game, Hwang In-ho was a living death due to burden of life even before entering the game. After choosing to participate in the game, he would have endured disasters that most people could never imagine and ultimately becoming the final winner. Since he went through the massive trauma, I thought he must have turned insensitive as if he were a dead person. When he sneaked into the game as “Oh Young-il,” I thought he couldn’t fully express his emotions. If I were In-ho, I would feel the same. However, the director told me to express more emotions and commented that, “Maybe, In-ho might find himself enjoying the games at some point.”
I remember the scene where Oh Young-il cheered during the six legs game. Is that what you mean?
Exactly. I expressed emotions by cheering and pretending to be excited scared in situations like the OX game. I expressed emotions more than I originally thought I would. As I watched the full episodes, expressing emotions did make Squid Game more entertaining to watch.
Front Man is the traitor in the game. Oh Young-il is the name as a game participant. Hwang In-ho is the original himself. These 3 characters are all intertwined inside the same actor. That’s why expression of the character get more complicated. I believe that only the actor playing that role truly understands and feels the difficulties.
The level of revealing the emotions of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was the biggest challenge for me. Once I decided the emotional level, I had to think how to adjust the proportion of three characters. For example, I dressed up as Oh Young-il but had to show the aura of Front Man. In some scenes, I had to fully immerse into the game as Oh Young-il. I constantly discussed each scene with the director. I frequently asked questions, such as “how much should I reveal emotions here?” “Should I reveal just a glimpse?” “Wouldn’t it better to reveal the destroyed inner self of In-ho?”
What was the most challenging scene to act in?
The scene where I enter a room with Jung-bae (by Lee Seo-hwan) and kill the players in Mingle Game. It was a tough scene for me because I constantly felt constant overlapping of Oh Young-il, Hwang In-ho, and Front Man.
You are famous in the film industry for asking a lot of questions to directors. Director Hwang must have been quite taken back for your detailed questions.
Yes, he was taken aback (laughs). He answered back “Well…” most of the time, but he shared his ideas in the end. These ideas helped me a lot. There are so many characters with leading roles in Squid Game, and there must have been countless questions coming from different actors. There also must have been moments when he thought, ‘I hadn’t considered that…’ even if he is the director. Anyway, I asked him the questions most since Season 1 (laughs).
Did you ask a lot of questions even you were a cameo? Since a cameo gets fewer scenes, you would have asked questions to make up for lacking information and clues.
I think the questions I asked back then ultimately became as tools for producing Season 2. I couldn’t help it. You can’t act when you don’t know it.
In Season 2, there’s a scene where Oh Young-il confesses his story to Seong Gi-hun (by Lee Jung-jae). He confesses that his wife needed a liver transplant and later found out that she was pregnant. I was curious if the expression and content in that scene were genuinely those of Hwang In-ho before he became Front Man.
In that scene, I acted as In-ho. But the truth is that both his wife and child no longer exist.
In <Squid Game> series, Lee Byung-hun and Lee Jung-jae stand in opposition. Front Man has to uphold the system while while Seong Gi-hun tries to overthrow the system. It’s also a clash of beliefs. Where does the conviction and royalty of Front Man come from?
Ironically, I think the power that keeps Front Man in that position is feeling of helplessness. He is a character who has no hope in humanity or the world. He believes that human nature is born to be evil. He throws a message, “you will see what eventually happens” in a pessimistic and cynical manner. It’s not that he wants to be in that system. He doesn’t want to go outside world, and he cannot go outside world.
I find it ironic for a hopeless and desolate person to teach or persuade someone that “The world cannot change with good intentions even though you believe so.” He feels humane in a sense that he has own wills.
But there is a reason for it. The game must continue. Front Man participated in the game as Oh Young-il, and it may not have been a part of his initial plan. This is my imagination. Front Man seems to project himself onto Gi-hun. For example, Front Man might think, “That guy also had his own story. He has also won the game, but he has wrong conviction.” He wanted to teach Gi-hun some lessons and realize the true reality. He also couldn’t just sit when he found out that Gi-hun was strongly determined to ruin the game.
You have previously worked with Director Hwang Dong-hyuk on the film <The Fortress> (2017). What kind of director is he?
While filming <The Fortress>, I noticed that he is different from other directors for finishing the shoots earlier than originally planned. Since <Squid Game> series was so vast and had many things to consider, the shoots often ended right on time.
Considering the scale and the environment of the set, <The Fortress> must have been a challenging process as well. Does he ever shoot multiple takes?
He doesn’t. He also doesn’t retake scenes just in case. It seems like he already decided all the editing points in his mind. That’s why all actors and staff love him.
Did you talk with the director about Squid Game before the production of <Squid Game> Season 2?
We met and had a meal together after finishing Season 1, and he told me that he admires drama directors and that he won’t work on drama series again. He commented that it was the toughest experience in his life. At that time, we didn’t call it the end of Season 1 because it was just a project that supposed to end like that. After production of Season 2 was decided, he came to visit me while I was shooting in Jeju Island. We drank together and talked about Squid Game. Even though nothing was firmly decided at that time, I thought the scenario would go back to a past timeline.
Like the story of how Hwang In-ho went through the bloody game before Seong Gi-hun and later became Front Man?
Yes. When I first read the scenario, I was surprised to find out that Season 2 focused on the present. I also thought that Director Hwang is an amazing storyteller. I can’t imagine how he created such interesting episodes in 6 months for the next season of Squid Game that was originally planned to end without Season 2. There were also quite a few clever ideas.
For example?
In Season 1, Oh Il-nam surprises us by revealing at the end that he was the leader of the game after pretending to be an elderly man that you might encounter in the neighborhood. Season 2 starts by revealing Front Man from the beginning. It twists the format of the previous season. Only Front Man himself and viewers knew that Front Man joined the game, which was a brilliant idea. There were also other clever ideas.
When we filmed our YouTube clip, you worked so hard to complete in the Gonggi stone mission. When you stand in front of the camera as “Lee Byung-hun,” you always try your best. The viewers and audiences watch your final output. As an actor, what fears do you have? Since you seem to be smoothly melt into every role, it’s hard for us to imagine you struggling behind the scene.
Do you know what I hear the most? People say I seem to act so comfortably without worries. They all got me wrong. As I grow older and gain more experience, I get to know more layers of emotions. As a result, I can’t express any of those emotions too simple in acting. I worry about whether I can truly deliver different emotions of each character.
The type of worries may have changed from my early years, but the tension and weight I feel remain the same. As a person involved in film industry, I also have a fear that films I know might disappear someday. Young generations are now more used to watch clips and short forms that are minutes long. The films and theaters may exist in the future but I’m afraid that the culture might not be the same as before.
So, what kind of concerns do you have now?
The term “lifetime” feels like a long time. In the past, I thought I’d be featured on different works throughout my lifetime. But now, I’ve come to realize that a lifetime isn’t that long. What I eventually realized is the importance of works that last for a long time. Films are often called “art of a hundred years.” The films have power to make people want to search out films from a hundred years ago. Considering the vast time and effort invested in a single work, I’ve become more careful when choosing the works.
What do you enjoy doing during the periods when you don’t have any works?
I enjoy staying in the home theater space in my house. It’s a dark room like a theater. I often stay there even when I’m not watching a film. Of course, I watched <Squid Game> Season 2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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