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에저튼 / <더 기프트>
클린트 이스트우드부터 조지 클루니까지, 감독으로서의 역량까지 인정받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록에 조엘 에저튼이 합류할 눈치다. 그의 연출 데뷔작 <더 기프트>는 지난여름 북미에서 개봉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유산한 아내와 함께 교외로 이사한 사이먼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고든과 마주친다. 과도한 호의를 보이며 접근한 그는 점점 불안한 위협이 되어간다. 그리고 사이먼과 고든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제이슨 베이트먼과 레베카 홀이 에저튼과 함께 긴장감이 팽팽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샘 멘데스 / <007 스펙터>
약 10년 전 <007 카지노 로얄>로 리부트될 때만 해도 이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호사스러워질 줄은 몰랐다. <스카이폴>에 이어 또 한번 샘 멘데스가 <스펙터>의 연출을 맡았으며, 제작비는 3억 달러 이상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CG가 아닌 실제 스턴트로 완성한 대규모 액션 신들은 스튜디오로 하여금 거금을 투자한 보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비밀 조직 스펙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본드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드러난다는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의 전부다. 모니카 벨루치와 레아 세이두가 얼마나 입체적인 본드 걸 캐릭터를 보여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
기예르모 델 토로 / <크림슨 피크>
끔찍한 비극으로 가족을 잃은 작가 이디스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토마스의 청혼을 받아들여 유령처럼 자신을 쫓는 과거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남편과 그의 누이가 어릴 때부터 지내온 크림슨 피크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려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음산한 저택이야말로 수많은 유령이 붙들려 있는 곳임을 깨닫게 된다. <퍼시픽림>보다 <크로노스>나 <판의 미로>를 더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기예르모 델 토로가 고딕 호러로 귀환하는 게 꽤나 반갑겠다.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톰 히들스턴, 제시카 차스테인의 캐스팅 역시 우아하게 섬뜩한 세계와 근사하게 어울린다.
자크 오디아르 / <디판>
남자와 여자, 그리고 소녀가 내전 중인 자국을 탈출해 낯선 파리까지 흘러간다. 망명을 원하는 셋은 한 가족인 것처럼 위장을 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런데 조금씩 관계가 쌓여갈 무렵 뜻밖의 위기가 닥친다. 이들이 정착한 곳이 프랑스 갱단이 점거한 무법지대였던 것.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디판>에서 자크 오디아르는 유럽의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한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았던 감독의 힘 있는 연출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