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윙즈 컬렉션과 함께한 실리카겔 인터뷰

장진영

실리카겔과 조던이 ‘통하는’ 지점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경험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이클 조던의 어록입니다. 실리카겔은 조던 패밀리의 일원이 된 순간을 담은 이 인터뷰에서 ‘실패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팀 덕분에 실패 확률이 적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조던 브랜드와 실리카겔의 패밀리십은 이렇게 작은 공통점에서 시작됩니다. ‘No Pain’의 성공 이후, 안주할 생각 없이 바쁘게 달려온 실리카겔은 2023년의 마지막을 정규 앨범으로 장식하며, 2024년을 선택과 집중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리카겔의 생각은 한층 더 성숙해졌죠. 자신들의 재미와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움직였던 실리카겔은 이제 ‘다음 턴’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한국 음악 신(Scene)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자신이 속한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실리카겔처럼, 누군가의 꿈을 이끌어준 마이클 조던처럼, 스포츠를 넘어 문화 그 자체가 된 에어 조던처럼.

멤버들이 착용한 반지, 건재가 입은 블랙 후디와 한주가 입은 트랙 재킷, 춘추가 입은 버튼 다운 셔츠와 웅희가 입은 판초는 모두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스니커즈는 모두 에어 조던 1 로우 제품.

지난 인터뷰에서 2023년은 참 ‘하드’한 해였다고 말했었죠. 2024년은 어땠어요?

최웅희 스케줄의 양만 보면 작년이 더 힘들었던 것 같긴 해요.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더 했던 것 같아요. 작년엔 뭐든지 놓치지 않고 다 잘하고 싶었다면, 올해는 말 그대로 몇 개 놓치더라도 잡은 것에 제대로 집중하기로 한 거죠. 내년을 더 똑똑하게 보내기 위해 머리를 쓴 한 해입니다.

프리미엄 코튼 소재의 버튼 다운 셔츠와 스니커즈는 모두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그 ‘선택과 집중’ 중 하나가 지난 10월 4일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공개한 새로운 사운드 시스템이었겠죠. 공연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소리의 입체감이 뚜렷해졌다’고 답하더라고요.

김한주 사실 전 작년에도 매우 힘들었지만, 올해가 더 힘들었어요.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값비싼 장비를 사용하고, 그 장비들이 스피커까지 도달할 수 있게끔 건강하고 좋은 길을 설계하는 거예요. 결과가 어땠는지는 멤버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만족스러운 세팅을 한 것 같아 속이 시원합니다.

마이클 조던의 이미지가 그려진 포토 스웨터는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스니커즈는 에어 조던 1 제품.

멤버들에게 지금 물어보죠. 어땠어요?

김춘추 너무 좋았죠. 라이브는 실리카겔의 오랜 고민 중 하나였어요. 사운드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멀티 트랙 레코더에 조금 의존하게 되는데, 그게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라이브라는 관점에선 조금 아쉬웠단 말이에요. 그런데 좋은 악기들로 좋은 사운드가 나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었단 건 결국 사운드의 퀄리티를 높인 거죠. 그러니 관객들의 경험도 좋아졌을 거고요.

시그너처 로고가 시선을 끄는 스카프와 입체적인 패턴의 니트 그리고 스니커즈는 모두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중반까지의 노이즈가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김춘추 저희 시스템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라이브 현장에서 합주하는 공간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공연 현장, 특히 페스티벌 현장은 많은 팀이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저희가 가져간 장비만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현장이나 저희 스태프가 다 돌발상황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셋업도 중요하단 생각을 했어요.

김한주 실제로는 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니, ‘해명’을 하듯 앞으로의 공연을 더 잘하겠습니다.

이번 사운드 시스템도 그렇고, 실리카겔은 항상 재미있는 시도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예요.

김한주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요. 저희가 만든 음악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고 실행하면 거기서 배우는 게 되게 많거든요. 그리고 저희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재밌는 시도를 하는구나’, ‘창의적이다’와 같은 피드백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요?

김춘추 예전에 <SiO2.nH20>라는 반 EP를 발매했었는데, 그때 리믹스 컴피티션을 진행했어요. 저희의 음악 구성을 해체하고 공유하고 리믹스 대잔치를 벌였습니다. 많은 분이 다양한 리믹스를 만들어 보내주셨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또 해도 재밌을텐데.

실리카겔 주변엔 좋은 동료가 많죠. 비디오 감독 멜트미러, 포토그래퍼 하태민, 사운드 엔지니어 신재민 등. 실리카겔과 그들의 조합이 실패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90-93 시카고 불스처럼요.

김춘추 일단 너무나 유능한 인간들이고, 그들과 서로 호감을 느끼며 작업할 기회가 계속 생기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죠. 일단 목표가 같습니다. 그냥 좋은 거 만들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새로운 누군가와 작업해도 좋겠지만, 팀워크를 다져가면서 농도 짙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 복잡한 것들을 얘기하고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김한주 실패가 없다는 표현보단 실패를 같이 해볼 수 있는 사람들. 과정에서 실패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실패 확률이 적은 결실을 만들게 되죠.

복잡한 것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음악에도 적용되겠네요.

김한주 사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음악에 제일 많은 시도를 하고 있죠.

김건재 라이브를 예로 들면, 라이브를 위한 장비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장비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스튜디오의 장비가 최대한 밖으로 안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 합주실을 그대로 옮기는 게 목표란 말이죠.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타협하지 않고, 그 장비들을 밖으로 가져갔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계속 방법을 찾아요. 이걸 장인 정신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지만,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계속 찾아내고 보완하는 건 어쩌면 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입체적으로 표현된 날개 디자인이 유니크한 블랙 트랙 재킷과 스니커즈는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실리카겔은 ‘밴드’의 포맷으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죠. 그 포맷이 한계로 작용하진 않나요?

김한주 포맷의 한계가 오히려 창의성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 틀 안에서 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니까요. 동시에 요즘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게 훌륭한 뮤지션의 조건 중 하나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실리카겔의 정체성은 록 밴드이지만, 록 밴드 만은 아닌 거죠. 전자 음악 밴드이기도 하고, 앰비언트를 시도할 수도 있고요. 변신 아닌 변신을 해서 그때 그때 다른 한계치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거기서 창의성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굉장히 계획적일 것 같은데, 예전 인터뷰에서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라고 말했더라고요.

김한주 계획적이긴 해요. 그러면서도 비계획적으로 생기는 빛나는 순간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실제로 MBTI가 한 명만 P고 나머지 다 J라서.

최웅희 항상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데 틀어질 때가 많죠. 쉽게 말하면 계획은 짜되 얽매이진 않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패션적인 관점에선 어때요?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인가요?

최웅희 여행을 하고 있어요. 머리, 옷, 안경 등을 다양하게 골라가며 연주할 때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아가고 있죠.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발견해요. ‘오! 나 이거 좋아하네, 이거 어울리네’ 하면서요. 종착역이 없는 여행 같긴 해요.

김춘추 웅희랑 비슷하면서 또 반대인 게, 저는 체력이 안 좋거든요. 그래서 몸에 닿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걸 시도하고, 메이크업도 해보고, 다른 안경도 써보고, 옷들도 입어보는 과정을 계속 겪어온 거죠. 지금 시점에선 ‘나는 이게 좋다’가 정해지고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좀 섬세하게 챙기고 싶어요.

김건재 가장 신경 쓰는 건 바지예요. 드러머는 페달에 바지가 걸리면 연주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바지의 길이나 핏에 민감하고, 평소엔 조거 팬츠를 입거나 롤업을 하죠. 그리고 제가 드럼 스틱을 상황에 따라 짧게 잡았다 길게 잡았다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소매에도 민감해서 롱슬리브를 잘 안 입어요. (겨울엔요?) 드럼 치면 더워서 괜찮아요.

김한주 실리카겔일 때랑 개인일 때랑 달라요. 실리카겔로선 무대 위에서 다 같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죠.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브랜드가 몇 개 정해져 있어요. 그 브랜드의 옷을 입고, 운영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그들이 옷 만들면서 하는 생각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요.

힙합 문화에서 조던은 굉장히 특별한 브랜드잖아요. 밴드의 시선에선 어때요?

김건재 드러머 입장에서 쉽게 신을 수 없는 신발이죠. 저흰 신발이 엄청나게 잘 터지거든요. 그래서 너무 신고 싶은데 조던이 또 소중한 신발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바라만 보던 그런 존재였어요. 저에게 신발은 어차피 2주 만에 터지는 거니까, 진짜 대충 신고 다녔거든요. 제가 조던을 신고 공연을 해본 건 진짜 최근이에요. 착화감이 좋더라고요. 어릴 때 본 돈 많은 드러머들이 조던을 신은 이유가 있다(웃음).

김한주 이 얘길 듣고 있으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제가 중학생 때, 2009년 즈음에 조던이 유행이었어요. 근데 어느 날 저랑 일곱 살 차이 나는 친형이 되게 구하기 어려운 조던을 사 온 거예요.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예뻐 보여서 발 사이즈도 안 맞는데 욱여넣고 학교에 갔어요. 그리고 발이 너무 아프니까 등교 후 사물함에 조던을 넣어놨죠. 집에 돌아갈 때 보니 없더라고요. 누가 가져간 거죠. 그래서 조마조마하며 집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이젠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아이코닉한 로고 그래픽이 담긴 팝오버는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스니커즈는 모두 에어 조던 1제품.

조던 브랜드가 7월 새로 공개한 새로운 슬로건은 ‘Our Turn’이에요. 이를 둘로 나눠서 먼저 ‘Our’,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실리카겔을 ‘우리’로 묶는 건 뭔가요?

김한주 음악이라고 할 수밖에…

김건재 30대?

김건재 일단은 음악을 하나 보험으로 넣자.

최웅희 실리카겔 자체가 ‘우리’의 성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소리냐면, 저희 넷도 실리카겔이지만, 하태민이나 조던이 ‘우리’가 될 수도 있고요. 또 어느 날은 갑자기 다른 어떤 브랜드나 팀이 ‘우리’가 될 수 있어요. 저희가 또 메타몽 같은 매력이 있네요.

다음은 ‘Turn’. 실리카겔의 순서가 왔다고 느낀 적도 있나요?

김춘추 유명한 JRPG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의 전투 룰이 독특해요.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공격하고 맞고 이런 게 아니라, 내 순서가 됐을 때 정확한 선택을 해야지만 다음으로 넘어가요. 잘못하면 전멸이죠. 이 얘기를 왜 했냐면, 우리의 세상이 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주목받고 있단 건 느껴요. 저희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와 상황들을 겪으면서 작은 단위로나마 우리 순서가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전멸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되죠. 주목받는 만큼 디테일같은 것들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김한주 게임에서 악마를 길들여서 부려야 되는데, 가끔 엄청나게 센 악마가 제 편이 되어주는 경우가 있어요. 현실에선 조던이 우리의 악마가 아닐런지(웃음).

레터링 디테일이 감각적인 나일론 소재의 셔츠와 쇼츠 및 트랙 팬츠 그리고 스니커즈는 모두 조던 윙즈 컬렉션 제품.

사실 ‘Our Turn’은 다음 세대를 위한 슬로건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실리카겔이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건재 조언이라기보단, 특정 신(Scene)이나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계속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그래도 규모가 커지다 보니 낙수효과 같은 게 생겼거든요. 우리 덕분이란 말이 아니라, 활동을 계속하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하드밥 재즈랑 헤비메탈을 좋아하는데요. 최근 구경하러 간 헤비메탈 페스티벌에서, 관계자가 ‘행사가 이렇게 사람으로 가득 찬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어요. SNS에 해당 페스티벌을 홍보하곤 했는데, 당일에 헤비메탈 공연을 처음 보러 온 사람이 많았던 거죠. 물론 그게 제 SNS만을 보고 온 것은 아니겠지만 싶으면서도.

김춘추 한국이 문화 산업으로 굉장히 주목 받는 나라가 되었으니까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계속해서 음악 신이 좀 더 성장하고, 키즈들이 ‘나도 저런 무대에 서야겠다.’라고 느끼는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라요. 우리가 잘해서 이 분야가 발전하면, 다음 세대가 좀 더 효율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최웅희 대중문화 예술 쪽에 걸쳐있는 사람들은 사명감 같은 게 있단 말이에요. 어릴 때 보고들은 걸 토대로 취향이 생기듯이, 우리가 다음 사람들에게 뭘 즐길지 물려주는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단 책임같은 거예요.

김한주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하십시오.”

이건 많은 의미가 응축된 말이에요. 제가 사카모토 류이치를 정말 존경하는데요. 그가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동료 뮤지션 송영남이 만나서 인사 정도를 주고받았나 봐요. 그때 어깨를 두드리면서 ‘열심히 하라’ 같은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거기서 되게 많은 뜻을 느꼈다고 했어요. 어떤 배경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 듣자마자 바로 이해가 돼서, 어떻게 보면 앞으로 음악 하실 분들에게 최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기사는 조던의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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