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식초 ‘애사비’, 실제 다이어트 효과는 없다고?

최수

믿었던 애사비 너마저

국내 ‘혈당 다이어트’ 열풍의 시초를 꼽자면 사과 발표 식초,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네거)’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애사비는 사과의 자연 발효 과정에서 효모 및 박테리아가 생성되는 기전을 활용해 만든 액체입니다. 발효를 거치면서 생긴 ‘초산’ 성분이 지방 연소를 촉진하고 당 흡수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 때문에 아침 공복이나 식사 전에 물에 타 마시면 식후에도 안정적인 혈당 수치를 유지해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애사비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혈당 관리 및 체중 감량에 일부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절대적인 효과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죠.

효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연구 결과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공인 영양사인 린지 월포드는 애사비의 유의미한 건강 이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많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마저 소규모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죠. 일례로, ‘기능성 식품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에선, 식사할 때 애사비를 15ml 섭취하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해당 연구의 모집단이 120명 정도뿐이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월포드는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애사비가 무조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애사비가 어느정도의 효과를 가질 순 있으나, 식습관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만이 체중 감량의 기본이라는 것이죠.

영국 레딩대 식품학 교수인 군터 쿨 역시 애사비의 효능을 제한적으로 해석합니다.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줄 순 있지만 그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것인데요. 그간 애사비의 효과를 증병한 연구의 중재 기간이 8~12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근거 삼았습니다. 체중 관리 효과를 증명한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실험 참여자 수가 현저히 적다는 한계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는 “장기간 섭취의 건강 효과가 증명되기 전까지 애사비의 혈당 관리 효과를 과신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험 표본이 적고, 그간의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평소 애사비가 몸에 잘 맞지 않거나, 효능이 덜하다고 느꼈다면 기분 탓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마셔, 혹은 말어?

애사비의 건강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애사비의 건강 이점이 미미할 순 있지만 식단에 소량을 추가하는 것이 건강에 나쁜 선택은 아니니까요. 다만 산성이 높아 원액 그대로 섭취하게 되면 식도나 위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물이나 차에 희석하거나 음식과 함께 섭취해야 합니다. 산성도가 높은 만큼 원액 그대로 마시면 위산 역류, 메스꺼움, 소화 지연 등의 부작용은 물론 치아의 보호막인 법랑질이 침식되어 충치의 위험이 커질 수 있거든요. 실제 네덜란드의 한 실험에서, 매일 희석하지 않은 애사비를 마신 여성에게 충치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이나 다른 음료에 1 테이블 스푼(15ml) 정도를 희석해 섭취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샐러드 드레싱처럼 소스로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채소와 함께 섭취할 시 섬유질, 미네랄을 비롯한 채소의 영양소에 애사비의 긍정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신장 건강이 나쁜 편이라면 애사비와 같은 초산 성분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신장이 사과 식초의 과도한 산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 체내에 위산이 축적될 수 있거든요. 또한 애사비 섭취후 입술 부종, 눈꺼풀 부어오름, 피부 발진, 목 가려움증, 위경련등이 나타난다면 알레르기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사과 등 과일 속 섬유질인 펙틴 알레르기가 애사비를 통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어느 한 쪽에 쉽게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건강한 다이어트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애사비일지라도 말이죠.

사진
Gettyimages, Splas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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