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의 새로운 도화선

김현지, 신지연, 권은경, 전여울

어쩌면 올 초 이미 더보이즈(The Boyz)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3월 정규 2집 <Phantasy> 3부작의 마지막인 <Pt.3 Love Letter>가 베일을 벗었고, 7월 세 번째 월드 투어 ‘제너레이션 II’가 닻을 올리며 전 세계 15개 도시에서 더보이즈의 불꽃이 튀었다. 커리어 하이에 바짝 다가선 이 여정은 멈춤 없이 10월 28일 발매되는 아홉 번째 미니앨범 <導火線(도화선)>으로 이어진다. 변화, 파장, 불꽃, 폭발을 끌어안는 도화선이 그 이름인 만큼, 이들은 지금껏 축적된 면면을 바탕으로 가장 뜨거운 온도의 더보이즈를 보여줄 것이다. 심지에 막 불을 붙일 준비를 마친 11명의 멤버 전원이 <더블유>와 만났다. 더보이즈의 새 여정이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왼쪽부터 | 선우가 입은 블루종, 팬츠, 로퍼는 Amiri 제품. 주연이 입은 니트는 Martin Rose by Samplas, 로퍼는 Balenciaga 제품,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재가 입은 보머 재킷, 버뮤다 팬츠, 스니커즈는 Fendi 제품. 상연이 입은 니트 베스트는 Marni 제품, 팬츠, 더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JUYEON 주연

주연이 입은 재킷, 티셔츠, 파자마 팬츠는 Balenciaga 제품.

<W Korea> 주연이 가장 ‘칠’해지는 때는 하루 중 언제예요?
주연 저녁 5시쯤요. 딱 해가 지기 시작할 때. 굉장히 순식간에 흐르는 시간대인데 그때 시간이 좀 멈췄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예쁜 것 같아요. 최근 파리 패션위크에 다녀왔는데 평소라면 5시쯤 어슬렁거리면서 산책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제가 좀 피곤했나 봐요. 거의 15시간을 안 깨고 푹 잤어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잘 바엔 영화 한 편이라도 보고 자자는 주의인데.

최근 Mnet <로드 투 킹덤 : 에이스 오브 에이스>에 짧게 출연했죠. 지난 시즌 우승 팀 멤버로서 신인 그룹 더크루원에게 건넨 조언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잘한다, 멋있다로 끝나선 안 된다. 충격적으로 잘해야 한다.” 이 한마디에서 평소 주연이 무대를 대하는 마음을 엿본 것 같았어요.
무대에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고 믿었는데, 사실 요즘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바이벌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일반적인 음악 방송보다 훨씬 자극적이에요. 그 상황에 맞추지 않으면 통편집을 당하거나 어떤 드라마도 만들지 못하고 끝나버려요. 또 자신을 몰아붙여서 어떤 극단까지 가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되고요.

자신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게 꼭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쯤 들었어요?
어느 순간 제가 유연하지 못하다고 느꼈어요. 매운맛을 뿌리고 캡사이신까지 뿌려야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뭐든 즐기면서 유연하게 할 때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또 매운맛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단맛도 있고 짠맛도 있고 상큼한 맛도 있고. 그 모든 걸 한 무대에서 코스 요리처럼 보여줄 수도 있고요.

나의 만족을 위해, 작업의 완성도를 위해 주연이 지키려는 규칙이 있나요?
요즘 정말 많이 생각하는 건데,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할 때나 무대를 할 때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부터 생각해요. 요즘 이런 게 유행하니까, 요즘 이런 걸 많이 하니까, 하면서 시도하는 게 저는 거의 없어요. ‘왜’ 하는지가 저에겐 가장 중요해요.

오버사이즈 코트는 Balenciaga 제품.

미니 9집 <도화선>은 ‘정해진 규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렇다면 주연에게 정해진 규칙을 깨도 좋다고 느끼게 한 인물은 누구였어요?
빈지노.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제가 느끼기에 빈지노는 남들과 똑같아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고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데뷔 전 고등학생 시절에 빈지노의 ‘Time Travel’이 나왔는데 이 노래 하나로 엄청난 용기를 얻은 기억이 있어요. 가사를 보면 현재의 빈지노가 과거의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하잖아요. “야 그대로만 하면 돼”라면서 당장은 한없이 불안해도 미래엔 최고의 래퍼가 돼 있을 거라고 말해요. 이 노래가 그때의 저에게 마치 “그래 주연아, 너 지금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도화선> 활동에 앞서 주연이 세운 목표가 있나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요.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이 생각에 몰두해 있어요. 어느 순간 무대에 서고 화보를 찍고 하는 것들이 쉽게 느껴진 때가 있었어요. 여태 여러 활동을 해왔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 아니까요. 그런데 저는 뻔해지기 싫거든요. 그래서 늘 무대를 하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를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요?
제가 하는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협업으로 이뤄지잖아요. 아무리 작은 무대라 한들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가 함께해요. 그리고 그들은 전부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고요. 저는 항상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려고 해요. 저의 얕은 지식으로 바라보지 않고요. 늘 최고를 추구하려는 마인드에 가까운데, 저는 이런 제 모습이 좋아요.

반대로 주연에게 없어 탐나는 타인의 모습은 뭔가요?
저는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사람이 정말 부러워요.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그걸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는 건데요. 저는 창작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제 감정이 재료라 하면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멤버 중 주연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뉴. 어떤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이 서로 확연히 달라요. 저는 좀 이성적인데 뉴는 감성적인 편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뉴가 ‘난이렇게 느꼈어’ 했을 때 신기할 때가 많았어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싶을 때가 있어요.

올해 주연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게 한순간에 무너진 때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자만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HYUNJAE 현재

바이커 재킷, 팬츠는 Courreges 제품,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9월까지 월드 투어를 하느라 내내 달리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이번 투어 동안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요?
현재 우리에게 가능성이 더 있다는 걸 느꼈어요. 연차가 쌓이면, 남들이 보기에도 ‘이 그룹은 인기가 점점 떨어질 일만 남았구나’ 생각하기 쉽거든요. 더보이즈는 데뷔한 지 7년이 되어가요. 그런데도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하면 해외에서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을 보았군요. 그만큼 기분 좋은 투어였고, 팬들의 반응을 실감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투어를 하면서 찾아오는 매너리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일 듯해요.
맞아요. 열정과 기타 등등 모든 것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가 없어요.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거지. 어떤 날은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컨디션이 마음만큼 안 따라줄 수도 있잖아요. 그 사이의 갭을 줄이는 게 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미니 9집을 내는 시점이에요. 또 어떤 고민이 있나요?
저는 뭘 하든 100퍼센트 이상을 무대에서 쏟아내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좀 힘이 드는 게 몸으로 체감되곤 해요. 원래 체력도 강해서 잘 안 지치는 멤버에 속했는데…. 언젠가 무대를 하고 너무 힘이 들어서 ‘형 라인’끼리 모여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제가 ‘와, 힘들다, 이거 나만 이런가’ 하니까 우리 맏형이 그러더라고요. ‘이제야 그래? 나는 예전부터 그랬다.’

리더 상연 씨는 예전에도 혼자 외로울 때가 있었겠네요. ‘나만 이렇게 숨이 찬가’ 싶기도 했을 거고요.
이번 타이틀곡 무대도 워낙 강렬한 퍼포먼스가 필요해서 힘들 거예요. 거뜬할 거라고 거짓말하고 싶진 않네요. 제가 20대 후반이에요. 지난 3부작으로 나이나 연차와 크게 어울리진 않는 콘셉트도 소화해내면서, 말 그대로 판타지를 선사하려고 노력했어요. 뭔가를 보여줄 때 후회 없이 쏟아내려고. 그런데 이제 청량한 소년 같은 콘셉트는 저뿐 아니라 막내에게도 썩 어울리진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다른 인상의 무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너무 힘을 쏟지 않는, 여유 있고 세련된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앨범은 ‘정해진 규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자 한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요. ‘세상에 정해진 룰이란 없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같은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나요?
저는 다른 아티스트보다도 늘 가까이 있는 우리 멤버들한테서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듯해요. 물론 시끄러울 때도 있고, 왜 저럴까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제가 왜 계속해서 더 노력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기에 있는 첫 번째가 ‘멤버들’이에요. 그들을 보면서 자극받는 거죠. ‘동생들도 저렇게 하는데 형인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야 하지 않나’ 같은 생각을 저절로 품게 돼요.

멤버들 중에서 여러 가지로 나와 가장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큐가 아닐까 해요. 더 좋은 길, 더 편한 길을 찾아갈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달까. 힘들면 힘들어하면서 그냥 가는 거죠. 저는 좀 투박하고 섬세하지 못한 성격인데, 큐는 아주 섬세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있기도 하고요.

현재가 입은 터틀넥, 커프스가 인상적인 셔츠, 팬츠는 Bottega Veneta 제품.

재밌게도 큐 역시 영감을 주는 존재로 현재 씨처럼 ‘멤버들’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네요. 음악 외에 요즘 관심사는 뭔가요?
뭐, 아무래도 가족과 반려견이요. 바쁘게 살다 보니 틈이 나면 부모님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우리 반려견도 이제 노견이거든요. 열네 살이에요. 최근에도 반려견 동반 가능한 풀빌라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어요.

현재 씨는 2020년에 만났을 때도 관심사로 가족 이야기를 했어요. 닮고 싶은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고요. 그때 속으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철이 일찍 들었을까’ 싶었어요.
저는 제가 정말 철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족에 대한 마음만큼은 예전부터 남다르긴 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자주 ‘너는 그렇게 속 썩이는 아이가 아니었다’ 말씀하세요. 자식이 속을 썩인다는 게 형제에 따라 좀 상대적일 수 있잖아요. 아마 누나가 저보다는 더 속을 썩인 게 아닐까 싶어요.

현재 씨에게 ‘최고의 효도’란 뭐예요?
자주 얼굴 보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무리해서, 혹은 거창하게 뭘 하려 하기보다 생활 속 사소한 부분들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거. 어떤 술을 보면 ‘아빠가 좋아하겠다’ 하면서 사고, 가끔 기분 좋게 용돈도 드리고, 만나면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요.

2024년의 현재를 스스로 칭찬해본다면, 어떤 점을 칭찬해주고 싶나요?
팬들의 소중함을 더 깨달았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가능성을 더 발견했다는 점. 올해 정말 바빴거든요. 그런데 활동을 많이 하고 팬들도 자주 만나다 보니까, 확실히 아티스트에게 팬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내가 더 열심히 하게 만들고, 가능성을 보고서 더 도전하고 싶게 만드니까요. ‘더 넓은 세계에서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가 착각을 한 거라고 해도,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요.

YOUNGHOON 영훈

영훈이 입은 링클 디테일의 바이커 재킷, 집업 셔츠, 데님 팬츠는 Acne Studios 제품.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최근 tvN 예능 <밥이나 한잔해>가 종영했죠. 김희선, 이수근, 이은지와 함께한 술 예능이었는데 어떤 경험으로 남았나요?
영훈 이런 촬영이 또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행복한 에너지로 가득한 현장이었거든요. 테이블에 수저 놓고 얘기 듣는 게 전부였는데도 막내로서 정말 사랑을 듬뿍 받았어요. 현장에 갈 때마다 늘 힘을 받은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한 형 누나들과도 친해졌고요. (김)희선 누나는 최근 따님과 함께 저희 콘서트장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언젠가 누나에게 저희 친형과 형의 오랜 여자친구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콘서트장에 형 누나를 위한 와인잔을 선물로 사오신 걸 보고 정말 감동했어요.

<밥이나 한잔해>는 지인의 동네에 기습 방문해서 함께 술 한잔 기울이는 콘셉트였잖아요. 영훈이 가장 좋아하는 술자리 무드가 있을까요?
바로 혼술입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친하더라도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남의 눈치 볼 일 없이 편안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혼술 바이브를 참 좋아해요. 먹태에 위스키를 자주 기울이고요. 영화나 책을 보거나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미니 9집 <도화선>이 발매를 앞두고 있죠. 이번 활동을 통해 영훈이 처음 시도하려는 게 있을까요?
이번 앨범은 팬들이 기다렸을 만한 요소가 많은 앨범이에요.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어서 ‘더보이즈 작정하고 나왔네’란 느낌을 받을 거예요. 타이틀곡 ‘Trigger (導火線)’는 비트나 베이스가 굉장히 강렬하고 안무 역시 꽤 하드해요. 그런데 이번 활동에서만큼은 틀에 갇혀서 무대를 하기보다 자유롭게 해보고 싶더라고요. 예전엔 무작정 몸에 힘을 가득 줬거든요. 월드 투어를 돌 때 매 공연마다 스스로 실험 아닌 실험을 해본 것 같아요. 어느 날엔 힘 있게 해보고, 어느 날엔 힘을 빼는 대신 동작을 크게 해보면서. 점점 나에게 맞는 그림을 찾아간 거죠.

춤 선에 변화를 준 셈이네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모니터링하며 느꼈나요, 아니면 어떤 좋은 레퍼런스를 보고 깨달은 걸까요?
사실 이 말은 처음 하는데 예전부터 몬스타엑스 형원 선배님의 춤 선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선배님 무대를 보면 얼핏 대충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데 멋이 다 살아 있거든요. ‘이분처럼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품어왔는데 이제 한번 제대로 시도해보는 거죠.

이번 앨범은 ‘정해진 규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렇다면 영훈에게 정해진 규칙을 깨도 좋다고 느끼게 한 인물은 누구였어요?
희선 누나요. 누나는 자기만의 룰, 온화한 패턴을 타인에게 묻힐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잘된 사람은 결국 그 사람만의 좋은 태도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누나가 그런 사람이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어느덧 더보이즈가 데뷔한 지 만 7년이 되어가요. 11명이나 되는 그룹으로 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죠. 돌이켜보면 더보이즈로서 오래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팀의 노력도 있었지만 팬들이 없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겠죠. 요즘처럼 ‘버블’ 같은 실시간 소통 앱이 없던 시절엔 팬들이 공식 팬 카페에 편지를 자주 올려주셨어요. 저를 보면서 힘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사실 그때마다 ‘내가 뭐라고’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 매일을 감싸줘서 고마워’ 같은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저나 멤버들이나 지치고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7년을 버텨온 게 아닐까 싶어요.

더블브레스트 재킷, 버튼 장식 셔츠, 버뮤다 쇼츠는 Ami 제품.

지난 7년 동안 영훈이 흔들렸을 때 영훈을 꽉 잡아준 건 뭐였어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요. 사실 어릴 때부터 끈기가 없었어요. 뭘 하든 쉽게 싫증이 나서 한 달 만에 그만두기 일쑤였어요. 그런데 뮤지션으로 활동한 지 연습생 시절까지 합쳐 벌써 10년이 되어가요.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 자신을 호되게 채찍질하며 견뎌온 것 같아요. 또 부모님도 빼놓을 수 없죠. 한번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작정 “나 그만둘 거야”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이렇게 말하셨어요. “그만둬. 네 뒤에 엄마, 아빠, 할머니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 말을 딱 들으니까 오히려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진짜 열심히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은 뭐예요?
웬만한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긍정 회로를 돌리면서 빨리 넘겨버려요. 한 가지 생각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넌 이 직업을 하기에 타고나게 좋은 성격이다”란 소리를 자주 들어요.

더보이즈 멤버 중 영훈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에릭. 에너지가 넘치고 어떤 일을 하든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예요. 안무 연습을 한다 치면 손끝 모양 하나까지 고집하는 친구고요. 저도 물론 열정이 있지만 에릭의 열정을 보고 대단하다 느낄 때가 많아요.

언젠가 영훈이 이루고 싶은 것, 숫자나 성과를 떠나 추상적으로 말해볼까요?
저의 노래를 듣는 3~4분만큼은 그날의 아픔과 힘듦을 다 잊게 만드는 가수가 되는 거요. 굳이 제 팬이 되지 않더라도 제 노래로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SUNWOO 선우

선우가 입은 핀스트라이프 패턴 재킷, 니트 셔츠, 탱크톱, 벨트, 팬츠는 Amiri 제품.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요즘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선우 개인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느낌이에요.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해서 늘 마음 한쪽에 걸리는 구석이 있었는데, 두루 만나서 놀기도 했고요. 또 먹고 싶은 거 먹고, 취미 생활도 잘하고 있고.

어떤 취미 생활을 하나요? 영화 <슬램덩크>를 보고 나서 농구 팸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아, 그때 팸을 만든 후에 금방 겨울이 왔나 그렇거든요. 그래서 오래 못하고 접었습니다(웃음). 풋살을 좋아해요. 경기 매칭을 잡아주는 앱이 있는데, 성적 데이터가 기록되어서 자동으로 비슷한 레벨의 팀과 매칭해주는 식이에요. 관리자가 경기에 나와서 팀 점수도 매겨주고요.

와, 그냥 공 차는 정도가 아니라 체계적인데요? 풋살로 자연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셈이겠네요.
네, 완전 유산소 운동이죠. 풋살은 축구에 비하면 경기 코트가 작아서 농구처럼 공수 전환이 빨라야 하거든요. 한 팀에 6명씩 한 게임을 15분 동안 하는데, 쉬었다가 다시 경기를 이어가는 식으로 총 2시간 정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고, 다른 면으로는 어떤데요?
일 면에서도 뭐 큰 스트레스는 없어요. 그런데 고민이야 늘 있죠.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거든요. ‘나는 달라.’ 제가 슈퍼스타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기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잘될 거고, 멋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다만 제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우리 일은 결국 ‘자기만족’이거든요. 목표를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잖아요.

어떤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고민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팀이 잊히지 않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감사함은 확실히 있어요. 하지만 팀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아직 ‘하이’를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시기가 아주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봐요. 제일 무서운 건 ‘이 사람, 이 그룹의 레벨은 이 정도다’ 하고 각인되는 일이에요. 한 번 도장이 찍혀버리면 그걸 깨부수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아서.

저는 선우 씨의 기개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래퍼로서 경연하는 자리에 다시 나가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지금 그런 데 나가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이길 자신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기든 깨지든,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쳐봐야 값진 경험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자리에 나가면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잖아요. 그게 좋아요. 제가 무너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자꾸 저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저 친구 어떻네’ 입에 올릴 때 계속 무언가를 더 보여주는 식으로 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버리고 싶기도 해요. 그러는 게 딱 지금 연차에는 특히 더 중요할 것 같아요. 활동을 적게 한 것도 아니고 엄청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어느 쪽으로 분류하기가 애매할 수 있는 연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시기가 중요한 거고요.

그런 니즈가 채워지려면 본인의 부지런함과 운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야겠죠. 의지가 있어도 현실적인 일정상 어긋날 수도 있고. 틈을 잘 봐야겠네요.
맞아요. 팀 활동이 기본이고, 제가 틈을 보면서 잘 채워 놓은 다음 차례와 기회가 왔을 때 정말 보여줘야 하는 거죠.

새 앨범 활동을 앞두고 각오가 결연하겠네요. 최근까지 진행한 월드 투어가 어떤 파이팅이나 에너지를 줬는지 궁금해요.
비슷한 무대를 반복하다 보면, 무대를 즐기기는 해도 정말 매 무대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건 큰 노력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투어 동안 말 그대로 트리거가 된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한번은 제가 방금 전까지 무대에서 뭘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예요.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딴생각을 했나 봐요. 그걸 깨닫고서 좀 놀랐어요. 공연이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했고요. 그렇게 무대에 선다는 건 팬들에게 민폐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무의미한 거예요.

구조적인 니트는 Carnet Archive, 데님 팬츠는 Bonbom 제품.

잠시 관성적으로 움직인 나를 깨닫고서 반성했다는 이야기인가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한국으로 왔는데, 제가 다리를 다쳐서 공연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무대에는 올라가야지 싶어서 올라가 그냥 앉아 있었죠. 앉아서 멤버들을 보는데… 제가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나는 무대를 하고 멋있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인데, ‘괜찮아?’, ‘아프지 마’ 같은 말을 듣고 있으니. 제가 그날 팬들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봤어요.

일련의 경험을 통해 각성하게 되었군요.
네. 물론 그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마인드셋 자체에 변화가 생겼어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오늘의 무대가 나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매번 소중하게 임하지 못하면 그건 불명예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 무대 올라가기 직전에 멤버들 사이에서 그냥 말로라도 ‘아, 재밌겠다, 조금만 더 파이팅하자’ 이런 말을 해요. 긍정적인 흉내를 내는 거죠. 그런데 말을 그렇게 뱉으면 정말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말의 힘이 참 신기해요.

무너지지 않는 멘탈에 스스로 깨닫고 동기 부여할 줄 아는 능력까지 지녔으면, 두려울 게 없을 것만 같은데요?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저에겐 ‘가오’가 너무 중요해요. 그게 제 중심에 있어요. 멋도 사실은 겉멋에서 시작된다고 보거든요. 창작도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내가 어떤 일에 흔들려서 겁을 먹는 것도, 말은 뱉어놨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저에겐 가오가 상하는 일이에요. 쓸 데 없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것 역시 가오라고 생각합니다.

더보이즈에서 선우와 가장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올라요?
에릭요.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정말 달라요. 에릭은 뭐든 미리 끝내놔야 하고, 걱정이 많아요. 상처도 잘 받고. 저는 미리 해놓는 게 싫어요. 걱정은 너무 없고요. 우리 둘을 섞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제가 ‘왜 연어처럼 굳이 거슬러 올라가면서 스트레스를 받냐, 물살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면 안 되냐’라는 말을 한 적도 있어요. 에릭은 그 물이 하수구로 흘러갈까 봐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에요.

‘하수구로 흘러갈 일 없으니 릴랙스 좀 해봐라’ 식으로 옆에서 말해주면 에릭 씨가 영향을 좀 받던가요?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다, 잡생각으로 너를 잠식시키지 말아라, 왜 미리 부정적인 마인드맵을 그리는 거냐’라고 해도 하수구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하거나 그럴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그 부분에서 ‘우리는 진짜 다르구나’ 싶었죠. 상처 받고 스트레스 받는 에릭을 보면서 저는 또 스트레스를 받아요. 에릭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을 해.

선우 씨의 여유 있는 자신감이랄까, 흔들림 없는 심지와 가오에 죽고 사는 정신은 혹시 DNA의 영향인가요, 아티스트 준비를 하면서부터 키워진 걸까요? 예전에는 학창 시절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흔들려본 시간을 거친 것 같다고 했는데, 그 결과 심지가 굳어졌나 싶네요.
저도 제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다고 보는데. 전부터 걱정이 없긴 했어요. 그건 DNA 영향이 맞아요. 우리 아빠가 좀 그랬거든요, 할아버지 몰래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유학 가버리시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버려요.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그냥 어떤 믿음이 있어요. ‘나는 뭘 해도 망하지 않을 거야’ 하는 믿음.

<도화선>의 타이틀곡은 웅장하고 강렬한 느낌이라고 알고 있어요. 선우 씨에게도 기본적인 강함이 있죠.
‘Trigger (導火線)’ 무대는 빵 터뜨리는 면이 필요한데, 그런 걸 잘하는 게 바로 에릭이에요. 사실 저에겐 그렇게 ‘으아!’ 하는 에너지는 별로 없거든요. 제 안에도 늘 불이 있지만, 그저 꺼지지 않는 불 같은 느낌이죠. 각성하기 전의 저였으면 곧 선보일 무대를 힘들어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는 여태까지 보여드린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입니다. 곡 하나에 대한 의지라기보다 우리의 행보에 대한 의지가 느껴질 거예요.

위부터 | 뉴가 착용한 고양이 모양 비니, 재킷은 Coperni by Samplas, 셔츠는 Sankuanz by Samplas 제품. 큐가 입은 줄무늬 셔츠, 리버서블 바시티 재킷, 치노 팬츠는 Polo Ralph Lauren 제품. 주학년이 입은 럭비 셔츠, 블랙 팬츠는 Wooyoungmi 제품.
왼쪽부터 | 제이콥이 입은 롱 재킷은 Nullus by Samplas제품, 팬츠와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훈이 입은 테일러드 재킷, 블라우스, 스카프, 팬츠, 더비 슈즈는 Dolce & Gabbana 제품. 케빈이 입은 가죽 재킷, 하프넥 니트, 버뮤다 팬츠는 Dior Men 제품,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릭이 입은 브라운 가죽 베스트, 탱크톱, 데님 팬츠, 뮬은 Dires van Noten 제품.

Q 큐

로고 장식 비니, 레인디어 패턴 스웨터, 벨트, 코듀로이 팬츠는 Polo Ralph Lauren 제품.

<W Korea> 누나가 둘 있죠? 저는 사이좋은 누나들을 둔 남자에게는 특유의 온화함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터프해도 숨길 수가 없는 온화함. 큐 씨도 좀 그런 느낌 있는 거 알아요? 약 4년 전에 만났을 때도 느꼈어요.
그래요? 와, 그게 뭔지 궁금하다. 저는 제가 어떤지 잘 모르니까요. 예전에 우리 단체 화보 찍은 거 기억해요. 그때 촬영 장소였던 계곡 풍경이 참 예뻤는데.

백발에 가까운 금발로 탈색하셨네요. 처음 해보는 스타일인가요?
두 번째예요. 그때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팬들이 원하는 것 같더라고요. 마음먹고 했더니 역시 너무나 좋아해주세요. 한 달 전부터 이 상태인데, 사실 검정으로 바꾸고 싶어서 지금 내적 갈등을 겪고 있어요. 첫 음악 방송을 할 때까지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유지하는 중입니다.

큐가 입은 아이코닉 플래그 스웨터, 코듀로이 주황색 셔츠, 브레이드 카프스킨 벨트, 데님 팬츠는 Polo Ralph Lauren 제품.

큐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진에 감각 있어 보여요. 그런 말 종종 듣나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순간이나 분위기를 찍는 건데 좋게 봐주는 분이 많아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요. 사진을 찍을 때도 그렇고, 올릴 때도 상황이나 여러가지가 자연스러운 게 좋아서 찍어둔 사진을 어우러지는 것끼리 한꺼번에 올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뭐 하나 포스팅할 때 고민을 많이 해요. 자연스러운 게 좋다면서 그런 고민을 하다니 이상하지만, 쉽고 편안하게 툭툭 올리지를 못해요.생각보다 게시물마다 공이 엄청 들어가 있습니다(웃음).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면 그럴 수 있죠.
제가 정말로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아기 때부터 그랬대요. 일을 하면서도 스케줄마다 있었던 순간들이 뒤늦게 떠오르면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때도 많았어요.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못 견디겠다 싶어서 예민함을 덜어내려고 노력했죠. 오랜 시간을 들여 차츰 덜 예민해질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글쎄, 살이 잘 찌기 시작했습니다(웃음). 저는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놓아버리는 게 있으면 그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것들이 생기는 우주의 법칙이란 신기합니다.
원래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에 뭘 먹지도 못했거든요. 피곤하면 피곤해서 안 먹고. 예민함이 확실히 줄었다 싶은 게 작년부터인데,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 거예요, 제가. 체중 관리는 해야 하지만, 무언가를 놓아버린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요즘 느껴요. 제 본래의 예민함은 어느 정도 갖고 있되 스스로에게 나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게 확실히 좋더라고요.

세 번째 월드 투어를 하면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더보이즈의 인기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나요? 공연장 규모에서도 그런 점을 알 수 있을 테고요.
이번 투어로 크게 느낀 것은 공연장이 클수록 팬들의 에너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었어요. 큰 공연장에서는 인이어를 양쪽 다 착용해야 하고, 응원 소리도 무대에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공
연장 규모 자체가 크고 작은 건 적어도 저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공연장에서 더 큰 에너지를 느끼기도 해요.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더보이즈는 앨범 세 개를 <Phantasy> 3부작으로 선보였어요. 그 활동으로 팀이 구축한 건 뭘까요?
예전에는 더보이즈의 상큼한 소년다운 모습으로 사랑받았지만, 우리가 좀 더 나이 들면서 섹시하거나 성숙해진 느낌을 원하는 시선도 커졌다고 생각해요. 3부작은 양면적인 두 느낌을 다 보여줬던 기회 같아요. 서로 다른 면을 연속된 세 활동 속에 나눠 보여준 거죠.

10월 28일에 나올 새 앨범 <도화선> 중 ‘bAd’ 라는 곡의 작사가 명단에 큐가 있네요.
제가 쓴 부분은 조금밖에 못 들어갔어요.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웬만하면 최대한 참여하고 싶죠.

큐 씨에게 영감을 주는 누군가가 있나요?

그런 존재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팀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멤버들에게서 느끼는 게 정말 많거든요. 총 11명이다 보니 참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미 다양한데, 그들 각자가 또 다양한 영감을 받으면 팀 안에서 자연스레 나눌 수도 있죠. 음악에서나 패션에서나, 하다못해 말을 하는 모습도 서로 다르다 보니 멤버를 관찰하는 것도 재밌어요.

그중 큐와 가장 다르다고 할 만한 사람은 누구인 것 같아요?
다 다르지만, 특히 가까이 지내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뉴가 이제 생각보다 저와 다르다는 걸 느껴요. 뉴가 많이 예민하고, 눈치도 빨라요. 유리 같달까. 금이 가기 쉬운 느낌이거든요. 뉴에게서 제가 지나온 시간이 보이는 거죠. 그래서 스스로를 좀 바꿔보려 하는 게 좋다는 말을 뉴에게 자주 해요.

더보이즈로 7년 가까이 활동했어요. 그 시간에 대한 대견스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있을 듯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데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이런 멤버들을 만나 다행이에요. 좀 더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소년으로만 머물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못해본 것들이 많으니 내가 얼마나 잘 해낼지도 알 수가 없는 거죠. 부딪쳐보고 싶어요. 부딪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ERIC 에릭

에릭이 입은 크롭트 테일러드 재킷은 Balmain, 새틴 팬츠는 Amiri 제품, 이어링, 화이트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안녕하세요, 더보이즈에서 ‘비주얼’과 ‘키’를 담당하고 있다는 에릭 씨군요.
에릭 그렇습니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에릭입니… 아닙니다. 농담이에요.

요즘 전반적으로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한창 바빠지기 직전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행복하지 않은 날을 보내는 기분이에요. 불행하다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할 수 있는데 왜 그렇지 않지?’에 가까운 느낌. 제 직업 만족도가 최상이라는 건 멤버들도, 팬들도 알 거예요. 그런데도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상한 일이죠. 그저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열정남 에릭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요. 행복이라는 게 억지로 가지려면 가질 수 있는 건가요?
행복해지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상황은 비유하자면 이런 거예요. 책을 읽다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해서 책갈피를 꽂고 책을 덮어두었는데, 다시 돌아와보니 책갈피가 사라진 것 같달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읽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고요. 붕 뜬 채로 광야를 헤매는 느낌이 듭니다.

뭘 하고 어떤 시간을 보낼 때 편안함을 느끼거나 기분 좋아지는지 생각해봤나요?
투어 하는 동안 몸이 힘들었지만 분명 행복했고, 곡 작업을 한창 하던 때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게요, 계속 찾는 중이에요. 그저께는 2시간 동안 산책을 했어요. 걸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속으로 되뇌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비 같은 거라고 생각하죠, 뭐.

종종 일기를 쓰세요?
가끔요. 메모는 자주 해요.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는데, 최근 투어 길에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다가 좋은 대사가 들려서 이렇게 적어놨어요. 보실래요? ‘처음에 한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책을 쓰기 시작했죠. 그녀는 책을 좋아했고 저는 그녀를 좋아했으니까.’ ‘오늘 쓴 글도 내일 부끄러울 수 있죠. 하지만 후회된 적은 없습니다. 글은 사랑한 흔적과도 같거든요.’

아, 왠지 저도 그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만…
한국 영화 <싱글 인 서울>이었어요. 메모한 대사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보다가 ‘후회된 적이 없다’라는 대사를 듣고서 장면을 다시 돌려보고 적은 거예요. 내일은 갑자기 부끄러울 수 있지만, 오늘 최선을 다 하면 된다… 그런 생각에 크게 공감해요.

방점이 ‘사랑’이 아니라 ‘삶의 자세’ 쪽에 찍힌 느낌이네요?
원래 열정남이고 그걸로 팬들에게도 알려져 있는데, 책갈피가 빠진 것 같다고 했잖아요.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싶은 시기라 그런 대사는 적어두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로맨스 영화, 좋아해요. 제 인생 영화가 <노트북>입니다. 곧 재개봉 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그런 영화 보면서 막 오열해요. F 성향이거든요.

LA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하면 요즘 이런 무드인 티를 내나요?
사실 오늘 촬영장 나오는 길에 오랜만에 통화했거든요. 굳이 이런 이야길 하진 않아요. 그런데 엄마가 자주 해주시는 말씀이 있어요. 통화를 마무리할 때면 끝인사로 곧잘 “너는 바빠야 돼, 영재야.” 네. 저는 쉴 틈 없이 스스로를 계속 굴러가게 만들어야 해요. 잠을 잘 안 자도 돼요. 남거나 뜨는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믹스테이프를 만들거나 곡 작업에 매진해보는 건 어때요? 트랙이 하나둘 쌓이면 나중에 외장하드 바라보는 것만으로 든든해질 수도 있고.
제가 작년 생일에 만 스물두 살 된 기념으로 믹스테이프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거든요. 그때는 ‘22’라는 모티프가 있었어요. 숫자 두 개로 하트 모양을 만들 수가 있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주제를 ‘사랑’으로 잡았죠. 각각 밝은 사랑, 우울한 사랑, 나만의 사랑 스타일의 세 곡으로 구성했어요. 22로 만든 하트 모양의 타투도 새겼고요.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요즘에는 영감이 잘 안 떠올라요.

남자 그룹을 보면 사이가 좋다고 해서 말수까지 많은 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데 더보이즈는 서로 대화를 꽤 하는 편 같더라고요. 행복을 찾아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생각을 나누나요?
그럼요. 저희는 무대 올라가기 30분 전 대기실에서도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합니다. 호텔에서든 어디든 틈만 나면 ‘모이자’ 그래요. 그러니 우리끼리의 대화량이 엄청나게 많이 쌓였죠. 그 시간을 통해서 우리가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한 그룹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 제일 필요하고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에릭’이요(웃음). 그냥 농담만은 아닙니다. 저는 정말 진심이 있거든요. 물론 멤버들에겐 진심이 없다는 게 아니에요. 제가 정도 많아요. 정 없어 보이죠? 정이 많습니다. 그러니 팀에도 정이 많죠. 어느 집단이든 가끔은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그 정을 가지고, 정신줄을 꽉 붙잡고 중심을 잡으려고 해요. 그런 역할은 저뿐 아니라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할 때도 있을 거고요. 제 자랑은 접고 생각해 보자면, 뻔한 말 같아도 중요한 게 있어요. ‘한 마음’이요. 신뢰만 가지고는 부족해요. 인간적으로 신뢰감 있어도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한다면 오래 지속되기가 곤란하죠. 목표나 꿈에 있어서도 11명의 생각이 다 같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마음이 하나예요. 그게 중요해요. 서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요.

최근까지 월드 투어를 했잖아요. 예전 투어 때와 다른 무언가를 체감하기도 했나요?
너무나 했어요. 제가 활동을 쉰 시기가 있어서 2022년 투어 때 함께하질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미국 내 투어를 데뷔 후 이번에 처음 한 거예요. 본가가 미국에 있는데 이제서야. 유럽 지역 투어도 오랜만에 한 거고요. 다른 멤버들과 달리 투어 공백이 있었다 보니, 전보다 커진 공연장이나 팬들의 규모가 확 와닿았어요. 미국을 돌 때는 드디어 LA에 있는 제 친구들도 공연에 초대하고, 멤버들과 미국을 즐기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로 행복했어요.

새 앨범 활동을 앞두고는 어떤 마음이 드나요?
우리가 선보여온 나름의 색깔이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 있는 마지막 모습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테면 쇼트커트를 앞두고, 지금껏 길러왔던 긴 헤어 스타일에 염색을 한 정도랄까요. 다음번에는 기장부터 모든 게 확 바뀐 스타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성장하려면 단계마다 탈피를 해야 하잖아요. 틀을 깨부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멤버들의 마음도 비슷할 거예요.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면 서로에 대해 잘 알겠네요. 에릭과 가장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요?
큐 형도 꽤 다르지만, 일적으로 보면 선우를 꼽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ENFJ거든요. J 성향이 99%예요. 미리 다 생각하고 계산해두어야 맘이 편해요. 어떤 사람의 말투나 눈빛 하나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요. 네, 머리가 아프죠. 다시 태어나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선우 같은 타입이 보기에 저는 한마디로 좀 쿨하지가 못할 거예요. 막상 LA의 바이브 속에서 자란 사람은 저인데…. 하지만 우리는 망고주스랑 컵라면을 두고서 5시간 동안 대화가 가능합니다.

왜 그렇게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냐고도 했다면서요?
연어라고만 비유한 게 아니에요. 뭐더라… 방어치? 갈배치? 아, 개복치! 연어이자 개복치 같다고 했어요(웃음). 개복치가 그냥 어디 부딪쳤다고 죽고, 놀랐다고 죽고, 뭐만 하면 그렇게 잘 죽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대요.

꽃 자수 디테일이 인상적인 니트는 Dior Men 제품.

참 이상하죠.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선우 씨가 에릭 씨에 대해 오래 말했어요. 두 분이 유닛 활동도 했죠.
선우의 비유가 완전히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굳이 상처받지 않아도 될 일에 상처를 잘 받거든요. 그럴 때마다 또 멤버들에게 의지해요. 선우도 제가 의지하는 멤버예요. 우리가 유닛으로 선보였던 ‘Honey’에 대해선 모든 게 좋았던 기억이에요. 곡도 좋고, 안무도 좋고. 작업 과정도 좋았고, 활동도 재밌었고. 아무래도 3분 정도에 11명이 보여줄 때는 각자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매번 제대로 보여주기가 힘들잖아요. 그 곡으로 저를 다르게 보시고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장사천재 백사장 2>를 촬영하면서 스페인에 머물 때였는데, 선우한테 전화가 왔어요. 선우가 먼저 전화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러더라고요. “이거 무조건 해야 할 것 같아.”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점은 뭔가요?
진심이 있다는 거. 진심을 표현하는 데도 아낌이 없다는 거. 저에겐 ‘대충’이란 개념도 없습니다. 뭘 하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일이든 운동이든 사랑이든 뭐든요. 안 그래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인데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훗날 미련이 남기까지 한다면, 그건 정말 견디지 못할 거예요.

진심과 최선은 서로 통하는 개념이죠.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고요.
네, 그 두 가지가 연결이 돼요. 선우의 표현처럼 제가 굳이 물살과 역방향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헤엄쳐 갔는데, 만약 원래 도달하고 싶었던 그 지점에 딱 도달을 한다면. 그 쾌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이런 경우도 그렇죠. 회사와 제가 생각하는 콘셉트가 다를 때, 어떻게든 설득을 하고 합의점을 찾으려 해요. 납득을 시키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해서 제가 원하는 대로 내놓은 결과물의 반응이 좋으면, 너무 기쁠 수 밖에요. 안무 연습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이 웬만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저는 안무 선생님을 졸라요, 더 맞춰봐야 한다고. 담임 선생님이 숙제 내준 걸 까먹고 그냥 가시려고 하면 손을 들고 “선생님. 어제 숙제 내주신 거 검사 안 하세요?” 하는 아이 같달까? 한마디로 가끔은 피곤하고 귀찮게 구는 존재예요. 하지만 어떤 집단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스스로가 힘들 수 있다는 걸 저도 아는데, 포기할 수가 없어요.

JUHAKNYEON 주학년

로고 장식 티셔츠는 Courreges 제품.

<W Korea> 최근 월드 투어를 마치고 휴가를 다녀왔다 들었어요.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주학년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마자 혼자 푸껫으로 떠났어요. 작년 ‘Lip Gloss’의 뮤직비디오를 필리핀 시아르가오 해변에서 촬영했거든요. 그때 난생처음 서핑을 해봤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언젠가 서핑을 제대로 배워봐야겠다 싶어서 푸껫으로 서핑 여행을 떠났죠. 팔뚝에 난 자국 보이시죠? 정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서핑하느라 피부가 까맣게 탔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근육통이 들 정도로 좀 미련하게 파도를 탔어요.

제주도가 고향이에요. 서핑 성지가 많은 곳인데 유년 시절 서핑 경험은 없었나요?
그때는 서핑이 아니라 물놀이였죠.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한 학년에 한두 학급만 있는 무척 작은 분교였어요. 방과 후엔 남자애들끼리 수건 한 장 두르고 학교 앞 바다로 가서 다이빙하면서 놀았어요. 그땐 서핑이 뭔지도 모른 시절이죠. 학창 시절이 그렇게 평화롭게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중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서울의 예고에 진학하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부모님 반대가 심했는데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하면 허락하시겠다고 해서 그 길로 바로 홀로 떠났어요. 원래는 친구들과 함께 일주할 생각이었거든요.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는데 완주했을 때도 역시나 제 꿈은 확고했어요.

쉴 틈이 주어지면 무조건 아웃도어로 향하는 스타일인가요?
완전히요. 저는 대문자 ‘E’ 성향에 무조건 아웃도어파예요. 이런 점에서 멤버 상연 형과 잘 맞아요. 사실 투어를 돌 땐 예정된 공연만 소화해도 체력 소모가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상연 형과 저는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무조건 나가요. 새벽에 불쑥 스키를 타러 갔다가 제정신 아니라는 소리도 들어봤고요(웃음).

주학년이 입은 트위드 재킷, 셔츠,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는 Wooyoungmi 제품, 첼시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9월 약 3개월에 걸친 월드 투어가 마침표를 찍었어요. 그 시간이 학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 듯하나요?
보람도 있지만 아쉬움도 남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늘 ‘톱 포인트’를 생각하거든요. 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높이 세우는 편이에
요. 2020년 더보이즈가 Mnet <로드 투 킹덤>에 나가 우승하면서 크게 도약했다 생각하는데 늘 거기에서 한 단계 더 오를 방법을 고민해요. <로드 투 킹덤>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건 그 때가 저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거든요. 정말 경연 하나를 마치고 나면 부상자가 한두 명씩 꼭 나왔어요. 모두가 진심이었기에 도약이 가능했는데 비단 이번 월드 투어뿐만이 아니라 늘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면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래서 매번 제 안에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곧 발매하는 미니 9집 <도화선>을 통해서도 도약을 꿈꾸고 있나요? 이번 앨범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가장 기대되는 반응은 무엇이에요?
물론 타이틀곡도 좋지만 저는 수록곡 ‘bAd’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 궁금해요. 굉장히 미니멀한 트랙으로 진행되는 힙합 장르의 곡이거든요. 이제까지 들어본 데모 중에 단연 제일 좋았고 더보이즈가 보여준 적 없는 바이브의 곡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 이 곡에 확신이 있어요. 개인적으론 ‘이 노래에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 음악 안 들어’ 싶을 정도로 애정이 있어요. 타이틀곡뿐 아니라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도 귀 기울여 들어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데뷔 후 7년의 시간이 흘렀죠. 학년이 생각했을 때 지난 7년이란 긴 시간이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모여봐’ 이 한마디. 저희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11명이 무조건 모여서 대화를 나눠요. 다른 팀이 저희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서로 말을 많이 한다고?’ 할 정도로요. 과거 회사에 계시던 실무자가 만든 문화인데, 그분이 퇴사하고도 우리끼리의 모임을 지켜간 것 같아요. 솔직히 이런 팀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해야 서로가 똘똘 뭉칠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는 팀이 된다고 믿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함께한 멤버들이지만 학년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까요?
뉴. 저는 대문자 ‘E’인데 형은 대문자 ‘I’예요. 쉬는 날이면 저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 축구나 배드민턴을 하고 형은 집에서 책 읽는 스타일이에요.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형이 미션을 받은 적이 있어요. 축구를 하는 미션으로 기억하는데 형이 밖에서 뛰노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저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션이었어요(웃음). 마치 주학년에게 일주일 동안 집에만 틀어
박혀 있으라는 미션처럼 느껴졌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학년의 모습은 뭐예요?
글쎄요, 주변에서 항상 한결같다는 말을 해서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겐 해맑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요. 이런 성격은 가족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훗날 제 목표 중 하나도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거예요.

데뷔 후 7년이 흐른 만큼 앞으로 7년 뒤를 내다보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넌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니.” 7년 뒤의 저라면 어떤 아티스트로서 길을 걷고 있을지 기대되는 것 같아요.

NEW 뉴

뉴가 입은 데님 재킷, 팬츠, 스커트, 셔츠는 Wooyoungmi 제품, 로퍼,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바로 얼마 전 파리 패션위크에 다녀왔죠? 사카이 쇼에 초대받았는데, 4대 도시 컬렉션에 참여하는 경험은 어땠나요?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매 순간이 재밌고 좋아서 계속 흥분했네요. 주변에 인파가 많을 때는 대부분 기자님과 관계자일 줄 알았는데, ‘찬희’라고 제 본명을 외쳐주는 소리에 반갑고 놀라기도 했어요.

뉴라면 누구보다도 더 그런 순간을 꿈꾸지 않았을까 짐작했어요. 패셔너블한 신에서 주목받고 쇼맨십을 발휘하는 거, 체질에 잘 맞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내 체질에 맞는구나.’ 저는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패셔너블하게 변신한 제 모습도 좋아하거든요.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복을 입은 상태였는데, 제가 누군지 몰라도 제 패션에 관심 가지면서 ‘이거 어디서 샀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제가 아닌 제 의상과 신발을 봐주는 것도 기쁘더라고요.

뉴의 옷장을 보면 전반적으로 색깔이 많은 편인가요?
아주 알록달록합니다. 그런데 색깔별로 잘 정리를 해놓았어요. 요즘엔 블루에 꽂혀서, 블루 계열이라면 다 좋아요.

가지고 있는 패션 아이템 중에 소유한 지 제일 오래된 건 뭘까요?
딱 떠오르는 건 첫 정산을 받은 후 저를 위해 산 반지요. 그때 부모님과 형수님께도 선물을 해드리고, 저는 까르띠에에서
저스트 앵 끌루 반지를 샀어요. 자주 착용하고 다녀서 팬들도 알아요. 그 반지는 나중에 자선 행사에 참여할 일이 있다거나 기부할 기회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의미 있는 기부를 할 기회가 온다면 제일 먼저 그 반지를 꺼낼 것 같아요.

파리에서는 공식 스케줄을 소화한 것 외에 여유 시간도 좀 있었나요?
원래는 시간이 생기면 쇼핑하러 가는데, 이번에는 그저 본연의 파리를 즐겨보고 싶어서 정처 없이 걸어 다녔어요. 제가
월드 투어로 처음 파리에 가기 전에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거든요? 그 영화로 기억하는 것보다 더 근사한 파리의 모습을 이번에 봤어요. 조금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걸으면서 납작복숭아를 찾아봤는데 못 찾은 게 좀 아쉬워요. 제가 복숭아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페이턴트 가죽 재킷은 Courreges, 안경은 Prada by EssilorLuxottica 제품.

아티스트로서 스스로에 대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뭐예요?
목소리요. 저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팬들 중에는 예전의 좀 더 두꺼웠던 목소리를 좋아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다시 목소리가 두꺼워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들지만, 지금의 저를 사랑해요. 한편으로는 늘 아쉬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싶어서. 한때는 그 아쉬움이 생기는 게 안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아쉽다는 건 그만큼 제가 성장했다는 뜻이더라고요. 1년 전의 내 모습이 아쉽다면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나아졌다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어야 좋은 일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제가 더 기대됩니다.

목 관리를 위해 신경쓰는 점이 있나요?
특별히 있지는 않은데, 감기만 들면 목이 무조건 쉬어서 감기를 조심해요. 공연을 하면서 요령이 늘기도 하지만, 제가 좀 기분파 같거든요. 팬들이 어떻게 해주시는지에 따라 흥분해서 막 소리를 지르기도 해요. 호응이 좋으면 저도 텐션을 올려서 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그래요. 제가 팬들에게 조련 당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더비’들을 조련해주고 싶어요.

내가 전보다 나아지고 성장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아무래도 라이브를 할 때 자주 느끼고, 그 외에는 제가 선택한 것들을 팬들이 좋아해줄 때요. 예를 들어 1번 의상과 2번 의상
을 두고 제가 ‘무조건 1번’을 외쳤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으면 ‘내 선택이 옳았구나, 이제 어느 정도 팬들을 이해하고 만족시켜줄 수 있구나’ 싶어 한층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죠.

미니 9집 <도화선>에서는 뉴의 어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타이틀곡을 녹음할 때는 고음이 많고 기교를 좀 부려야 해서 어려웠는데, 저는 이번 앨범이 ‘수록곡 맛집’이라고 생각하거
든요. 특히 ‘They See Me Dream’이라는 곡은 데모를 듣자마자 제가 너무나 잘 해낼 수 있는 곡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주 몽환적입니다. 더보이즈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힐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해요.

더보이즈에서 뉴와 가장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올라요?
음… 주연이요. 주연이는 차분하지만 예민해요. 안 좋은 의미의 예민함이 아니고요. 저는 예민하지만, 의외로 차분해요.

뉴의 기도는 대체로 어떤 내용인가요?
그저 ‘내일’에 대한 기도를 하죠. 기도는 밥 먹기 전에도 하고, 자기 전에도 하는 거니까. 인생이 감사함의 연속이에요. 제가 원했던 것은 다 이뤄냈을 거예요. 물론 잃은 것도 많지만요.

무엇을 잃었나요?
물질적인 거든 정서적인 거든, 가지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게 많다고 느껴요. 다시 안 돌아오더라고요. 옛날의 나, 그때의 나는 지금 없는 듯해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안쓰러울 때도 많아요. 또 그렇기 때문에 매일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JACOB 제이콥

재킷은 Sankuanz by Samplas 제품, 셔츠,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우리 일요일 아침부터 종일 촬영 중인데, 잠은 푹 자고 나왔나요?
제이콥 2시쯤 누워서 4시쯤 잠든 것 같아요. 쇼츠가 무섭네요.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요.

실물을 보니 더 든든해진 느낌인데요? 오늘 많은 멤버들에게서 확실히 예전에 만났을 때보다 외모에서부터 성숙해진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요즘 운동을 좀 해요. 자세 교정을 하고 싶어서 치료도 받는데, 도움이 되고요. 운동은 배신하지 않아요. 건강하게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도 좋아요.

특별히 신경 써서 운동하는 부위가 있나요?
바른 자세를 위한 교정 외에 제일 관심 가는 건 어깨 쪽이요. 다른 부위는 볼륨이 커지면 춤을 출 때 불편한 느낌이라 그리 욕심 없는데, 어깨 부위의 선은 잘 만들어보고 싶어요. 음식도 잘 먹어야 해요. 제가 음식을 딱히 가리지 않고 ‘배만 채우면 된다’ 쪽이거든요. 그런데 단백질과 야채를 잘 챙겨 먹지 않으면 운동해도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도화선>의 콘셉트와 제이콥의 새로운 어깨가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이번 활동 무대에서는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소리도, 안무도 파워풀해서 우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잘 살아날 것 같아요.

연습생 시절에 어머니에게 울면서 전화한 적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춤도 트레이닝도 낯설었던 소년이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옛날 이야기죠.
음. 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웃음). 엄마가 그 때 혼내주셔서 아직도 이렇게 하고 있는 건 맞아요. ‘그냥 캐나다로 돌아와라’ 하셨으면 정말 갔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번에도 그렇고, 갈수록 걱정보다 기대감이 커져요.

음악적으로는 어떤 고민을 자주 하나요?
자작곡이 늘어나면서, 훗날 제이콥 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비’들에게, 사람들에게 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요. 사운드 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를 공개한 적이 있거든요. 생일 때마다 곡을 모으기도 해서 지금 열 곡 정도 쌓였나 그래요.

제이콥이 입은 보머 재킷, 팬츠는 Rick Owens 제품, 보디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이콥 씨의 경우 아무래도 기타 치면서 노래할 때가 가장 편안하죠?
‘이지 리스닝’이 제 색깔이지 싶어요. 더보이즈 멤버로서는 필요한 보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혼자 음악 할 때는 그냥 제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남에게 먼저 연락을 잘 안 하는데, 곡을 만들 때만큼은 ‘같이 해보고 싶다’ 하면서 먼저 연락하는 편이에요. 음악 생활을 하면서 알고 만나게 된 사람들 대부분이 제가 더보이즈의 제이콥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투어 무대 중 솔로 타임이 있으면 기타를 든 제이콥의 모습을 볼 수 있죠. 기타 피크를 입에 물고 연주한 적도 있던데요?(웃음)
춤추는 무대를 할 때는 정신이 없지만, 발라드 섹션 때는 관중석의 팬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요. 월드 투어라고 하면 그때의 예쁜 그림이 먼저 떠오르네요. 응원봉이나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주면서 음악을 즐기는 더비들의 얼굴이요.

최근에 본 인상적인 공연이 있다면요?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5월에 올림픽공원에서 한 서울재즈페스티벌에는 갔어요. 라우브 무대를 보고 싶어서 케빈과 갔죠.

<더블유>가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미디어 파트너인 거 알아요? 올해 라우브가 공연을 잔디마당에서 한 번, 실내에서 한 번, 이틀 했죠.
저희는 야외무대를 봤는데,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진 않았어요. 조금 아쉬움을 안고 가는 길에 데이식스 선배님들 공연을 하길래 들어가서 봤거든요. 다들 너무 행복해 보였고, 명곡도 많으니 따라 부르게 됐어요. ‘나도 언젠가 내 음악으로 이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팝 음악 중에서도 제이콥의 취향과 맞는 음악 위주로 찾아 듣는 편인가요?
아니요, 그냥 유튜브 뮤직에 뜨는 음악을 두루 들어요. 한동안 컨트리 음악이 많이 들리더라고요. 저는 우리 앨범들에서도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이 더 좋을 때가 많은데, <도화선> 앨범 트랙 중 ‘bAd’라는 곡에도 옛날 소리가 섞여있거든요. 아주 힙하고 재밌는 리듬의 곡입니다. 멤버들이 그 곡을 다 마음에 들어 했어요.

멤버들 중에서 제이콥과 가장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에릭? 일단 목소리 특징부터 아주 반대예요. 그리고 저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데, 에릭은 부지런하게 사는 것처럼 보여요. 보면 늘 움직이고 있어요.

그 에릭이 방금 전에도 우리 앞으로 지나갔습니다. 제이콥 씨는 어떤 경우에 화가 나는 편인가요? 말투도 조곤조곤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느껴지는데, 무대 위에서는 화가 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 갭이 매력적입니다.
그게… 저도 화가 없지는 않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느낌이에요. 기본적인 것들이 안 지켜질 때는 화가 나죠. 하지만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얌전해지면서 말을 안 뱉게 돼요. 그런 성격의 장단점이 있을 거예요. 더보이즈가 보여주는 모습 중에서는 저와 어울리는 것도, 썩 어울리지 않는 것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어떤 힘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해요.

SANGYEON 상연

상연이 입은 하이넥 가죽 재킷은 Carnet Archive, 팬츠는 Cos 제품,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 12월 뮤지컬 <블러디 러브>의 첫 공연을 앞두고 있죠?
상연 네, 안 그래도 어제 처음 연습차 펜타곤 후이 선배님과 만났어요. 고전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1995년 체코에서 초연한 뮤지컬이에요. 국내에선 1998년 초연됐는데 이번에 더욱 현대적으로 각색해 재탄생했어요. 저는 드라큘라의 충직한 집사 ‘디미트루’ 역할을 맡았고요. 아무래도 원작이 고전 스테디셀러인 데다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하게 미디어 믹스화되었잖아요. 여러 레퍼런스를 보면서 말투며 시대적 배경, 의상 등에 관한 사전 지식을 쌓는 중이에요.

올해 2월 <사랑의 불시착>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어요. 어떤 계기로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어요?
팀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사실 예고 연기과를 나오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뮤지컬은 노래, 연기, 퍼포먼스를 모두 동원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잖아요. 뮤지컬 경험이 있으면 제가 무대로 돌아와 표현하는 폭이 훨씬 넓어질 것 같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그간 아이돌로서 제가 고수해온 창법을 많이 내려놨어요. 최대한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뮤지컬 배우분들께 ‘처음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확실히 이 경험을 통해서 발성적으로 훨씬 열린 느낌이 들어요.

10월 말 미니 9집 <도화선>이 발매되죠. 이번 앨범으로 상연이 가장 듣고 싶은 피드백은 뭔가요?

‘더보이즈 이 갈고 나왔구나.’ 타이틀곡 ‘Trigger (導火線)’는 강렬한 하우스 일렉트로 팝 사운드로 시작됐다가 웅장한 힙합 사운드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돼요. 그에 맞게 뮤직비디오, 의상 콘셉트도 과감하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내내 여러모로 ‘혁명’이란 단어가 떠오르더라고 요. 또 타이틀곡이 보컬적으로 난도가 좀 높아요.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러야 하는 구간이 많아요. 실력으로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죠.

트롱프뢰유 탱크톱은 Balmain 제품, 팬츠, 브레이슬릿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보이즈 데뷔 후 지난 7년은 리더 상연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을까요?
저란 사람을 많이 바꾸었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원래 저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힘들면 투정도 부리고 싶어 하는 사람 같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힘들고 흔들려도 동생들에게 그걸 표출하지 않아요. 리더로서 제가 약한 소리를 하면 동생들도 영향을 받잖아요. 그래서 매사 한결같이 ‘쿨’하려고 했어요. 또 제가 멘탈이 강하기도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친구들과 한잔하고 나면 다 풀리고요. 자고 일어나면 고민들이 리셋돼요. 이게 제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11명의 멤버가 지난 시간을 함께 지속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연습생 시절까지 합하면 10년 가까이 함께해왔잖아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고요. 저희 관계는 굉장히 평등하거든요. 형 동생 할 것 없이 이제 모두가 친구예요. 가끔 맏형이자 리더로서 애들이 촬영장에 집합해서 뭉그적거리고 있을 땐 혈압이 좀 오르긴 하지만요(웃음). 강압적인 분위기가 없었기에 오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인원 그룹이 두루 사이가 좋긴 힘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모여서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눠요. 서로 싫은 소리도 가감 없이 하고 뭔가를 결정할 때 거수도 하면서. 아무래도 이런 소통이 지난 7년을 가능하게 했지 싶어요.

요즘 상연이 몰두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최근 휴가가 주어져서 3박 4일 혼자서 스위스로 배낭여행을 다녀왔어요. 올해 첫 휴가였거든요. 다른 멤버들이 쉴 때 저는 뮤지컬을 하고 있어서. 매니저 형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 해외에 나간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기차표 예약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저에겐 첫 도전이었어요. 챗 GPT에게 물어가며 하나씩 퀘스트를 깨듯 해갔는데 그게 뭐라고 작은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역시 경험을 다양하게 쌓아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어요. 바이크를 빌려 루체른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온천이 딸린 호텔에 묵으며 창 너머 설산을 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지금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힐링되고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더보이즈 멤버 중 상연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뉴. 서로 성향이 완전히 극과 극이에요. 저는 활동적인 걸 좋아하고 가만히 몸을 못 두는 타입이에요. 시간만 나면 축구나 스노보드, 레이크보드를 타러 나가고요. 반면 뉴는 굉장히 차분해요. 저는 요즘 비로소 푹 쉬면서 침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의 재미를 조금씩 알게 된 수준이지만요.

올해 상연이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을까요?
제가 카메라 앞에서 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걸 잘 못해요. 그래서 다른 멤버에 비해 브이로그 콘텐츠가 적은데 그 몇 없는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로 불렸는데 영상 너머론 차분하다 못해 의젓해 보이더라고요. 어렸을 땐 에릭만큼 에너지가 넘쳤거든요. 이런 제 모습이 매력적으로 비치진 않겠다 깨달으며 이제 본연의 모습을 표출해보자 느꼈어요. 앞으로 제 모습을 더 꺼내서 펼쳐 보일 것 같아요.

KEVIN 케빈

아가일 패턴 스웨터, 체크무늬 팬츠는 Marni 제품.

<W Korea> 케빈의 SNS 팔로잉 목록에서 더보이즈 멤버가 아닌 사람이 딱 한 명 있어요. 비욘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케빈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아티스트예요. 작년 ‘르네상스’ 월드투어의 LA 첫 공연과 브라질 상 루이스 공연을 직접 봤을 정도로 ‘찐팬’이에요. 음악에 사회 정치적, 역사적 메시지를 담아 앨범을 꾸리는데 저에겐 총체적 예술로 다가와요. 뮤지션에 가둬지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 같아요. 특히 ‘르네상스 3부작’이라 불리는 최근 두 앨범 <Remaissance>, <Cowboy Carter>가 저에겐 충격 그 자체였어요. 전자는 하우스, 후자는 컨트리 장르를 표방하는데 지금 시대에 그 둘은 백인이 주류로 탐구하는 장르로 통하잖아요. 그런데 비욘세는 두 앨범을 통해 두 장르의 뿌리에 흑인의 존재가 있었음을 말해요. 비욘세의 예술성에 대해선 정말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어요.

케빈은 예술적 안테나가 많은 사람 같아요. 음악 뿐 아니라 패션, 미술,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죠?
네. 한동안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는데 애플 펜슬을 두 번째 분실한 후로는 잠시 뜸해지긴 했어요. 그림 그릴 땐 패러디, 매시업을 많이 사용해요. 거미 공포증이 있는 스파이더맨을 그린다거나 저넬 모네이를 모네 화풍으로 풀어본다거나. 정말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요즘 롤모델은 퍼렐이에요. 음악, 패션, 디자인,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요.

케빈이 입은 스티치 디테일 코트는 Maison Margiela 제품.

케빈이 아트 디렉터가 되어 솔로 앨범을 구상한다 했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져요?
제가 솔로로 데뷔한다면 레퍼런스는 무조건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uit&Tie’가 될 거예요. 이 곡의 빅 밴드 사운드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제 생각에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파워 보컬은 아니지만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잘 아는 사람이에요. 비주얼은 영화 <바빌론>과 <위 대한 개츠비>를 모티프로 하고 재즈적 요소를 샘플링한 곡도 채워 넣고 싶어요.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앨범이 탄생할 듯한데, 음악적 메시지는 어떻게 가져가고 싶나요?
저는 캐나다에서 자랐어요. 동양인으로서 캐나다에서 자라며 정체성, 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많았어요. 일곱 살 때부터 뮤지컬을 했는데 한번은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에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동양인 역할이 없는데 내가 캐스팅이 될까?” 어린 마음에 뱉은 말인데 지금 와서 그 당시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싶어요. 이런 저만의 역사를 정리하고 얘기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어요.

미니 9집 <導火線>은 ‘정해진 규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렇다면 케빈에게 정해진 규칙을 깨도 좋다고 느끼게 한 인물은 누구였어요?
할머니요. 할머니는 언제나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을 하는 소신 있는 여성이셨대요. 이웃에게 눈총을 받아도 노숙인을 위해 끼니를 챙겨줬고요. 그 DNA가 어머니에게, 또 저에게 전달된 것 같아요. 어머니는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고 그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분이에요. 몰랐는데, 어머니가 한인 커뮤니티의 리더 역할을 하신 모양이에요. 지금 한국에는 해외 출신 아이돌이 많잖아요. 그 친구들끼리 뭉친 모임이 있는데 같은 해외 출신의 신인이 데뷔하면 꼭 모임의 존재를 알려줘요.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특히 같은 캐나다 출신인 NCT 마크와 친하죠. 언제 재즈 바에 간 적이 있는데 손님이 명도 없이 텅 빈 날이었거든요. 그때 둘이 피아노, 기타를 잡고 즉흥 잼을 했는데 종종 그때 찍은 영상을 서로 공유해요. ‘이때 기억나냐’ 하면서 서로 힘든 시기에 그걸 보면서 위안을 얻죠.

더보이즈로 보낸 지난 7년의 시간은 케빈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나요?
사실 이 직업을 막 시작했을 땐 거부감도 조금 있었어요. 맘껏 저만의 창의력을 펼치던 캐나다와는 환경이 많이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나를 지켜야 해’라며 마음의 문을 닫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한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내가 펼치고자 하는 꿈을 도와주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깨달으면서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더보이즈 멤버 중 케빈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현재. 형과는 서로 장난을 엄청 치면서 지내는데 서로 관심사가 정말 달라요.

올해 케빈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올해 투어를 돌면서 처음으로 상의 탈의를 했어요(웃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저에겐 큰 사건이었어요. 지난 7년을 돌아보면 정말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살을 뺐거든요. 한창 몸무게에 대한 강박이 있을 땐 멤버들에게조차 체중을 공개하는 게 부끄러워서 화장실에 체중계를 들고 갈 정도였어요. 그런데 꾸준히 운동해서 이번 투어 때 탈의를 했고, 저의 이런 과정을 언젠가 라이브에서 팬분들께 전한 적이 있어요. 이후로 본인 역시 비슷한 과거가 있고 여전히 이겨내는 중인데 용기 내 저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웠다는 댓글을 많이 받았어요. 단지 저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그게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꼈어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제이콥이 입은 블랙 테일러드 슈트는 Amiri 제품. 케빈이 입은 재킷, 셔츠는 Amiri 제품. 뉴가 입은 재킷, 셔츠는 Thom Browne 제품. 주학년이 입은 셔츠, 타이, 재킷은 Loewe 제품. 상연이 입은 시어링 재킷, 셔츠는 Berluti 제품. 큐가 입은 스웨이드 보머 재킷, 플래드 셔츠, 로고 장식 스웨터, 데님 팬츠, 레이스업 슈즈는 Polo Ralph Lauren 제품. 에릭이 입은 셔츠, 시스루 니트, 레더 팬츠, 첼시부츠는 Diesel 제품. 현재가 입은 집업 카디건, 셔츠, 타이,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훈이 입은 보머 재킷, 테일러드 재킷, 니트, 팬츠는 Givenchy 제품. 주연이 입은 오버사이즈 재킷, 팬츠는 Balenciaga 제품. 선우가 입은 프린팅 재킷, 화이트 셔츠, 탱크톱, 벨트, 팬츠, 로퍼는 Amiri 제품.
패션 에디터
김현지, 신지연
피처 에디터
권은경, 전여울
포토그래퍼
최나랑
스타일리스트
이동연
메이크업
이영
헤어
장해인
세트
이예슬
어시스턴트
박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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