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 5

김나래

은은하고, 온화한 작가 한강의 세계

세상이 온통 시끄럽습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에서 여자 주인공인 나영(그레타 리)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면서 “한국 사람들은 노벨상을 타지 못한다”라고 남긴 대사에 이제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겠어요.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하면서 모두가 이 ‘기분 좋은 사건’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로,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하고, 올해로 작가 데뷔 31년 차가 된 작가 한강. 그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살펴봅니다.

서촌의 독립 서점 ‘책방오늘,’의 주인

지난해 7월 양재동에서 통의동으로 자리를 옮긴 3평 남짓한 작은 독립 책방오늘,.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이곳이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노벨상 수상 이후, 한강은 SNS를 통해 당분간 서점이 ‘임시 휴업’한다는 소식을 알렸지만, 주말 내내 꽃과 축하 편지를 들고 발걸음하는 이들로 서촌 일대가 들썩였다고 합니다. 평소 책방은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답게 낭독회와 공연, 글쓰기 워크숍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이 열렸다고 해요. 특히 작가가 자신의 책장을 소개하는 ‘작가의 서가’ 코너의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형제, ‘문인 가족’

작가 한강은 자신의 수상을 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불의 딸>, <포구>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은 작가 한강의 아버지, ‘받침 없는 동화’ 시리즈로 잘 알려진 동화 작가이자 소설가인 한규호는 작가의 오빠, 남동생인 한강인은 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머니를 제외하고서 가족 전체가 글 쓰는 삶을 일구고 있는 셈입니다.

작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작품 <소년이 온다>, 작가가 꽤 자전적인 작품이라 밝힌 <흰>, 그리고 “무려 3년간 쓰면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밝힌 <채식주의자>, 가장 최근의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그가 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추천합니다. “어떤 저녁은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투명했다.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는 작가의 말로 시작되는 시집은 삶을 언제나 바다처럼 깊은 마음으로 바라본 그의 진실한 언어가 깊숙하게 담겨있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까운 마음이 들게 해요. 그의 소설이 너무 여실한 내용이라 처음부터 읽기에 고통스러운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시집부터 도전해보기를 권유합니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의 인연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가 없었더라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을 거예요.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번역서 출판사인 <틸티드 악시스 프레스(Tilted Axis Press)>를 운영 중인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2009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뜨거운 열정의 번역가인데요,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면서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공동 수상하고, 이후로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도 번역했죠. 인간이 행하는 의미 있는 일에는 결정적 순간이 따르는데, 아마도 작가 한강에게는 데보라 스미스와의 만남이 그러한 순간이지 않을까요?

2114년 공개될 한강의 미공개 작품

우리가 2114년까지 살아야만 볼 수 있는 작가 한강의 미공개 작품이 하나 있어요. 스코틀랜드의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의 주도로 시작된 노르웨이의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년 한 명의 작가에게 미공개 원고를 받아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봉인한 뒤 2114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작업인데요. 2014년부터 시작된 해당 프로젝트에 한강도 참여했습니다. 2019년,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뒤 작가가 전달한 작품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사진
Gettyimages, 인스타그램@onulbooks_in_seochon, @studio.katie.pa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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