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가 쏘아 올린 불꽃으로 이 도시에 호화로운 축제가 열리는 시간.
프리즈 서울 2024를 앞둔 8월 말부터 페어가 열리는 주간인 9월 첫째 주 동안, 다시 한번 현대미술을 둘러싼 열기가 서울 곳곳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크고 작은 공간들이 새로운 전시를 오픈했고, 미술계 인사들은 물론 호기심 많은 시민들까지 포용하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러한 일들이 아트 위크를 맞이하는 도시에서 늘 벌어지는 공식이라면, 그 공식 아래 시시각각 펼쳐진 구체적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발견의 기쁨이다. 우리는 서울의 아트 신을 경계 없이 누볐다. 낙원상가에 자리한 전시 공간과 비영리 문화 공간부터 해외 갤러리의 지점, 패션 하우스가 꾀한 자리, 신생 아트페어 현장까지. 삼청동에서 을지로로 이어지는 종로 일대를 거쳐 성수동, 한남동, 청담동까지. 이것은 뜨거웠던 그 시간이 금세 휘발되지 않도록 충실하게 채집한 다큐멘터리적인 기록이자,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된 예술과 패션의 만남을 <더블유>다운 뷰로 구성한 모멘트이다.
에스더 쉬퍼, 토마슈 크렝치츠키 개인전 <젠틀 스핀> 8.31~10.26
WWNN, 단체전
<Fairy Tales>
8.24~9.22
뤽 타이만스, 카를라 아로차&스테판 슈라넨, 마크 밍 찬, 박재훈, 제시 시겔, 얀 톰자 오시에츠키, 바네사 반 오브베르겐, 라킴.
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 순회전에는 아티스트 각자가 생각하는 담배에 대한 상상을 담은 작품이 놓여 있었다. 모델이 물고 포즈를 취한 작품은 그중 하나.
Photographer NIKOLAI AHN
페로탕 서울,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 개인전
<기계 속의 유령>
8.30~10.19
오슬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형상화하는 데 주목한다. MBTI 테스트에 기반해 인물의 특성을 기하학적 단위로 세분하고, 조립된 캐릭터 같은 형상의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재밌다. 모델과 함께한 작가가 모델의 얼굴에 작품에서 떨어져나온 듯한 도형을 직접 그려주었다.
푸투라 서울, 레픽 아나돌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
9.5~12.8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및 여러 학술 기관의 데이터, 그리고 전 세계 열여섯 군데 우림에서 수집한 사진, 소리, 3D스캔 데이터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으로 공감각적 미디어 아트를 구현한 전시. 거대한 스크린 앞에 있으면, 대자연의 복잡다단하고 황홀한 이미지 속에 잠기는 듯하다.
MO by CAN, 3인전
<경계 그리기, 경계 흐리기. Between The Lines.>
8.30~9.27
성북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전한 캔 파운데이션의 새로운 보금자리, MO에서 열린 단체전 중 안솔지 작가의 설치작 앞에서. 작가는 이주로 인해 붕괴하는 자아와 신체 정체성을 투명하고 단단한 물질로 치환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Photographer NIKOLAI AHN
더 프리뷰 성수
8.31~9.3
국내 젊은 갤러리 39개가 참여한 신생 아트페어. 부스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를 부대 프로그램으로 진행해 성수동을 뜨겁게 만들었다. 한국 무용과 소리꾼, 전통 악기가 흥을 돋운 ‘난장’ 퍼포먼스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에 맞춰 예술적 몸짓을 보여준 드래그 퀸 모어와 <더블유>가 어우러진 순간.
송은, 피노 컬렉션전
<Portrait of a Collection>
9.4~11.23
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소장품인 회화,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 60점이 서울에 왔다. 그중 서늘한 푸른빛 얼굴에 진동하는 형광색 광륜을 띤 초상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위스 화가 미리암 칸은 이 작품 ‘o.t., Nov. 94’에서 손가락으로 마구 문지른 흔적을 통해 그녀만의 열꽃을 피운다.
Photographer FRANÇOIS DOURY
돌체앤가바나&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콜라보레이션 파티
9.5
밤늦은 시각까지 청담동 일대 갤러리들의 불이 꺼지지 않았던 ‘청담 나이트’의 날, <더블유>는 기예르모 로르카의 작품을 둘러싸고 패션 피플이 모여든 파티 속으로 향했다.
서울리딩룸
‘제3회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9.4
아트 위크에 갤러리와 미술관만 사람들로 가득한 건 아니다. 서울의 아트 신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는 미술 관련 워크숍을 비롯해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미술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이들의 모임이자 공간 이름인 ‘서울리딩룸’이 있다. 숨 가쁜 행사들을 마치고 조용히 미술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리는 ‘삼청 나이트’의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MO by CAN, 3인전
<경계 그리기, 경계 흐리기, Between The Lines.>
에스더 쉬퍼, 토마슈 크렝치츠키 개인전
<젠틀 스핀>
8.31~10.26
스케일과 신체에 주목하는 회화를 그리는 작가의 이번 신작들에서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하는 행위나 일상의 익숙한 물건들이 특정 상황에 놓인 장면을 볼 수 있다. 구상 속에서 추상적 면모를 찾는 시도와 다양한 미술사를 참조한 끝에 남은 단순하고 명료한 이미지들이다. 군데군데 초소형 사이즈 회화가 배치된 모습마저 재밌는 전시.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기예르모 로르카 개인전
<The Shine in The Other Room>
8.31~10.12
아름다움, 폭력, 연약함, 에로티시즘, 마법 등의 주제를 고전 회화풍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첫 아시아 전시.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전형적인 인물상과 신화를 재구성한 작품들에서 원초적인 힘을, 동시에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각을 느낄 수 있다.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단체전
<오리너구리와 유니콘>
9.6~10.6
물이 담긴 각종 유리병과 구조물로 실험실처럼 보이는 이곳은 백정기 작가의 설치작 ‘자연사 박물관’ 속이다. 전시 주제는 인간이 세운 분류 체계에 따라 생명을 범주화하는 일에 의구심을 던지는 것. 작가는 여러 생물종을 ‘물’로써 호명한다. 이곳에서라면, 종과 종 사이의 구분은 라벨의 이름들이 물을 투과하여 일렁이듯 모호해진다.
바이오 갤러리,
베드란 코플랴르(& 부모님) 개인전
<메타 탐정 학교>
8.30~10.5
벨기에 출신의 작가는 작업에서 부모님이 차지하는 큰 역할을 나타내기 위해 자기 이름 옆에 ‘& parents’라고 더한 이름을 활동명으로 쓴다. 전시 제목이 알쏭달쏭한데, 어쨌든 이 알 수 없는 ‘학교’의 교리가 ‘혼란’이다. 귀여운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회화들, 그에 맞춰 벽과 창문으로 이어지는 채색과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흥미로운 전시다. 푸른색 회화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혼돈은 당신의 친구입니다.’
d/p,
토크 프로그램 <d/p 유산 연구실: Open Reference 10>
9.2
낙원상가에 자리한 전시 공간 d/p는 동시대 미술의 토대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시작으로, 미술계 인사들이 모여 참고 문헌, 경험, 기억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술비평가 이한범이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기 위해 ‘왼발을 뒤로, 다시 오른발을 뒤로, 그리고 어둠을 껴안듯이’라는 글을 띄운 순간.
WWNN, 단체전
<Fairy Tales>
8.24~9.22
동화의 구조를 차용해 사회의 명암을 드러내고자 한 전시 중 모델과 함께 있는 작품은 바네사 반 오브베르겐의 디지털 프린트 작품들. 대구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작가는 ‘문서’의 역할과 정보가 번역될 때 발생하는 오해에 대해 줄곧 탐구해왔다.
푸투라 서울, 레픽 아나돌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
더 프리뷰 성수, 갤러리 인 부스
<Asset Store>
8.31~9.3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조각들 사이 숨은 모델 찾기 놀이. 갤러리 인의 부스 한켠에서 신종민 작가의 작은 개인전이 열렸다. 작가는 가볍고 각진 로우폴리곤 소재로 디지털 합성 이미지에 가까운 조각적 형태를 구현한다.
Photographer NIKOLAI AHN
에스더 쉬퍼, 토마슈 크렝치츠키 개인전
<젠틀 스핀>
까사 로에베 서울, 이재익 특별전
<Shape of Life>
9.3~8
‘프리즈 위크 서울 2024’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로에베가 마련한 특별 전시다.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이재익 작가가 기존 작품과 더불어 로에베 가죽으로 제작한 브로치 시리즈 컬렉션 ‘Lifeform’을 공개했다. 모델이 입에 물고 있는 브로치의 묘한 형태처럼, 작가는 신체 장기와 세포를 모티프 삼은 재치 있는 브로치를 다수 선보인 적이 있다.
푸투라 서울, 레픽 아나돌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
푸투라 서울, 레픽 아나돌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
WWNN, 단체전
<Fairy Tales> 중 뤽 타이만스의 ‘Seconds II (5, 14, 23)’
더레퍼런스, 김사직 개인전
<생명은 모두, 원의 중심에서 온다>
8.23~9.22
재일 한국인 3세인 작가는 한국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태초의 탄생과 존재의 근원, 정체성의 문제를 다뤄왔다. 일본 사회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나’의 세계관을 무대 사진 기법으로 표현한 시리즈 중 ‘삼신할머니’에서는 고국을 잃은 작가가 새로운 고국을 낳고자 하는 염원이 느껴진다.
신세계갤러리 청담, 스털링 루비 개인전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
9.5~11.30
스털링 루비의 신작 40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전시다. 두꺼운 오일 스틱 작업에 골판지를 더해 완성한 추상, ‘터바인’ 시리즈는 폭발하는 에너지와 질감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파스텔 컬러로 이루어진 작품 ‘TURBINE. Five Steps of Mourning.’에 네모난 형상으로 계단처럼 쌓인 골판지 콜라주는 ‘애도의 단계’를 드러내듯이 여러 색감 속에 자리하고 있다.
- 포토그래퍼
- 오성재, 니콜라이 안
- 모델
- 루루, 앨리스, 윤보미, 이주원, 박희정, 안재형, 김정식, 소진호
- 헤어
- 곽한빈, 이혜진, 이현우, 강지원
- 메이크업
- 김신영, 안세영, 최민석, 황희정, 김태영, 이숙경
- 어시스턴트
- 나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