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크루 가입을 망설이는 당신이 봐야할 글

장진영

러닝 대유행 시대.

러닝이 유행입니다. 러닝코어 패션을 비롯해 함께 달리는 런 크루 문화 붐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런 크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데요. 잿밥에만 관심 있는 모임이라는 편견이죠. 하지만 작년 처음 참여해 본 10km 마라톤으로 공동체의식과 연대감을 배운 에디터로선 이 트렌드가 그저 반갑습니다. 건강한 열정과 자유로운 마음이 응집된 순수하고도 강렬한 에너지는, 단순한 말들로 폄하되기엔 참 아름답거든요. 최근에는 그 커뮤니티의 가치를 다시금 곱씹을 수 있는 고귀한 경험을 했는데요. <나이키 런 제주 2024>에 직접 참가자로 나선 이야기입니다.

<나이키 런 제주 2024>는 4명으로 꾸려진 팀 러너들이 각각 11km 코스와 9km 코스를 릴레이로 달려 41km를 완성하는 대회입니다. 토요일(28일) 새벽, 김포 공항은 외적인 모습에서부터 러너임이 느껴지는 참가자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예선전을 치뤄 720팀(2,880명)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완주해 선발된 남녀 각 35개 팀(280명)의 ‘능력자들’ 만이 참가하는 대회였거든요. 아, 에디터가 그 정도의 실력이 되어 참가한 건 아니고, 나이키의 초청을 받아 동료 에디터들로 구성된 미디어팀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공항과 비행기를 로고로 덮은 나이키의 ‘클라스’.
공항과 비행기를 로고로 덮은 나이키의 ‘클라스’.
공항과 비행기를 로고로 덮은 나이키의 ‘클라스’.

대회는 은근히 긴장되었습니다. 연륜으로 가득 찬 러너들과 어깨를 겨룬다는 사실이 꽤나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평소의 운동량이라곤 생활체육 수준의 수영과 가끔 즐기는 조깅이 전부니까요. 더군다나 용감하게 11.1km 코스를 뛰는 1번 주자로 나섰거든요. 팀 이름으로 응원 도구를 만들고, 타코를 먹고, 의자에 앉아 쉬었지만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공항에서 본, ‘겁나’와 ‘신나’를 혼용한 나이키 캠페인 문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죠. ‘그저 파티라고 생각하라’는 사회자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 스포츠는 즐겨야지. 제주도까지 왔는데!

내 이야기가 따로 없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5, 4, 3, 2, 1… 나이키 런!”

첫 번째 주자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숙제가 하나 있었는데,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두 시의 해와 해변가의 강풍을 직격으로 견뎌야 했던 겁니다.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지친 이유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쨍한 햇빛 아래에서 러닝을 해 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뛰기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말 없이 위로가 되어준 제주의 푸른 바다.

이미 좀 뛴다는 사람들은 모두 앞서나가고, 길 위의 그림자는 금방 두세 개로 줄었습니다. 꼴찌라는 생각은 조급한 마음을 불렀고, 호흡을 망치더군요. 이따금 탁 트인 바다로 시선을 돌리며 뛰다가,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뛰기도 하고, 이내 각성하고 자세를 고쳐 뛰기를 반복했습니다. 저 앞에 분홍색 반바지를 입은 사람과 너무 뒤쳐지지 않게만 뛰자는 생각을 하며.

“파이팅!”

반환 지점을 지난 러너들의 응원 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실력은 다를지언정 고생과 목표를 같이하는 이들의 꾸밈없는 마음이 그대로 와닿았습니다. 그것이 고마워 허겁지겁 숨 쉬기도 급한 와중에 함께 ‘파이팅’을 외쳤죠. 이상하게도 타인을 위해 외치는 파이팅은 스스로에게 더욱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알려주는 팻말은 점점 느리게 등장했고 그건 그만큼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었어요. 분홍색 반바지도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죠. 대신 다른 러너의 지친 등이 눈에 보였습니다.

뒤에서 파이팅을 외치자 앞에서 ‘할 수 있다!’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외로운 트랙에 나 혼자만 놓여진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동질감은 꼭 이 러너와 함께 달려서 완주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변했습니다.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으나 숨 쉬기가 힘드니 감상에 빠지는 것도 사치였어요. 최선은 그저 머리를 비운 채 천천히, 계속 달리는 것.

드디어 골인 지점이 보입니다. 2주자에게 바통의 역할을 하는 어깨띠를 건넸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 미안한 마음을 실은 채.

바통의 역할이자 서로의 매개체가 되어준 어깨띠.
여자부 1위 팀이 결정되던 희열의 순간.

그리고선 이제야 눈으로 확인하는 함께 뛴 러너의 얼굴!

“아이고, 수고하셨어요!”

땀범벅이 되어 장렬한 포옹을 나눈 후 그녀가 말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와중에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응원의 말 한 마디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나와 같은 사람이 이 길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힘을 얻은 게 에디터 뿐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는 서로가 없었으면 못 뛰었을 거라는 말을 두서없이 나눴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진한 우정을 쌓은 듯한 그 기분이란.

첫 주자로 달린 덕분에 이후부턴 다른 러너들이 뛰는 모습을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었는데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돌아온 러너에게 물을 뿌려주고 안아주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니기에 더욱 끈끈해진 마음의 연결 고리는 이토록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존경스러운 러너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코난 해변의 낭만적인 일몰 아래서 순위권에 오른 팀을 축하하고, 함께 뛴 에디터들과 맥주로 성취감을 촉촉하게 적신 후 숙소로 돌아가서는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지금은 온몸이 쑤시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회 당일 스멀스멀 느껴지던 감기 기운은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은 듯 존재감을 알리는 중이죠. 하하.

11.12km, 1시간 13분의 시간이 흐른 이 날의 기록.

<나이키 런 제주 2024>는 실력자들과 함께 뛰었다는 점에서 한 편으론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달 뒤엔 춘천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데요. 좀 더 연습해서 체력을 기르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페이스를 고르게 뛸 수 있도록 노력하기. 살다 보니 러닝이란 종목에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다 오네요. 러닝 ‘애송이’에겐 이 모든 것이 재밌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언젠가 풀 코스 마라톤을 뛰는 날도 올까요? 글쎄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내일도 에디터는 함께하는 런 크루와 한강을 달릴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나이키의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Courtesy of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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