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가장 섹시한 곳은 얼굴이다, 25 SS 발망 컬렉션

명수진

BALMAIN 2025 SS 컬렉션

파리 패션 위크 3일차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저녁. 발망은 파리 샤요 궁(Palais de Chaillot)에서 새로운 향수 ‘레 제테르넬 드 발망(Les Éternels de Balmain)’의 공식 론칭과 함께 25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의 테마는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Illusions of Beauty)’.

붉은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칠한 여성의 얼굴과 손이 프린트된 드레스가 오프닝을 열었을 때 관객들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초현실주의와 80년대 글래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말이다. 드레스는 어깨와 히프 라인을 과장되게 강조했고, 수십만 개의 비즈를 드레스에 촘촘히 장식하여 마치 글리터 메이크업처럼 반짝거렸다. 메이크업한 여성의 얼굴을 담은 초현실주의적 드레스는 다양한 길이와 디테일로 변주되며 관능적인 이브닝 턱시도와 만났다. 턱시도 재킷 역시 하늘로 치솟은 파워 숄더를 장착한 모습이었다. 이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발망을 맡으며 하우스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온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데카르넹(Christophe Decarnin)이 여성의 몸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피에르 발망의 ‘졸리 마담’ 컬렉션을 재해석하며 선보인 것으로,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이를 좀 더 과장되게 표현했다.

파리지엔느 시크의 상징인 마리니에르(marinière) 스트라이프는 글래머러스한 골드 체인과 진주 디테일을 더해서 화려하게 선보였고, 지킬앤하이드처럼 반은 뷔스테에, 반은 재킷은 팬츠 슈트로 된 비대칭 슈트 등 고혹적이면서도 기묘한 분위기의 페미닌 스타일을 선보였다. 마치 온몸에 진흙을 발라 몰딩 한 것 같은 원피스는 올해 멧 갈라에서 타일라(Tyla)가 입어 화제가 된 발망의 모래 드레스를 떠오르게 했다. 석상의 얼굴을 담은 펜슬스커트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더했다. 향수병 모양을 그대로 딴 블랙과 골드 컬러의 원피스가 있었는데 이는 피에르 발망이 1946년에 선보인 향수 방베르(Vent Vert)의 형태를 재현한 것이다. 립스틱 모양의 이어링, 금색 향수병 모양의 미니 백, 굽 부분에 립스틱을 장착한 펌프스, 아이섀도 팔레트를 연결한 듯한 뱅글까지 뷰티 모티프를 담은 액세서리 역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여자들의 가장 아름다운 신체 부위는 바로 얼굴이다’라고 했던 자신의 과거 어록을 이번 시즌에 그대로 실현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모델들을 캐스팅하며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조명했다. 1980년대의 스타 모델이었던 59세의 폴리나 포리즈코바(Paulina Porizkova)가 올리비에 루스테잉과 함께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냈다. 객석에는 발망의 새로운 뷰티 라이선스 파트너인 에스티 로더 그룹의 회장 윌리엄 로더(William P. Lauder)가 참석해 이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2012년, 파산 위기의 순간에 패션 매출을 10배 넘게 올리며 극적으로 부활했던 발망. 새로운 뷰티 비즈니스는 발망에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영상
Courtesy of B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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