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재해석된 작가주의, 25 SS 맥퀸 컬렉션

명수진

McQUEEN 2025 SS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사라 버튼에서 션 맥기르로 교체한 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맥퀸. 대부분은 전임자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 때문에 생긴 노이즈였기에 션 맥기르가 두 번째 선보이는 맥퀸은 여전히 높은 기대감 속에서 열렸다. 25 SS 컬렉션은 파리 패션위크 6일차 토요일 밤 8시, 센 강변 좌안에 있는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 파리 국립 고등 미술 학교)에서 열렸다. 부서진 듯한 콘크리트와 강철로 된 런웨이는 영국 아티스트 톰 스컷(Tom Scutt)과의 콜라보로 완성한 것. 컬렉션이 시작되기 전 잠깐의 암전으로 여기저기에서 핸드폰 불빛이 켜졌고, 마치 콘서트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자욱한 연기가 런웨이에 깔리고 조명이 들어오며 빠른 비트로 컬렉션이 시작됐다.

맥퀸 25 SS 컬렉션의 오프닝은 날렵한 테일러링의 블랙 턱시도가 열었다. 블랙 턱시도는 배꼽 부위에서 움켜쥔 듯 주름을 잡은 테일러링이 독특했다. 이로써 허리는 잘록하고 상대적으로 어깨는 더욱 각져 보이며 아찔한 라인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너로 매치한 화이트 블라우스는 그야말로 찢긴 것처럼 갈래갈래 갈라져 있었다. 션 맥기르는 하우스의 아카이브로 남겨진 알렉산더 맥퀸의 스케치와 맥퀸의 두 번째 컬렉션인 1994년 FW 시즌의 ‘밴시(Banshee)’ 쇼에서 이번 시즌의 영감을 얻었다. 밴시는 아일랜드 민화에 나오는 여자 유령으로 구슬픈 울음소리 우는 날은 누군가가 곧 죽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전설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션 맥기르는 어린 시절부터 밴시 이야기를 들었다며, ‘밴시는 맥퀸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내가 자라면서 접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매우 개인적인 느낌이 든다’고 귀띔했다. 테일러링부터 내러티브까지 션 맥기르의 고심이 고스란히 전달된 훌륭한 오프닝이었다.

이후 로맨틱하면서도 으스스한 드레스가 이어졌다. 가시 모양이 돋친 블랙 시스루 드레스는 ‘밴시’ 컬렉션으로부터받은 영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맥퀸 특유의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은, 찢기고 헤진 것 같은 러플 원피스는 캐주얼한 틴트 선글라스를 매치해서 잔뜩 들어간 힘을 다소 뺐다. 컨셉슈얼한 컬렉션 사이 등장한 브라운 체크 슈트와 코트, 레더 바이크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매장에서도 충분히 살만한 것들이었다. 카키, 오렌지 컬러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컬렉션 라인 중에는 버슬 미니스커트가 눈에 띄었다.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피날레를 장식한 크리스털 드레스였다. 어두운 숲속을 뚫고 나온 유령처럼 얼굴까지 뒤덮은 크리스털 넝쿨 드레스가 등장하자 객석이 핸드폰이 일제히 기립했다. 션 맥기르에게 약간의 의구심을 품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이 드레스 한 벌로 풀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슬부터 코르셋, 깃털, 헤드기어, 투우사 재킷까지 맥퀸의 아카이브를 훌륭하게 살리면서 쇼핑할 만한 아이템도 종종 눈에 띄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맥퀸의 작가주의가 딱 요즘 스타일로 쿨하게 해석됐다.

“밴시는 맥퀸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고, 제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고독하고 불길한 인물의 울부짖음에 대해서. 이제 저에게 밴시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솔직한 사람, 타인을 이끄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

영상
Courtesy of Mc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