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부터 25일까지, 성수동에서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독특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텅 빈 공간에 흰 상자들이 쌓여 있고, 그 위에 흰 노트가 여러 권 놓여 있습니다. 막 출고된 목업(Moke-up)을 연상시키는 무지 노트. <Design Here>라는 제목의 이 그래픽 전시에 그래픽은 없습니다. 텅 빈 것, 완성되지 않은 것,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죠.
“그래픽 디자인 팀의 전시는 보통 아카이빙의 형태예요. 지금까지 선보인 작업을 한 공간에서 선보이는 식이죠. 우리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이곳 LCDC와 통했습니다.”
STUDIO KIO(스튜디오 키오 : 이하 키오)의 신기오 대표의 말처럼, 이 독특한 전시의 시작은 성수동에 위치한 공간 플랫폼, LCDC와 키오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팀과 전시를 진행하고 싶었던 LCDC,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은 디자인 스튜디오. 둘이 만나게 된거죠. “그래픽 스튜디오가 대체 뭐 하는 곳이냐고, 가까운 지인들도 말해요. 저는 이 전시를 통해 키오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어요. 지인들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뭐하는 곳인지 알게 되길 바랐고요(웃음).”
13년동안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지만 자신의 것을 해본 경험은 없다는 신기오 대표. 그는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작업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 키오는 개성 강한 디자인 팀은 아니예요. 이미지와 텍스트 외의 것들을 다 지워서 콘텐츠가 돋보이도록 만드는 쪽에 가깝죠. 그래서 가끔은 ‘컬러가 약하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것이 바로 우리의 개성이라고.”
지난 8월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 전시에서 키오는 텅 빈 형태의 노트를 관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전시를 보러 오는 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던 키오는 누구라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죠. 스튜디오 키오가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이 인쇄물 편집이니, 잘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Design Here’ 라는 말은 디자이너들에겐 익숙한 말이예요. 목업 파일에 디자인을 얹을 때 나오는 용어죠.
게스트들에게 제공된 노트는 손에 쏙 들어오는 릴스 비율로 제작되었습니다. 두께도 휴대폰의 두께와 비슷하죠. 이 노트들은 누군지 알 수 없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입게 될 겁니다. “디자인은 여기에 있고, 우린 지금 디자인을 제안하며, 노트는 디자인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는 스튜디오 키오의 바람처럼!
- 사진
- 스튜디오 키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