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의 세 번째 EP가 막 세상에 나오길 앞두고 있을 때, 세 멤버 해원, 지우, 설윤과 한밤중의 별난 산책에 나섰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별별별(See What?)’을 배경음악 삼아 거닐던 어느 하루, 다소 별나고 또 별처럼 빛나는 자신을 세게 끌어안아주자는 노래와 함께 세 사람의 밤은 깊어만 갔다.
<W Korea> 한밤중의 산책을 떠올리며 오늘 화보를 진행해봤어요. 보통 쉬는 날 밤은 어떻게 흘러가는 편이에요?
해원 무조건 집에 있는 편이에요. 완벽한 집순이거든요. 너무 집에만 있었다 싶을 때 가끔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정도예요.
설윤 쉬는 날엔 웬만해선 부모님을 만나려고 해요. 같이 밥 한 끼 먹고 날씨가 선선하다 싶으면 산책으로 하루를 끝내는 편이에요.
지금 컴백을 코앞에 두고 있죠? 세 번째 EP <Fe3O4: Stick Out>이 8월 19일 발매돼요.
해원 올해 1월 EP <Fe3O4: Break>를 발매했으니까 7개월 만의 컴백이에요. 그사이 쉴 틈 없이 달려온 만큼 최상의 컨디션으로 컴백하자는 게 목표예요. 컨디션 탓에 준비한 걸 100% 보여주지 못하는 게 가장 후회스러우니까요.
최근 앨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JYP 사옥에 검은 양 모양의 대형 풍선이 두둥실 떠올랐죠. 이 검은 양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해원 검은 양(Black Sheep)은 영어권에서 집단 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를 뜻한다고 해요. 한마디로 말썽꾼, 골칫덩어리인 거죠. 이 프로모션을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간의 세계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거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촬영해둔 게 많은데 곳곳에 실마리를 풀어놨어요. 소위 ‘떡밥 회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웃음).
설윤 바로 지난 타이틀곡 ‘Dash’에선 우리를 한계에 가두는 세상의 벽을 깨버리자는 얘기를 했어요. 이번 타이틀곡인 ‘별별별 (See What?)’은 벽을 부순 이후의 얘기라 할 수 있어요. 세상에 온전히 저희를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게 메시지예요. ‘별별별’이란 제목도 여러 의미로 읽을 수 있잖아요. ‘별꼴이야’ 할 때의 부정적 의미도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뜻할 수도 있어요. 다소 우리에게 모난 점이 있다 한들 우리는 별로서 빛나는 존재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믹스팝’은 엔믹스가 데뷔부터 제시해온 고유의 장르예요. 두 개 이상의 장르를 한 곡에 섞는다는 특징이 있죠. 이번 타이틀곡 ‘별별별(See What?)’ 또한 믹스팝 장르라 할 수 있을까요?
해원 맞아요. 요즘 음악계에서 다시 핫해지고 있는 올드스쿨 힙합과 컨트리 장르가 한데 섞였어요. 처음 데모를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그루비한 리듬 기반인데 중간중간 자유로운 컨트리 구간이 나오고, 후반엔 웅장한 떼창이 등장해요. 노래를 들으면서 이미지를 연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딱 댄스 경연 프로그램의 메가 크루 미션이 떠올랐어요. 연말 시상식 무대도 그려지고요.
지우 음악도 음악인데 안무도 신선해요. 정통 힙합 장르에서 많이 따왔거든요. 지금까지 안무 중 제일 난도가 높았어요. 장르가 장르다 보니 어설프게 보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추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힙합이 이번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듯하네요.
지우 맞아요. 제 랩 파트도 담겼고요. 수록곡 중 ‘Sickuhh’란 곡이 있는데 래퍼 키드밀리 님이 피처링을 해주셨어요. 엔믹스 앨범 사상 최초의 피처링인데, 그게 또 랩 곡이고, 남성 래퍼가 함께해주셔서 정말 특별하죠.
바로 지난 앨범인 <Fe3O4: Break>는 ‘우리를 한계 짓는 관념에 도전하자’는 메시지가 큰 줄기를 이뤘어요. 어느덧 데뷔 후 3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 ‘한계’라 느껴지던 때가 있었을까요?
지우 지난 ‘Dash’ 활동이 끝날 즈음일 거예요. 보컬 레슨을 꾸준히 받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력이 정체되어 있고, 오히려 줄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보컬 톤을 좀 넓히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스스로 많이 답답했어요. 그때 보컬 레슨에 다시 매진하면서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잡는 시간을 가졌어요.
해원 그룹 활동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얘긴데요. 나의 능력치가 어떠한들 적당선을 찾아 안주하게 되는 때가 있어요. 멤버들을 믿고 내 파트만 수행하면 되겠지, 어느 정도만 하면 되겠지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생각을 고쳐먹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올 초 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에 출연했는데 그때 솔로 무대를 펼쳐야 했거든요. 노래를 선곡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된 거예요. 뭘 불러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든 생각이 있어요. ‘나 가수 되겠다고 달려왔는데, 지금 뭐하는 거지?’ 그러면서 채찍질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내가 가수로서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거죠.
그 탐구의 시간은 어떤 결말에 이르렀나요?
해원 당시 세 곡을 불렀거든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éja vu’,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정국 선배님의 ‘3D’까지. 곡의 장르, 분위기가 모두 달라요. 몰랐는데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나 봐요. 그때 정말 오랜만에 노래 부르는 게 재밌다고 느낀 것 같아요. 한계라 느낀 순간이 오히려 전환의 계기가 되었어요.
이처럼 한계를 마주한 때, 스스로에게 의심이 드는 때, 어떤 주문을 걸며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편인가요?
설윤 저는 애써 벗어나지 않으려 해요. ‘벗어나야지’에 몰두하는 순간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의심도 더 커진다고 느끼거든요. 생각 같은 걸 하지 않고 바쁘게 지내는 게 저만의 방법이에요. 지우 그간 제가 해온 것들을 쭉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때마다 느낀 감정을 떠올리고 생각을 곱씹어봐요. 자신과 대화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확신이 생겨요. 또 저는 회복 탄력성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충격을 받아도 금방 회복돼요. 해원 ‘뭐 어때’. 거짓일지라도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 말을 자주 해요. 괜히 여유로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척’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흘러가는 것 같아요. ‘척’에 적응하는 거죠.
이번 앨범 <Fe3O4: Stick Out>에선 세상에 온전히 ‘나’를 드러내자는 메시지를 전해요.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우 ‘자유로움’. 틀에 박힌 걸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새로운 걸 배우고 탐색하는 일을 좋아하고요. 거짓됨 없이 항상 정직한 사람이 되자는 신념도 있어서 ‘진실함’도 저를 설명하는 단어인 듯해요.
해원 어릴 때부터 엄마가 늘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넌 진짜 한다면 하는 애구나.’ 가끔 그게 질린다는 느낌이긴 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웃음). 데뷔 전에도 딱 열다섯 살까지만 오디션을 보고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열다섯 살에 지금 회사에 입사했어요. ‘대담함’이 저를 설명하는 단어 같아요. 맞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가보는 성격이에요.
가끔은 타인이 보는 ‘나’가 더 정확하기도 하잖아요. 셋이 바라본 서로는 어떤 사람이에요?
설윤 지우는 저보다 한 살 어린데도 마냥 아기 같아요. 멤버 중 가장 애교가 많고요. 사랑받고 자란 게 고스란히 보이는 친구예요. 해원 언니는 어떤 노래든 언니만의 스타일로 살리는 걸 보면 늘 멋지다고 느껴져요. 저는 모든 노래를 발라드처럼 구슬프게 부르는 경향이 있는 듯하거든요. 그래서 녹음할 때마다 자주 듣는 지적이 ‘너무 슬프게 부르지 말자’예요. 자신만의 색을 잘 살리는 해원 언니를 볼 때마다 신기하고 부럽죠.
지우 그런데 저는 설윤 언니의 보컬 색깔을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발라드 장르를 굉장히 잘 살리는데, 저에겐 없는 톤이거든요. 그리고 해원 언니는 생각보다 투명한 사람이에요. 좋고 싫음이 확실하고요.
해원 제가 보기에 설윤이는 알면 알수록 단단한 사람이에요. 눈물도 많아서 처음 봤을 땐 마냥 여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속이 단단해서 어떤 큰일이 있어도 빨리 회복하는 외유내강형이에요. 지우는 연습생 때부터 말한 거지만 정말 타고난 친구예요. 그리고 자신이 타고난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똑똑한 친구고요.
‘나’는 수많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지우 가끔 말도 안 되게 행복감으로 넘칠 때가 있어요. 아무 이유도 없이요. 아주 잠깐 그러다 다시 사그라들긴 하는데요. 이유 없이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바로 그런 때의 제 모습을 가장 좋아해요. 설윤 평소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멤버들이나 친한 친구들 앞에서만 나오는 제 모습이 있어요. 엄청나게 활달한 모습. 그때 제가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것 같아요.
해원 데뷔 초부터 저를 말 잘하고 똘똘한 이미지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그런 시선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발장구치고 아등바등 노력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시선 속의 제가 전 싫지 않아요. 정말 좋아요.
어느덧 엔믹스로 데뷔한 지 3주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스스로가 느끼는 엔믹스만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지우 무궁무진하다는 것. 엔믹스를 표현하는 단어로 이보다 정확한 건 없어요. 아무래도 믹스팝의 영향이 크죠.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무기 같아요. 그런데도 무대나 컴백을 준비할 때면 ‘아직도 보여줄 게 이렇게 남았다고?’ 싶을 때가 있어요. 늘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엔믹스만의 색깔이에요.
지금 본인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뭔가요?
지우 방금 말한 것처럼 늘 새로운 것, 늘 시도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반대로 꾸준한 것, 지속되는 것을 고민해요. 최근엔 ‘끈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있어요.
해원 ‘내가 제일 바라는 건 뭘까?’를 질문해요. 화면에 예쁘게 나오길 바라나, 무대 위에서 노래를 잘 부르길 바라나, 더 많은 팬들과 만나길 바라나, 침대에 마냥 누워 쉬기를 바라나. 제일 갈구라는 게 뭔지를 깨달으면 작은 고민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요. 괜히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분노도 사그라들고요. 그래서 얄팍한 걱정과 고민들이 저를 꼬집을 때마다 한 번씩 물어봐요. ‘내가 지금 제일 바라는 건 뭐지?’ 하면서요.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프리랜스 에디터
- 현규선
- 헤어
- 오지혜
- 메이크업
- 문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