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 불어온 초록 물결: 지속 가능한 패션의 새로운 바람
코펜하겐 2025 봄/여름 패션 위크가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코펜하겐 패션 위크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참여 브랜드들은 재고를 폐기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최소 50%의 오가닉 소재를 활용해야 하는 등 다양한 지속 가능성 기준을 준수해야 하죠. 북유럽의 패션 도시 코펜하겐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Di)vision
지난 2023 가을/겨울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식탁보가 드레스로 변신하는 기발한 퍼포먼스 영상을 보신 적 있을 텐데요. 코펜하겐 출신의 남매 난나와 시몬 윅이 전개하는 브랜드 (Di)vision의 작품이었죠. 식탁보를 드레스로 쓴 것 처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그들의 접근 방식은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결합해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이들의 이런 지속 가능한 창조성이 이번 시즌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오래된 웨딩 드레스에서 떼어온 레이스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디비전의 무대에선 재킷의 소매나 데님의 봉제선에 덧대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작은 레이스 조각일지라도 룩에 강렬한 포인트를 주기엔 충분하죠. 재활용 소재에 디스토피아적 색채를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윅 남매는 “결국, 저희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사람들이 이 브랜드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러한 재활용품과 장난기 어린 세계관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이번 2025 봄/여름 쇼는 ‘The dream of steam city’를 주제로 흐릿한 도시 풍경에 애니메이션 세계를 더해 모든 것이 독특하고 오직 하나뿐인 작품이 되는 유토피아를 그려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해체와 결합을 통한 피스들로 대부분 구성되었죠.
특히 수십, 수백 개의 인형들이 결합된 코트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룩이었습니다. 브랜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이 재킷의 무게가 무려 15kg을 넘는다고 밝혔죠. 헬로 키티부터 도날드 덕까지, 이는 지구 상에서 버려진 인형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줍니다. 가방 꾸미기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다시금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STAMM
브랜드 스탐은 ‘Best Wishes’라는 희망찬 컨셉으로 런웨이를 선보였습니다.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엘리자벳 스탐이 이끄는 이 브랜드는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의 장인 정신을 중요시하는데요. 특히 혁신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부분이죠.
이번 컬렉션에서는 물이 필요 없는 레이저 기술로 제작된 오가닉 데님과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는 메모리 효과를 가진 재활용 나일론 등의 소재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50%의 바나나 린넨과 50%의 종이로 만들어진 독특한 소재는 엘리자벳이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인데요. 이 소재가 어떤 룩에 활용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2025 봄/여름 컬렉션의 묘미겠죠.
OpéraSport
오페라 스포츠의 컬렉션은 시원한 분위기의 오페라 파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스포티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룩들이 인상적이었죠. 오페라 스포츠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속 가능한 전략과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생산 과정에서 건강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진심인 브랜드입니다.
오페라스포츠는 최소 80% 이상의 재활용 소재로 컬렉션을 전개합니다. 2025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재활용 원단으로 제작된 레이스와 꽃 장식을 발견할 수 있었죠. 전력과 태양광 전지를 이용한 재생 에너지로 의류를 생산하는 점도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며 초록빛 미래를 그려 나가는 브랜드들의 노력이 패션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길 기대합니다.
- 사진
- Instagram @di_vsn , @stamm.exchange, @operasport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