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떨리는 김소현, 배우라는 호칭을 묵직하게 느끼는 채종협.
두 사람이 7월 방영하는 tvN 드라마 <우연일까?>로 만났다. 찌질하고 서툴렀던 첫사랑을 10년 만에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얽히며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우연과 운명 사이 로맨스의 중심에 두 사람이 있다.
<W Korea> tvN <우연일까?>의 촬영이 끝난 지는 꽤 됐다고 들었다. 두 사람도 오랜만에 만나는 건가?
김소현 맞다. 2022년 겨울, 무척 추울 때 촬영에 들어가 2023년 봄에 끝났다. 벌써 일 년 반 전이다. 편성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채종협 벌써 일 년 반이나 됐다고? <우연일까?> 촬영 후에 tvN <무인도의 디바>, 일본 TBS까지, 방영된 드라마가 두 개다. 그래도 이렇게 홍보 겸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좋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채종협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음 작품을 위한 대본을 읽고, 오후에 운동하러 가고. 지금은 <우연일까?> 첫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손꼽아 기다린다’니, 연애편지처럼 서정적인 표현이다.
채종협 진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웃음). 모두가 열심히 고생하며 찍은 작품이 이제야 결실을 보는 거니까. 심지어 3개월 동안 내내 후영이라는 캐릭터로 살았으니 애정도 있고.
김소현 드라마가 끝나면 서서히 멀어지기도 한다. 근데 우리는 종종 만났다. 출연진이 용산구, 성동구 등 서로 가까이에 산다. 만나면 “그때 촬영했을 때 정말 좋지 않았어?”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그때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우연일까?>는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다. 드라마 <또 오해영>,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송현욱 감독과 신예 박그로 작가가 함께해서 기대작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
채종협 제목에 꽂혔다. 우연히 만난 첫사랑의 이야기. 어렴풋하게 학창 시절이 떠오르더라.
김소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웹툰을 못 본 상태였다. 대본을 보는데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설레더라(웃음). 뭔가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거나 자극적인 것도 아닌데 재미있게 읽히기가 쉽지 않거든. 그 자체로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청춘물을 남기기 어려울 것 같았고.
맞네. 몇 년 뒤에는 학생을 연기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으니.
채종협 실제로 그랬다. 서른 살에 교복을 입으니 아주 어색하더라 (웃음). 그래서 맨날 입버릇처럼 말했다. 롯데월드에 교복 입고 놀러온 삼촌 같다고(웃음).
<우연일까?>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에게 첫사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채종협 글쎄, 첫사랑은 뭐랄까. 그 시절을 생각나게 만드는 단어인 것 같다. 사실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떤 정의를 내리기에 애매하지 않나. 처음 좋아한 사람일 수도 있고 처음 사귄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할 때 첫사랑은 그 단어를 듣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인 것 같다.
김소현 드라마를 통해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많이 생겼지. 그래서 첫사랑이라고 하면 교복 입은 풋풋한 시절에 느낀 감정 같기도 하고. <우연일까?>에서 다룬 첫사랑은 좀 더 현실적이라 좋았다.
한창 첫사랑을 할 시기, 19세의 두 사람은 어떤 학생이었나?
김소현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 때문에 학창 시절의 추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19세의 나는 아홉수라고 느꼈을 정도로 힘든 성장통을 겪었다. 성인이 되기 전의 과도기라고 할까? 점점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는 “본인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물어보면 술술 이야기했는데 어느 순간 말문이 막히기 시작하더라.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뭘 좋아하지?’ 고민에 빠졌다. 스무 살 이후 천천히 극복되더라. 안 가던 자리에도 가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다 보니 취향을 알게 됐다. 성향도 명확해지고.
채종협 치열하게 살았다. 고등학생 시절을 남아프리카에서 보냈다. 졸업, 언어 문제, 인종 차별, 외로움과 싸우며 내가 하고 싶은 걸 찾던 시기였다. 그때부터 헬스장을 다녔다.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현지에서 모델 일을 시작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찾았구나.
채종협 아니지. 외국 친구들은 나보다 더 크고 비율이 좋거든. 한 걸음을 걸어도 보폭이 달랐다. 그래서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고배를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아프리카에서 추구하는 마스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한국에 왔다. 그러다 이렇게 배우가 됐으니 원하는 걸 찾은 것 같기도 하고.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싶기도 하고.
그럼 <우연일까?>를 만난 게 인연이네. 채종협이 연기한 후영은 명석한 재무설계사라는 설정이다. 당신이 바라본 후영은 어떤 인물인가?
채종협 후영은 똑똑하다. 하지만 헛똑똑이지. 감정을 표현할 줄도 모르고 어딘가 서툰 면이 있다. 그 모습이 무미건조해 보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냉소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근데 사랑이 많은 홍주를 만나며 점점 그녀에게 물들어간다. 마음의 벽도 무너진다.
김소현이 맡은 홍주는 애니메이션 제작 PD이자 사랑에 회의를 품은 인물로 나온다. 고3 때부터 좋아한 첫사랑이 말도 없이 해외로 떠나 혹독한 이별 후유증을 앓는 인물이고.
김소현 홍주는 사랑이 많다. 사랑이 많아서 상처도 쉽게 받는 타입. 심지어 가족도 없이 혼자라 ‘이 사람이 떠나면 난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이 크다. 순수하고 엉뚱한 면도 있다. 그래서 상대역인 후영이도 10년 만에 만나서 “어쩜 너는 이렇게 그대로냐”고 할 정도로 학창 시절에 머물러 있다.
각자 홍주와 후영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나?
김소현 아마 홍주와는 절친이 될 것 같다. 홍주는 밝고 친구도 좋아하는데 질척거리지는 않는다. 집착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일 것 같거든.
채종협 후영과는 많이 가까워지지는 못할 거 같다. 안 맞는 부분이 많아서(웃음).
채종협은 JTBC <알고있지만,>에서 양도혁 역을 맡았을 때 자신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50%라고 말한 적이 있다. 따뜻하고 자상한 면이 있는 도혁과는 달리 자신은 해맑게 잘 웃지 않는다고. <우연일까?>에서 후영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채종협 한 30% 정도? 그래서 표현하기 어려웠다. 걱정도 많았고. 다행히 주변에 밝은 캐릭터가 많아서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기댈 데가 없었다면 정말 외로웠을 거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의 우선순위 중 사랑은 계속 뒤로 밀리게 된다. 일에 치여서, 지금은 때가 아니어서 등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계속 같은 물음표가 생겼을 듯하다. 사랑하기 좋은 때는 언제일까?
김소현 본인을 사랑할 준비가 됐을 때? 그래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힘든 연애가 될 테니까.
채종협 내가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 있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도 무너지지 않을 때. 사실 같은 맥락이긴 하다. 서로에게 유익한 만남이 되어야지 진흙탕 싸움 같은 만남이 되면 안 되잖아.
그래서 <우연일까?>라는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채종협 인연이라는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 우연이 뭔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김소현 그래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는 게 아닐까?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이 많고, 어떤 선택이든 정답은 없으니까. <우연일까?> 인물들의 선택을 보면서 ‘나는 저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을 거다. 마치 <나는 솔로>를 보는 것처럼(웃음).
촬영하는 3개월 동안 서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을 테다. 그러면서 느낀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채종협 소현이가 다소 차가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더라. 전혀 아니다. 정말 따뜻한 면이 많고 밝고 긍정적인 친구다.
김소현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잖아.
채종협 생각보다…는 재미있지(웃음).
김소현 종협 오빠가 웃는 얼굴상이잖나. 그동안 찍은 화보나 SNS를 봐도 웃는 사진밖에 없다. 근데 생각보다 차분하고 진중한 면이 있다. 촬영장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 그래서 혼자 음악 듣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최근 일본 TBS <아이 러브 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에서 채종협의 인기가 상당하다. ‘횹사마’라는 별명도 생겼고. 일본 활동은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을 듯한데.
채종협 아주 다르다. 우선 촬영 현장이 한국과 달라서 신기했다. 한국은 먼저 넓게 풀샷을 찍고 바스트샷 정도로 들어가서 한 번 더 찍는다. 그래서 신별로 컷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일본은 한 신에서 60~70컷 정도로 세세하게 끊어서 찍는다. 배우들이 70컷을 찍는 동안 똑같이 연기하고 감정을 유지하는 거지. 난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그게 제일 흥미로웠다. 그리고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알아보셔서 놀랐고(웃음).
채종협은 과거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은 높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렀다. 그 뒤로 몇 개의 작품을
더 했고. 지금은 달라졌나?
채종협 지금도 똑같다. 아직도 “안녕하세요. 배우 채종협입니다”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 보통은 “채종협입니다. 아, 네 연기하는 사람이에요”라고 하거나 “백수입니다” 할 때도 있다. 해외 나갈 때 직업 쓰는 칸에 ‘No Job’이라고 쓴다. 그만큼 배우는 나에게 어려운 단어다. 실제로 촬영이 없을 때는 백수인 게 맞기도 하고(웃음).
김소현은 6세에 데뷔해 지금까지 40여 편에 이르는 작품에 출연했다.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하나?
김소현 긴장한다. 아직도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카메라 밖에서 스태프들과 이야기하는 현장 분위기는 좋다. 다만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은 여전히 긴장되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대본 리딩할 때도 떨린다. 손에 땀이 나고 심장도 쿵쾅거리고. 근데 아무도 몰라줘서 억울하다(웃음). 근데 이런 긴장감이 싫지는 않다. 오래 해왔다는 이유로 마냥 편해질 순 없는 거니까.
앞서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갈 때 성장통을 겪었다”고 했는데 벌써 20대 절반을 보냈다. 곧 다가올 서른 살은 괜찮을까?
김소현 괜찮을 것 같다. 그동안 잘 이겨왔고 의외로 강한 면도 있다. 인터넷에 있는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을 거의 다 해봤거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 미니어처 만들기. 종이를 오려서 붙이고 페인팅 작업하는 게 있는데 그게 적성에 잘 맞더라. 귀여운 걸 좋아하기도 하고. 미니어처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 며칠을 붙잡고 만들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어느새 힘든 게 잊히더라.
채종협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채종협 운동하고 사우나에서 땀 빼기, 그리고 같이 게임을 하는 모임이 있다. 친구 4명과 페이스타임을 켜놓고 서로 얼굴 보면서 게임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웃음).
오늘 촬영이 끝나고도 컴퓨터 앞에 앉을 계획인가? 아니면 둘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같이 저녁 먹고 들어가려나?
채종협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우선은 집에 가고 다음에…(웃음).
김소현 그러자. 나도 집에 가서 좀 자야겠다.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일찍 드러눕기로!(웃음)
- 포토그래퍼
- 최은미
- 인터뷰
- 박한빛누리
- 스타일리스트
- 황정원(김소현), msgseoul(채종협)
- 헤어
- 백흥권
- 메이크업
- 이영(김소현), 김현주(채종협)
- 어시스턴트
- 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