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호령하는 영화감독들은 뭘 입을까?

김나래

소피아 코폴라, 웨스 앤더슨! 현장을 호령하는 영화감독들의 ‘아웃핏’이 궁금하다면?

영화계의 소문난 스타일 리더인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작업을 할 때 늘 같은 샤르베의 셔츠(어떨 땐 탱크톱 위에 레이어드하고, 때로는 셔츠 끝까지 단추를 채우기도 하고)를 착용한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스튜디오 지브리 필름의 촬영장에서 회색 블레이저와 울 조끼를 입고, (그 외 무엇을 입든지 간에) ‘오프 화이트’ 컬러의 앞치마를 두른다고 하죠.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인 브라이언 드 팔마는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치노 팬츠와 니트 스웨터, 벨트 장식이 달린 아베 크롬비 앤 피치의 사파리 재킷을 ‘유니폼’처럼 입었다고 하는데요. 돌이켜보면 영화의 모든 ‘스타일’을 관장하는 최종결정권자인 영화감독들이 패션에 결코 관심이 없을 수만은 없는데, 어느 매체에서도 영화감독들이 어떤 옷을 선호하는지, 왜 현장에서 특정 스타일의 옷을 선택했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소피아 코폴라, 스파이크 리, 웨스 앤더슨 등의 카메라 안팎 스타일

영화 제작사이면서 출판사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재주 많은 회사 A24에서 출간한 신간 <How Directors Dress>는 이러한 궁금증을 완전하게 해소할 단서로 가득합니다. 영화감독들이 현장 안팎에서 선택한 의상 200여 벌에 대한 사진과 저명한 패션 저널리스트 린 예거, 로렌 셔먼 등의 에세이와 같은 알찬 콘텐츠로 채워진 이 책은 인스타그램 계정 @directorfits로부터 출발했어요. 해당 계정은 지난 2020년 LA 베이스의 하곱 쿠루니안이 “영화감독들은 패션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사람들” 같다는 생각에서 운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directorfits는 단순히 ‘무드 보드’로서 그치지 않고, 의상을 통해 감독과 그들의 개인적 삶, 그들이 오래 매달려 완성한 결과물인 영화와 해당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의 시대상에 얽힌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무겁지 않은 톤으로 들려줍니다. 의상을 매개로 하지만, 잘 쓰인 한 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이번 책을 위해서 하곱 쿠루니안 이외에도 <스크린 슬레이트(Screen Slate)>의 편집장인 존 디어링거, 패션 작가 찰리 포터, 영화 평론가인 케이틀린 퀼랜 등의 저명한 인물들이 필자로 나서 눈길을 끕니다. 특히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도시와 옷에 놓인 공책(Notebook on Cities and Clothes)>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가 직접 해당 책에 관해 쓴 후기도 포함되어 있다 하니 영화계와 패션계의 결정적 순간들이 모인 진귀한 아카이브 북 같아요.

사진
인스타그램 @directorfits, @a24 웹사이트 shop.a24films.co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