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어느 봄날, 해변가 혹은 동산 위에서 피크닉을 하려는 롤리타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2011 루이 비통의 크루즈 컬렉션 이야기다.
옅은 우윳빛 피부에 볼은 살굿빛처럼 발그레한, 하지만 발칙한 매력을 지닌 소녀, 롤리타. 영화가 아니라 루이비통의 2011 크루즈 컬렉션 이야기다. 홍콩의 현란한 시내와 고요한 산자락이 함께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럭셔리한 하얀 풀빌라에서 아시아 프레스를 위한 루이 비통의 2011 크루즈 컬렉션이 열렸다. 그곳에는 볕 좋은날 언덕 위의 하얀 풀빌라에 가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아지는 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브리짓 바르도에게 영감을 받아 2010 F/W 루이 비통 컬렉션을 펼쳤던 마크 제이콥스는 여기에 싱그러운 봄 햇살 같은 이미지를 더해 크루즈 룩을 탄생시킨 듯했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 무드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노스탤지어를 풍기는 룩은 도회적이면서도 달콤한 롤리타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선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부드럽고 달콤한 막대 사탕 같은 사랑스러운 컬러였다. 피치, 파우더 핑크, 피스타치오 등의 색감이 몇몇 코코아 컬러 룩과 보기 좋게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프린트 역시 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 중 하나였다. 가장 신선한 것은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살구 프린트. 이 달콤한 프린트는역시 핸드 페인팅 효과의 스트라이프와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커다란 꽃무늬와 플라워 아플리케도 함께 등장했다. 실루엣은 허리를 조여주고 밑단은 아름답게 퍼지는 50년대 실루엣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 등의 70년대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이번 컬렉션 중 가장 눈에 띄는 룩은 무엇보다 선 드레스와 칵테일 드레스. 그야말로 봄처녀를 연상시키는 살구 프린트 선 드레스는 여성스럽고 시원해 보였다. 크루즈 컬렉션은 믹스 매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사용도 탁월했는데 이 선 드레스에 남성적인 벨트를 매치해 소녀적인 느낌이 세련되게 업그레이드됐다. 칵테일 드레스는 짙은 색감의 자카드로 만들어져 낮보다는 저녁에 더욱 빛날 법했다. 서머 코트도 눈에 띄었다. 특히 하이 웨이스트 쇼트 팬츠와 매치한 엠보싱 처리된 자카드에 꽃무늬가 프린트되어 매우 모던해 보이는 서머 코트는 스트라이프 톱과 연출되어 더욱 시원해 보였다. 그리고 이 컬렉션 중 유일한 블랙 룩인 하이 웨이스트 팬츠 룩은 플라워 문양의 기퓌르(Guipure) 레이스 톱이 어우러져 컬렉션의 통일된 분위기를 유지했다. 우아한 실루엣을 더욱 빛나게 한 건 여기에 매치한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톱 햇. 이 모자는 얼핏 보면 보통의 라피아 모자 같지만 자세히 보면 LV 로고 문양의 작은 구멍들로 이루어진 재치 있는 아이템이었다. 또 복고적인 수영복과 LV로고의 투명한 PVC 트렌치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의상만큼 매혹적인 것은 액세서리였는데 특히 50~60년대 미국 보석 세공인들이 만든 작품을 연상시키는 레진을 장식한 스트라이프 목걸이와 팔찌는 예뻤다. 장갑은 전부 손으로 구멍을 뚫은 놀라운 방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손목 부분이 짧아 룩에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일조했다. 또 꽃무늬 천으로 만든 발레 플랫슈즈는 롤리타룩을 완성하는 역할을 했으며, 복고적이고 수공적인 느낌의 예쁜 스카프와 리본은 신선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한편 룩에 세련미를 더한 것은 선글라스였다. 아름다운 컬러의 조화와 캣아이 모양은 디바의 분위기를 주는 동시에 룩에 에지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미노디에르(Minaudieres) 백은 감미로운 색감의 자개와 메탈에 래커를 칠해 탄생한 것으로 두 가지 셔벗 컬러로 이루어졌는데, 컬러감과 직사각형 셰이프가 기존 클러치와는 매우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프레젠테이션은 여러 층으로 나뉜 공간에서 진행됐는데 또 다른 방에서는 백과 슈즈를 전시하고 있었다. 소피아 코폴라 백은 스웨이드 소재의 옅은 밤색 버전이 등장했고 골드와 어우러진 주얼 장식 육각형 클러치와 빨간 레오퍼드 클러치도 근사했다. 또 시계와 주얼리를 만날 수 있었던 방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눈꽃송이 모티프의 신비로운 람므 드 보야쥐 주얼리도 만날 수 있었고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땅부르 시계 또한 모던했다. 이렇게 루이 비통의 2011 크루즈 컬렉션은 볕이 내리쬐는 언덕 위의 하얀 풀빌라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럽게 선보였고,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따스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갈망을 다시금 술렁이게 만들었다.
- 에디터
- 김석원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