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은 심리적 포만감을 준다 VS 아니다

최수

나 어제도 먹방 보다 잤어

먹방은 대중이 소비하는 일반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상·여행·맛집, 뉴스·정치, 영화·엔터, 음악 등 온라인 동영상 유형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는 바로 먹방(61%)이었죠. 사람들이 먹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군가의 푸짐하고 자극적인 식사를 보며 얻는 대리 만족이 크기 때문입니다. 먹방을 보는 시청자가 ‘파김치를 먹어달라’, ‘치즈를 올려 먹어달라’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하지만 혹자는 먹방이 우리의 식습관을 나쁘게 만들고, 불필요한 식욕을 자극한다고 말합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음식 콘텐츠가 식욕을 감소시키기도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에서 식품과학 학술지 ‘에피타이트’를 통해 음식 사진을 보는 것과 포만감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게재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두 개의 피실험자 그룹을 설정하여 한 그룹에는 초콜릿 사진을 30차례 보여줬고, 다른 그룹에는 3차례만 보여준 후 초콜릿을 몇 개 먹고 싶은지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사진을 30차례 본 그룹이 더 적은 초콜릿 양을 선택했습니다. 음식 종류를 바꿔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사진을 더 많이 접한 그룹에서 더 낮은 식욕이 발견된 거죠.

연구팀은 ‘기반인지이론’으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우리가 먹지 않고 상상할 때와, 실제로 먹을 때 자극받는 뇌의 영역이 동일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재밌는 건, 음식사진을 적게 접하는 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식욕을 감소시키려면 사진만 30차례, 즉 질리도록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다른 사람이 사탕을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본 그룹은 먹방과 전혀 상관없는, 세탁기에 동전을 넣는 영상을 시청한 사람보다 사탕을 덜 먹는 것으로 확인되었거든요. 두 연구 모두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이미 먹은 것으로 인지해,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의지와 성향에 따른 결과일지도

앞선 이야기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전남대 식품영양학부에서 먹방 시청 시, 체지방률와 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요. 주당 먹방 시청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14시간 이상인 사람의 체질량 지수(BMI)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랜 시간 먹방을 시청하면, 장기적으로 식습관이 나빠질 확률이 높고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죠.

한편에선 이 모든 것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평소 자제력이 좋고 좋은 식습관이 몸에 훈련된 사람이라면 먹방을 보고 대리만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그에 반해 자제력과 의지가 약하고, 행동 모방심리가 큰 사람은 먹방을 보고 식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좋은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만, 모방심리가 큰 사람은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해석입니다.

먹방 시청, 건강하게 즐기려면

결론은, 본인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먹방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평소 자신이 자제력이 약하고 행동 모방심리가 크다고 느낀다면 먹방은 아예 보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한 오르후스대의 연구 결과에 힌트를 얻어, 먹방을 애매하게 시청하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게 되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에 반복 노출되면 해당 물질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론, 먹방을 보는 동안 전혀 다른 냄새를 맡는 것도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앞선 싱가포르 연구팀에서 피실험자가 사탕 먹방을 보는 동안 초콜릿 향기를 맡게 했더니, 아무 향도 맡지 않은 그룹보다 사탕을 적게 선택했거든요. 여러분이 애정하는 먹방, 조금 더 현명하게 즐기는 가이드가 되었길 바랍니다.

사진
Getty Image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