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냉장고에 넣으면 칼로리가 줄어든다?

최수

냉장고에선 대체 무슨 일이!

얼마 전, 흥미로운 콘텐츠를 접했습니다. 밥을 냉장 보관 한 뒤 다시 가열해 먹으면, 칼로리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내용이었어요. 의심스러운 가십으로 넘기려던 찰나, 또 다른 콘텐츠에서 영국 국립보권원(NHS) 소속 의사가 직접 등장해 위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그는 냉장 보관 한 빵이 일반 식빵보다 칼로리가 낮을 뿐더러 혈당 지수에 미치는 정도가 절반 수준에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밥도 빵도, 단순히 보관 온도를 낮췄을 뿐인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속성이 달라진다는 것일까요?

포인트는 ‘저항성 전분’

탄수화물의 속성이 변하는 이유는 조리된 음식을 식히는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 양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상온에서 식힌 밥에는 저항성 전분이 2배, 냉장고에선 약 3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저항성 전분은 흔히 ‘착한 탄수화물’로 불립니다. 열량은 1g당 2kcal 정도로 일반 전분에 비해 절반 수준이죠. 일반 전분처럼 소장에서 바로 흡수되지 않으며, 대장으로 넘어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흡수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소화과정이 길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죠.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해서 체중감량뿐 아니라 대장암과 직장암 등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토록 좋은 ‘저항성 성분’이 잘 형성되는 환경이 바로 냉장고입니다. 밥이나 빵을 냉장 보관하게 될 경우, 탄수화물의 구성 성분이 변화되어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냉장에서 오래 보관, 재가열은 짧게

저항성 성분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식품을 빨리 식히는 것 보다 냉장실에서 천천히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저항성 전분이 생기는 온도가 1~4도 사이이기 때문인데요. 갓 지은 밥은 상온에서 한 김 식히고, 냉장실에서 6시간 이상 충분한 휴지 시간을 가진 뒤 재가열해 먹거나, 장기간 보관을 위해 냉동실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뜨거운 밥을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기기 고장에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또한 재가열 온도도 신경 써야 하는데요. 저항성전분은 16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조가 붕괴되기 때문에 밥이나 빵이 따뜻해질 정도로만 짧게 가열하여 식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밥을 지을 때 올리브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같은 식물성 오일을 1~2 티스푼 정도 넣어주면 밥의 저항성 전분을 배가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위 내용은 모두 연구 논문에 근거하지만, 냉장고만 믿고 탄수화물을 마음껏 섭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모든 연구엔 예외가 있고, 다이어트엔 정답이 없으며, 인생사 과유불급이니까요. 다이어트를 둘러싼 다양한 가설은 우리의 몸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하고, 내 몸에 맞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스스로 만들어가길 응원할게요!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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