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은 끝났지만 로맨스는 계속된다

우영현

판타지 로맨스, 학원 로맨스, 유교 로맨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초능력을 상실한 히어로 가족과 우연인 듯 운명처럼 얽힌 한 여자의 쌍방 구원 스토리입니다. 불면증에 걸린 예지몽 능력자 복만흠(고두심), 체중 증가로 날지 못하는 비행 능력자 복동희(수현), 우울증에 걸린 타임슬립 능력자 복귀주(장기용)가 초능력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코믹하고 짠하고 처절하게 그려지고요. 그런 복씨 패밀리 앞에 과거 사고 현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도다해(천우희)가 나타납니다.

흔한 가족 드라마도, 히어로물도 아닙니다만, 그래서 더 흥미가 돋는데요.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을 선보이는 장기용은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합니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뻔하지만 대체 불가한 수식어가 착 붙는 천우희! 장기용과 호흡을 맞춰 판타지 로맨스의 한 축을 이룹니다. 또 다른 시청 포인트는 ‘음악 요정’ 정재형. 그가 드라마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고 해요. 연기와 음악 분야의 능력자들이 어셈블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5월 4일 첫 방송.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졸업

5월 11일 첫 방송하는 드라마 <졸업>은 학원 로맨스물입니다. 그렇지만 익히 봐온 10대 청춘의 풋풋한 학원물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원 강사들의 어른 로맨스. 14년 차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앞에 10년 전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명문대에 보낸 ‘기적의 꼴통’ 이준호(위하준)가 ‘신입 강사’가 되어 나타나면서 성적과 입시가 전부인 대치동 학원가에 묘한 기류가 일어나는데요. 한때의 제자로 인해 시험 문제도, 관계도 예측 불가능한 게 싫은 한때의 스승이 마음의 경로 이탈을 겪는다고 합니다.

일단 공개된 예고편이 설렘 지수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요. 누가 봐도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온 제자의 발칙한 직진. “한 번도 잊은 적 없거든요”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어요. 이준호 첫 사랑이 서혜진인 거” “난 선생님이 필요해요” “서혜진, 자니?” 여기에 눈 녹듯 풀어지는 스승의 철벽. “너 되게 까분다” “준호야, 나 너 신경 쓰여” “준호를 안 좋아할 수가 있냐?” 바로 이어지는 키스 신. 정려원과 위하준의 밀고 당기는 몇 장면과 대사만으로 무미했던 마음이 금세 두근두근해지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멜로 수작을 여럿 탄생시킨 안판석 감독의 신작입니다.

<졸업>

함부로 대해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함부로 대해줘>도 스승과 제자 간의 창과 방패 로맨스를 그리는데요. 여기서는 스승이 “난 말이야, 너 좋아해”라고 망설임 없이 고백하지만 “괜찮습니다”라는 제자의 철벽과 함께 1초 컷 굴욕을 맛보게 돼요. 예의 빼면 시체, 인의예지가 사람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똘똘 뭉친 문화재 환수 전문가 신윤복(김명수)과 과거 그에게 미술을 가르쳤고 지금은 직상생활에 허덕이는 김홍도(이유영)가 주인공.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유교 로맨스의 막이 오릅니다.

원작 웹툰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풍속 화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현대로 끌어와 성별을 바꿔 로맨스물로 각색했어요. 김명수가 연기한 신윤복은 조선 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산 마을 후계자로 갓을 쓰고 도포를 걸친 21세기의 선비 캐릭터. 웹툰 작가라는 꿈을 따라 가출한 그가 김홍도를 다시 만난다고 해요. 도리와 원칙을 지키면서 상대가 다가오면 냉철하게 선을 긋는 신윤복이 “나를 함부로 대해줘!”라고 몸부림치는 운명의 상대 김홍도를 통해 차츰차츰 변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딱 그려지는데요. 기본적으로 납득이 가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에피소드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관건이지 않나 싶습니다. 소재와 설정만으로는 합격점. 5월 13일 첫 방송합니다.

<함부로 대해줘>
사진
JTBC,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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