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김수현의 오열 명장면 모음집

우영현

눈물나게 멋진 김수현. 그가 울어야 작품이 잘 되나봅니다.

눈물의 여왕

“막 귀엽고 필살기 쓰고 홍예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렇게 결혼도 안 했을 텐데 내가”.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초반 백현우는 반듯하게 생긴 얼굴을 망가뜨린 채 결혼을 후회하는 술주정을 하는데요. 이야기는 급변합니다. 나중에 백현우는 질릴 대로 질렸던 아내 홍해인의 품에서 오열을 하죠. 병세가 깊어져 기억을 잃기 시작한 아내의 모습에 텅 빈 얼굴을 하더니 눈물을 떨구기 시작합니다. 이때 흐느끼는 그를 껴안고 홍해인은 속삭여요. “백현우, 사랑해”. 눈물의 수도꼭지를 여는 주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명한 하늘에 바람이 일더니 먹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서서히 섬세하게 표현한 김수현의 얼굴에 눈을 뗄 수가 없는데요. 그야말로 눈물 그러데이션 연기. ‘눈물 떨어지는 타이밍까지 컨트롤한다’는 말이 백 번 맞습니다.

해를 품은 달

드라마 첫 주연작 <드림하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김수현은 이듬해 <해를 품은 달>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릅니다. 왕과 무녀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죠. 김수현은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 역을 맡아 번뜩이는 연기력을 맘껏 쏟아냈고 그만큼 인정을 받았어요. 특히 <해를 품은 달>은 ‘김수현 오열 모음.zip’일 정도로 애절한 눈물 연기가 많은데요. 김수현은 “연기를 하는 건데 가슴이 짓누르듯이 아파서 힘들었던 적도 있다”고 말하면서 극 후반부 세자빈 시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이훤이 눈물과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을 꼽았죠. 분노와 배신감, 비애와 절망으로 눈물 범벅이 된 김수현의 연기는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또렷한 딕션은 또 어떻고요. 이때 김수현은 스물다섯 살이었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제작진이 작정하고 눈물샘이 마를 때까지 김수현을 울리려고 만든 작품 같습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눈물’을 입력하면 제철 과일처럼 그의 눈물 나오는 장면이 주르륵 나열됩니다. 김수현이 열연한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형 문상태의 성장 스토리라는 설정에서 눈물 주의보가 충분히 예상되는데요. 둘도 없는 형제 케미를 자랑한 오정세의 탁월한 연기가 김수현의 눈물 버튼입니다. 그중 “동네 사람들! 내 동생이 형을 죽인다!”라고 외치며 어릴 적 강에 빠진 자신을 두고 도망치려다 돌아온 동생의 기억을 쏟아낸 형 앞에서 문강태가 무너져 오열하는 장면이 여전히 생생한데요. 이후 형과 재회한 그가 울먹이며 “내가 다 잘못했어. 나 버리지마, 형”이라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 또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그러고 보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눈물의 왕자’ 김수현을 치트키로 활용해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 쏙 빼놓으려는 게 제작 의도였네요.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과 호흡을 맞춘 <별에서 온 그대>가 김수현의 작품 리스트 상단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대히트를 기록한 이 작품으로 그의 이름은 ‘신드롬’, ‘한류 스타’라는 말과 함께 유행어처럼 불리고 쓰였죠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 요인을 외계인과 톱스타의 판타지 로맨스, 전형적이지만 공감과 설렘을 보장하는 로코식 러브 라인, 의외의 스릴러적 요소 등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매회 엔딩 후 공개한 에필로그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죠. 그중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12회의 ‘맴찢’ 에필로그는 짧은 장면이지만 김수현의 농익은 감정 연기가 긴 여운을 선사했습니다.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요? 글쎄요”. 담담하게 독백을 하고 나서 김수현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는데요. ‘감정을 갈아끼운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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