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속 대상들은 어쩐지 꿈속에 존재하는 듯 몽환적이기만 하다. 초현실적 표현이 돋보이는 회화 작업을 펼치는 두 젊은 아티스트 기디언 아파, 루이자 갈리아르디가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로열 블루, 크림슨, 어두운 주황색, 흰색 톤의 물감으로 색채가 소용돌이치는 캔버스. 서아프리카의 풍경을 뒤로한 채 나신이거나 반나체의 인물들은 마치 꿈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으로 유영한다. 화가 기디언 아파(Gideon Appah)는 야수파의 시각을 차용한 강렬한 인물화로 지금 미술계에서 뜨겁게 호명되고 있는 가나 출신의 젊은 화가다. 아파는 주로 신문 스크랩, 가족 사진, 가나가 독립한 1957년 이후 제작된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방대한 시각 아카이브에서 작품을 점화시킨다. 가나의 고전 영화 <슈 사인 보이>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The Contemplation’(2023), 1970~90년대 발행된 가나 신문 <데일리 그래픽>, <더 미러> 등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조합해 서로 다른 시대와 삶의 방식을 하나의 화폭으로 옮겨 시대를 초월한 듯한 독특한 뉘앙스를 만들어낸 ‘Cloud Men’(2021~2022)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는 “회상과 추억은 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다”라고 말하는 만큼 그의 작품은 기억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표현으로 가득하지만 문득 몸에서 분리된 머리, 연기가 나는 손, 정장을 입은 몸통 등 초현실적 모티프가 화폭 속 등장하며 서사는 끝 없는 몽상으로 미끄러진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4월 27일까지 진행하는 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파의 첫 개인전으로 기억과 관능을 탐구하는 그만의 회화 및 드로잉 신작을 만나볼 기회다.
한편 초현실적 표현과 기존의 회화 문법에서 벗어난 역설적 표현으로 ‘디지털 달리’라는 수식으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의 젊은 화가 루이자 갈리 아르디(Louisa Gagliardi)도 택사 서울에서의 개인전 로 처음 한국을 찾는다. 유독 매끄러운 질감. 이는 갈리아르디의 작품을 마주하는 첫인상일 테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한 작가는 주로 포토샵을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 이후 이를 대형 PVC 시트에 인쇄하고 입체감을 주기 위해 잉크를 섞은 젤, 바니시, 매니큐어 등을 덧칠해 완성한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복합성, 현대인이 갖는 존재에 대한 불안은 그녀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갈리아르디의 인물화 속 피사체들은 주로 인공 조명으로 조명된 듯 처리되는데 이는 곧 스크린, 외부 세계의 존재를 암시한다. 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기존의 도상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오브제’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지며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 그 예로 ‘The Sleeper Slept’(2024)에서는 편안히 잠자는 듯한 사람을 묘사하지만, 그의 옆으로는 존재의 고통을 예고하는 처방전이 자리한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갇힌 듯한 형상들을 통해 시대의 혼돈을 말하는 갈리아르디만의 독특한 세계를 이제 만나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