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첫인상이 좋다
막힌 혈이 뚫리는 것처럼 얼어붙은 극장가에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개봉 후 단 하루도 1위를 내주지 않은 <파묘>가 상영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죠. 마니아 장르로 통했던 오컬트물임에도 불구하고 풍수지리와 무속신상을 묶은 독창적인 이야기,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 차력쇼,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을 사로잡은 디테일에 힘입어 <파묘>는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068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 1,281만 명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과 동일한 흥행 페이스라고 하죠. 최민식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파한 유행어처럼 고고씽! 2024년 흥행 포문을 연 <파묘>의 기세를 이을 천만 영화를 점찍어 봤습니다.
<범죄도시4>
<파묘>의 뚜껑을 열기 전, 가장 유력했던 2024년 첫 천만 영화 후보작입니다. 2017년 개봉한 1편이 마동석의 주먹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688만 관객을 불러 모으더니, 최근 2년 동안 2, 3편이 ‘쌍천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죠. 그야말로 한국 관객이 애정하는 프랜차이즈 영화이자 몹시도 부지런한 시리즈. 4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4>에서는 주인공 마석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소탕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데요. 김무열과 이동휘가 의기투합해 빌런 계보를 잇는다고 합니다. 특히 김무열이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으로 등장해 느슨해진 시리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고 하죠. 어차피 결말은 주인공 마석도의 주먹에 ‘퍽, 쿵’. 먼저 공개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통쾌하고 짜릿한 오락 액션’이라는 평가를 들었는데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관객들이 기대하는 딱 하나가 바로 이것이죠.
<인사이드 아웃2>
많은 이들이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손꼽는 웰메이드 작품의 후속편. 2015년 개봉한 1편은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 소녀 라일리의 감정을 의인화한 놀랍고 경이로운 아이디어로 절대 다수의 공감과 찌릿한 감동 그 자체를 선물했죠. 6월 공개되는 2편에서는 쑥쑥 자란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와 큼직한 변화와 소동을 겪는다고 합니다. 오래된 건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불안이, 부럽이, 따분이, 당황이와 기존 감정들의 갈등이 예고됐는데요. 들쑥날쑥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춘기를 보낸 이들의 공감대를 건드리고 정서적 울림을 선사할 게 분명합니다. 1편의 최종 관객 수는 497만 명. 여전히 회자되는 탁월한 작품성과 비슷한 결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724만 명의 흥행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천만 영화 등극도 꿈같은 일이 아닙니다.
<베테랑2>
마찬가지로 히트작의 후속편입니다. 2015년 1,341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흥행 5위에 안착한 <베테랑>의 속편이 하반기 개봉합니다. 엄청난 흥행과 시리즈화 가능한 이야기로 <베테랑2> 제작은 기정사실이 됐죠. 9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편은 핵심이자 강점인 베테랑 형사팀이 그대로 출연합니다. 황정민,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오달수가 합을 이룬 강력범죄수사대의 케미스트리가 메가 히트의 불꽃이나 다름없었죠. 여기에 정해인이 막내 형사 역으로 합류! 활극에 일가견 있는 류승완 감독은 <D.P.> 속 정해인의 모습에 무릎을 탁 쳤다고 합니다. 1편의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잇는 나쁜 놈에 대한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는데요. 시원한 사이다 클라이맥스를 위해서는 빌런의 확실한 존재감이 관건이겠죠. 지금도 입에 맴도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이가 없네” 등에 버금가는 명대사 열전도 관람 포인트.
<하얼빈>
아직 많은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 과정을 그린 첩보 드라마입니다. 현빈이 안중근 의사 역에 캐스팅됐으며 박정민, 유재명,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이 서로 믿고 의지한 독립운동가들로 뭉쳤는데요.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완성하기 위해 몽골과 라트비아에서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거쳤습니다. <하얼빈>은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의 제작사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대극. 그런 인연으로 정우성이 특별 출연했다고 하죠. 독립군의 친일파 암살작전을 그린 영화 <암살>이 1,27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반면,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은 327만 명에 그쳤는데요. 묵직한 주제 의식, 한국인이라면 꼭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 명배우 등을 고루 겸비한 <하얼빈>은 일단 흥행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 사진
- 쇼박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