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24 FW 구찌 컬렉션

명수진

GUCCI 2024 F/W 컬렉션

밀란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인 구찌 24 FW 컬렉션은 밀라노 북부 과거 주물 공장이었던 폰데리아 카를로 마치(Fonderia Carlo Macchi)에서 열렸다. 한 번의 여성복 컬렉션과 한 번의 남성복 컬렉션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신임 크리에이티드 사바토 데 사르노의 세 번째 구찌 컬렉션이다. 패션계에서 돌림노래처럼 울려 퍼지고 있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만의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그는 쇼 노트를 통해 제안했다. “작지만 독창적인 생각을 시도해 보세요. 규칙에서 벗어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과 다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보세요.”

오프닝은 사파리 스타일의 벨트 재킷, 쇼트 팬츠, 그리고 독특한 하프 문 실루엣 백과 오버더니(Over-the-Knee) 부츠를 매치한 올 블랙 룩으로 열었다. 모델은 슬릭하게 뒤로 넘긴 머리에 짙은 아이라인을 하고 있었다. 마이크로 쇼트 팬츠와 미니스커트로 다리를 강조했고, 란제리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스 브래지어와 시스루 캐미솔, 벨벳 드레스를 선보였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지향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90년대 톰 포드의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는 톰 포드가 거침없이 펼쳐놓았던 90년대 관능의 키워드를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동시대적으로 해석했다. 란제리 스타일이 열정이라면 재킷, 아우터는 철저히 이성적이었다. 코트는 구찌 장인 정신의 결정체다. 코트의 구조와 안감을 정하고, 코트가 걸려 있을 때와 사람이 직접 입었을 때 소재의 움직임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울에 새로운 소재를 더하면 컬러는 어떻게 달라질지 철저한 계산과 섬세한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24 FW 시즌 구찌의 재킷과 아우터는 직선과 곡선이 공존했고, 시퀸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코트 뒷면의 플라켓(Placket) 디테일과 히든 버튼을 통해 색다르게 디자인된 남성적인 실루엣의 코트가 이번 시즌을 가장 대표하는 아우터. 이 밖에도 파이톤을 세로 방향으로 패치워크한 오버핏의 레드 코트, 올록볼록한 앰보싱이 있는 페이크 레더 아우터, 그리고 페이크 퍼 코트가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톤 다운된 시퀸과 크리스털 프린지를 적용해 흥미로운 텍스처를 지닌 니트, 기하학적 패턴을 구현한 자카르 프린트 같은 요소도 이번 시즌의 분명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안정감 있는 블랙, 브라운을 기본으로 ‘로소 앙코라’라고 명명한 시그니처 버건디 컬러를 비롯해 라임 그린, 버터옐로, 라이트 핑크 컬러 팔레트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액세서리에는 구찌의 전통인 승마 모티프를 듬뿍 담았다. 홀스빗 로퍼가 진화하여 청키한 플랫폼 샌들로 재탄생했고, 구찌와 승마 세계를 연결해 주는 상징과도 같은 라이딩 부츠와 오버더니 부츠는 홀스빗 메탈 장식이 더해진 클래식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적용한 하프 문 실루엣의 뉴 백도 주목할 것! 구찌의 시그니처인 뱀부 백에 골드 메탈 바를 적용한 클러치와 버킷 백, 형광 컬러를 얹은 미니 재키 백 등 다양한 가방 라인업이 시선을 끌었다. 구찌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스터드 디테일의 골드 네크리스와 이와 동일한 컬러가 적용된 캣 아이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평범한 곳에서 특별함을 포착하는 것(My fashion lies in capturing the extraordinary where the ordinary is expected)’. 사바토 데 사르노가 설명하는 자신의 구찌 세계관처럼 확실히 이번 24 FW 컬렉션은 여성과 남성 낮과 밤, 일상과 환상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영상
Courtesy of Gucc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