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QUINN 2024 F/W 컬렉션
리차드 퀸은 50년대 살롱쇼 스타일로 24 FW 컬렉션을 열었다. 안다즈(Andaz) 런던 호텔의 카펫이 깔린 연회장에서 현악 4중주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쇼장에는 900미터의 꽃무늬 패브릭을 드리우고 수백 송이의 장미를 장식했다. 리차드 퀸은 지난 24 SS 시즌과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드레스 퍼레이드 및 12벌의 브라이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쇼 노트를 통해 ‘하입한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이 옷은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존재하며 어머니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적어두었다.
쇼 노트에 적어둔 디자이너의 포부처럼 컬렉션에서 일종의 미덕이 되어버린 충격적인 파격을 지분을 조금 덜어내고 고전적인 미학을 추구했다. 어머니가 딸에게 물려주어도 좋을 가보 같은 드레스가 등장했다. 블랙 벨벳 소재의 콜룸(Columns) 드레스, 튜더(Tudor)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 거대한 장미 로제트(Rosettes)와 뷔스티에를 장식한 A 라인 미디 드레스, 깃털을 장식한 A 라인의 맥시 드레스, 전통적인 웨딩 베일과 매치한 클래식한 화이트 웨딩드레스까지 너무 고전적이라서 오히려 희귀한 분위기를 냈다! 디자인뿐 아니라 패브릭까지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리차드 퀸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선택이다. 허리에 리본 벨트를 달고, 오페라 장갑을 착용하여 드레시함의 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코쿤 실루엣의 블랙 모피 코트, 플래퍼 스타일의 프린지 점프 슈트, 로즈 프린트 보디 스타킹과 가운 등이 고전적인 드레스 사이에서 에지를 발산했다. 혹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런던 레디 투 웨어 패션위크에서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리차드 퀸의 오트 쿠튀르였다’라고 평했고, 혹자는 ‘퀸즈 로드 페컴(Queens Road Peckham, 리차드 퀸 작업실이 있는 곳)의 쿠튀리에’라고 명명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2018년에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컬렉션 참석을 리차드 퀸에서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영국인들이 이처럼 그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내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리차드 퀸은 친환경 패션의 철학을 꾸준히 실천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페셜 오더(Special Orders), 브라이덜(Bridal), 레디 투 웨어(Ready-To-Wear)의 세 가지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메이드 투 오더 방식에 집중하는 것은 리차드 퀸이 불필요한 재고를 덜면서 패션을 친환경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컬렉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다양한 로즈 프린트는 잘 알려진 대로 친환경적인 디지털 프린트로 생산했다. 리차드 퀸은 컬렉션이 끝난 후 베뉴를 장식했던 900미터의 패브릭은 바로 패브릭 회사에 판매되어 재활용될 예정이라며, 낭비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 영상
- Courtesy of Richard Qui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