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라인업이 공개됐어요. 수많은 전시가 모두 무료랍니다.
서울에는 모든 것이 밀집돼 있습니다. 특히 공공, 사립 할 것 없이 주요 미술 기관이 몽땅 몰렸는데요.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미술관, 송은, 디뮤지엄 등 멋진 건물과 자본, 훌륭한 기획력을 자랑하는 사립 미술관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미술관의 꽃은 공공 미술관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덕수궁관을 운영하는데요. 서울시 산하의 서울시립미술관은 말 그대로 서울 곳곳에 퍼져 있어요. 고풍스러운 옛 대법원 건물을 사용하는 서소문 본관부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백남준 기념관, 작년 평창동에 오픈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고, 내년까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과 서울 시립 사진미술관도 개관하니 가히 엄청난 규모입니다.
작년 2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2024년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어요. SeMA는 전통적으로 매년 서소문 본관에서 메가 블록버스터 전시를 엽니다. 작년에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에 33만명이 몰리며 대히트를 쳤죠. 올해 그 자리를 대신할 전시는 바로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이자 노익장을 과시하는 영원한 현역, 노먼 포스터의 회고전입니다. 4월 25일부터 7월 21일까지 열리는데요.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노먼 포스터는 홍콩 HSBC 본사 사옥, 독일 국회의사당 리노베이션, 런던 시청 신청사, 런던의 명물인 거킨 빌딩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요즘 점점 더 잘 나가세요. 애플과 긴밀히 협력하며 애플파크를 지었고, 전 세계 애플 매장 설계를 싹 전담하고 있죠. 지금 필자가 글을 쓰는 순간에도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건물이 지구 어디선가 올라가고 있을 거예요. 화려한 건축 인생 60년을 돌아보면서 미래 건축과 관련한 철학까지 함께 다룰 예정이라니 아주 기대가 큽니다. 이번 전시는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회사인 포스터 앤 파트너스와 SeMA가 공동으로 기획하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까지 보장된답니다!
사실 노먼 파트너의 회고전은 SeMA가 올해 전시 의제로 삼은 ‘건축’을 대표해요. 서소문 본관을 리모델링해야 하고, 2년 사이에 새로운 분관 두 곳을 오픈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만드는 데 건축이란 개념이 올해 파고들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4월에는 노먼 파트너 회고전과 더불어 SeMA가 기획하는 건축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고요. 남서울미술관에서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건축 전시를 열어요. 12월에는 다층적인 작업을 하는 김성환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을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하며 건축, 디자인, 퍼포먼스, 비디오로 변주하는 면모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집중하는 주제가 건축이라면, SeMA가 하반기에 미는 주제는 ‘연결’입니다. 올해 SeMA라는 기관의 의제이기도 한데요. 서소문 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미술아카이브까지 총 네 곳을 연결해 소장품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네 개의 기획전을 여는 게 하이라이트죠. 더불어 네덜란드 반아베 미술관과 연결해 개최하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에서는 필립 파레노, 피에르 위그, 리암 길릭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20년 전 고민한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대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제목부터 땡기죠. 비누 조각으로 유명한 신미경 작가는 천사를 주제 삼아 어린이를 위한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을 준비합니다.
이외에도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여성 한국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는 전시, 타계 50주기를 맞아 작년 남서울미술관에 마련한 조각가 권진규의 상설전도 놓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무료, 무료, 무료입니다! 노먼 포스터 전시도요! 얼마나 심플한가요.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는 이런 자유로운 느낌이라니!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어딘가 움직이고 싶을 때, 심지어 근처 맛집을 가고 싶을 때, 그 어느 순간에도 편안하게 SeMA를 찾아가세요. 공짜 손님을 언제나 환영하니까요!
- 사진
- 포스터 앤 파트너스, 서지우, 김성환, 홍영인, 피에르 위그, 신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