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대한 향수, 짧아진 미니 라인, 세련되고 아늑한 컬러, 편안한 슈트
각선미인
이번 시즌 최고의 드레스와 스커트는 모두 미니일 뿐만 아니라, 1960년대 고전적인 인형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이 대다수였다. 마르니에서는 매우 박시한 미니드레스, 미우미우에서는 고급스러운 골드 색상 드레스, 마이클 코어스는 초미니 드레스, 미쏘니에서는 시어한 긴 소매 드레스를 선보였다.
데님 드레스업
데님 스타일 역시 매 시즌 등장하는 핵심 트렌드지만 이번 시즌에는 데님의 예상치 못한 활용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독특한 데님 드레스를 만든 준야 와타나베, 다른 브랜드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데님 셋업을 런웨이에 올린 샤넬과 발렌티노, 넓은 카고 팬츠를 선보인, 화려한 오트 쿠튀르 하우스로 유명한 스키아파렐리 등이 대표적이다.
버터 팬케이크
부드럽고 섬세하며 아주 매끄러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버터 컬러. 로에베, 보테가 베네타, 프로엔자 스쿨러의 버터 컬러 드레스와 루이 비통, 질 샌더, 델 코어 등의 버터 컬러 셋업은 우리에게 완벽하게 부드러운 햇살을 선사했다.
레이어드 왕
발렌시아가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레이어드를 하든, 메릴 로게처럼 빨래를 맡기기 위해 세탁감을 막 껴입든, 미우미우처럼 크레이프 케이크인 양 마구 레이어링하든 많은 브랜드가 레이어링을 통해 재밌는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느긋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병치로 시선을 모았다.
스포티 앤 리치
스포티한 의상을 생각할 때 보통 연상되는 운동복, 저지, 스니커즈는 런웨이가 더 많은 일상 공간과 결합함에 따라 훨씬 다채로워졌다. 그 결과 테일러링 아이템이나 클래식한 운동복과의 페어링이 놀랍게 풍성해졌는데, 윈드브레이커에 스커트를 매치한 루이 비통과 구찌, 수영복 혹은 스포티한 팬츠와 블레이저를 스타일링한 미우미우, 고급스러운 피케 셔츠 드레스를 선보인 지방시 등에서 그 근사한 전범을 발견할 수 있다.
미팅은 짧게
매년 등장하는 슈트와 올해 슈트의 다른 점은 버뮤다 팬츠 길이가 자주 목격됐다는 점이다. 샤넬, 로에베, 드리스 반 노튼에서는 많은 슈트가 버뮤다 팬츠와 함께 등장했다. 한편 프라다, 구찌는 미니 헴라인으로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시리우스 블랙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의 사운드트랙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동안 천장에서 슬라임이 새어 나오는 강렬한 무대를 연출한 프라다가 선보인 1950년대에 영감을 받은 어두운 색상의 라인스톤 장식 드레스는 파멸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마르지엘라 컬렉션에서는 모래시계 실루엣의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드라마틱한 워킹으로 걸어 나왔고, 마녀를 모티프로 한 디올 쇼에서는 검정 오프숄더 드레스가 다수 등장했다.
비율 놀이
로에베는 허리선이 아주 높은 초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선보여 조형적 재미를 끌어냈고, 버버리는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트렌치코트의 허리선을 아주 낮추었다. 꼼데가르송의 거대한 피터 팬 칼라나 릭 오웬스의 미지의 세계에서 온 듯한 초대형 드레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니트 진리
카디건과 페어아일 방식 니트는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니트 트렌드다. 보테가 베네타에서는 아주 공들여 완성한 듯한 특별한 니트가, 몰리 고다드에서는 페어아일 니트 세트가, 로에베에서는 암홀을 잃어버린 듯한 장난스러운 니트가 눈길을 끌었다.
찰랑 프린지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 마티유 블레이지, 사라 버튼이 한목소리로 프린지가 유행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동의해야 하지 않을까. 스커트 위에 프린지를 스타일링한 프라다의 의도성이나 알렉산더 맥퀸과 구찌의 헴라인에 달린 프린지의 섬세함,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린지로 가득 채운 버버리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90년대 노스탤지어
이쯤 되면 1990년대는 가장 세련된 해였음이 틀림없다. 미니멀리스트라면 크게 환영할 90년대의 부활을 알린 여러 브랜드 중 마르니는 크롭트 터틀넥 톱과 로라이즈 맥시스커트로 대비를 줬고, 구찌는 차분한 컬러 팔레트와 미니멀한 실루엣을 주로 사용했으며, 페라가모는 탱크톱을 레이어드하고 컬러 블록을 사용한 드레스로 미적 감각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