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의 필자는 투덜거리면서도 사랑스럽다. 불만과 불안은 어떻게 여자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가?
신입 피처 에디터 시절, 싱글인 마흔 살 디렉터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나이 들수록 지금보다 여러모로 훨씬 괜찮아질 거야. 불안감이 많이 사라지거든.” 나이 먹는 일이 기대될 정도로 위안이 되었던 그 말을 40대가 되어 곱씹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불안이 사그라진 자리를 대신 꿰차고 앉은 건 불평과 불만이다. 게다가 일과 삶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후 웬만큼 시간이 지나면, 생애주기상 다시 불안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미는 때가 온다. 여기에 더해 ‘워킹맘’이라면? 전 <보그> 피처 디렉터 조소현은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어크로스)에서 말한다. 나이 들어 불만이 늘어나는 이유는 막연한 감정만 생겼던 20대와 달리 드디어 문제점의 정체가 파악되는 시기라서 그렇다고.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어떤 세상사도 기삿거리로, 또 삶의 재료로 삼을 줄 알게 된 조소현은 자신이 만난 이들에게서 ‘여자’, ‘워킹맘’, ‘나이’ 같은 세부 필터를 거치면 신기하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남는 걸 알았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이자 여자에 관해 쓴 이 책에서 조소현은 삶의 작은 한 조각에서도 조잘조잘 말할 거리를 찾아내어, 아직 40대에 이르지 않았거나 워킹맘이 아닌 이들도 공감 가는 순간들을 포착해놓는다. 한 건물에서 일하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도 한 동료로서 조소현을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는, 어떤 불만이나 불안도 생의 동력으로 삼는 그 유동성에 있다. 계속 불안한 채, 불평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여자란 이토록 우렁차고 사랑스럽다.
- 포토그래퍼
- 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