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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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굳이 음악이 필요치 않은 계절일지도 모른다. 청량한 바람 소리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하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아주 작고 사적인 음악회에 초대받는다면? 아마 그 바람마저 제쳐두고 달려가게 되지 않을까.

Private Autumn Concert

Private Autumn Concert

대학 시절 MT날 밤을 되돌아보면 기타 치며 노래하던 선배 오빠의 노래 실력이 그리 뛰어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방에 서로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있노라면, 기타줄 튕기는 소리와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청중들의 숨소리까지 합해져 꽤나 근사한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만약 그 방 안에서 선배 오빠가 아니라 조수미가 노래하고 리처드 용재오닐이 비올라를 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소셜 베뉴 라움의 ‘아트 앤 컬처’ 시리즈는 그러한 환상을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통로가 된다. 친구들과 함께 묵던 작은 방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조수미, 리처드 용재오닐, 임동혁 등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겨우 300석 정도의 사적인 공연장에 이미 다녀갔기 때문이다. 그건 스피커에 의존하지 않아도, 무대 뒤 스크린을 주시하지 않아도, 목소리의 울림과 악기를 연주하는 손가락의 율동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가을에도 라움은 ‘아트 앤 컬처 프라이빗 Autumn 콘서트 시리즈’란 이름으로 2개의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 우선 9월 7일로 예정되어 있는 ‘7인의 음악인들’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필두로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손열음, 기타리스트 이병우까지 총 7인의 음악인이 모이는 자리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으로 인한 울림이 혹여 소리에 방해가 될까 벽돌을 메울 때도 가로 방향은 메우고 세로는 그대로 두었을 만큼 공들여 지은 라움 체임버에서 듣는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또는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와 같은 실내악곡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두려움을 깨뜨려줄 만큼 섬세하고 따뜻할 것이다. 그 후 9월 22일에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리얼 그룹’의 아카펠라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따로 없이 마치 파티를 벌이듯 이루어질 예정이라, 노래하는 사람들과 관객 또한 그들의 노래만큼이나 유쾌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공연이 끝나면, 막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샴페인 잔을 기울일 수 있는 가을밤이 기다리고 있다. 공연이 끝난 후 아무리 기립 박수를 쳐도 홀연히 무대 뒤로 사라져버리는 아티스트들의 뒷모습을 보며 괜스레 아쉬웠던 청중들이라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다. 다만 라움의 ‘아트 앤 컬처’ 시리즈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만큼, 서둘러 회원에 가입해야 하는 부지런함과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 물론 돌아오는 연말에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그의 제자 장한나의 공연 또한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그 수고와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에디터
에디터 /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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