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빅뱅과 샤이니, 슈퍼주니어만 바라보시겠습니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화려할 차세대 아이돌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나누어줄 때입니다. 네 명의 찬조 연설자가 각자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목청을 제대로 가다듬었습니다. 그저 막내 동생을 아끼는 누나의 심정일 뿐이라며 애써 강조하는 모습이 더욱 수상한 건 기분 탓이겠지요.
B1A4의 래퍼, 본명 차선우, 그리고 파릇파릇한 92년생. 작년에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린 <응답하라 1994>에서 빙그레(김동준) 역할을 맡아 널리 얼굴을 알렸다. 무시무시한 롱런으로 음원 차트를 ‘씹어먹었던’ 소유&정기고의 <썸> 뮤직비디오와 얼마 전 종영한 <신의 선물-14일> 등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
지지 찬조 연설
야무진 연기력
<응답하라 1994>에 발탁된 것은 신의 한 수였을까. 오디션을 본 바로의 한 수였을까. 친구들 모두와 잘 지내지만 정작 자기 속내는 잘 드러내지 않는 빙그레는 바로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극 중 쓰레기(김재준)를 향한 동경과 호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의외의 탁월함을 보여, 극의 재미를 높였다. 후속작 <신의 선물> 출연은 공중파의 골든타임 드라마에 합류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점에서 그의 위치와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줬다. 여러 가지 캐릭터를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는 얼굴과 무난한 연기력을 갖춘 이 유망주에게 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무한 가능성의 목소리
말하는 목소리와 랩하는 목소리가 다르다. 그냥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과장을 좀 보태자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소심한 새내기 빙그레일 때 바로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기 때문에 그의 랩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약간은 조용하고 섬세한 발성과 남성적인 매력을 발휘하는 낮은 래핑은 바로가 지닌 상반된 매력을 가늠케 한다. 랩하는 목소리가 특히 좋았던 곡은 ‘Yesterday’와 ‘둘만 있으면’인데, 이쯤에서 한 번씩 듣고 가는 것도….
무대 위의 카리스마
연기자 바로를 먼저 알게 된 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바로 역시 상당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아이돌이다. 눈화장을 하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무대를 활보하는 모습에서는 배우일 때와는 다른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또 바로는 B1A4의 랩 메이킹을 담당하는데, 서정적인 가사가 썩 인상적이다. 그래서일까. 취향을 저격당했다는 팬들의 간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김수정(<미디어스> 기자)
이래 봬도 마토 행성에서 온 방년 2000세 외계인이다(사장님의 무리한 콘셉트가 돋보이는 대목). 하지만 지구인 유영재는 199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스물 되겠다. 누나들 마음을 맘대로 무장해제시키는 비밀번호 네 자리 ‘으헝헝헝’을 가진 후보.
지지 찬조 연설
현재진행형 미모
세상 무엇이든 멈춰 있는 것보다 지루한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B.A.P의 영재는 지금 한국 가요계에서 활동 중인 남자 아이돌 중 가장 쉴틈 없는 재미의 외모를 보장하는 멤버 중 하나다. 2012년 웬만한 신인상을 모두 휩쓴 후 이듬해 초 발표한 ‘One Shot’ 무대를 아직도 기억한다. 농담이 아니라 처음엔 그룹에 새 멤버를 들인 줄 알았다. 하긴 행성에서 지구를 정복하러 왔으면 온 거지 멤버 전체를 금발로 만들어 데뷔시킬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영재에게 유독 가혹했던 이 비극이 극적으로 타개된 건 비로소 미성년자 딱지를 떼던 지난해. 통통한 볼살이 빠지며 숨어 있던 턱선과 동그란 눈코입이 도드라지기 시작했고, 재앙 같던 금발을 벗고 검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2013년 말 드디어 ‘흑발영재’가 대세로 떠올랐다. 냄새를 맡은 누나들은 ‘2014 설 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선수권대회’ 방영 이후 ‘아육대 주황후드’를 영재의 연관검색어로 올려놓으며 그의 재데뷔(?)를 격하게 환영하기도 했다. 현재진행형 미모로 팬들에게 ‘머글킹(머글, 즉 일반인을 팬으로 만드는 주요 멤버)’ 칭호를 하사받은 그. 팬이 된다면 지금이 적기다.
브레인과 으헝헝헝이 만났을 때
B.A.P 안에서 영재의 포지션은 브레인이다. 그렇다, 그 뇌, Brain.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신곡의 콘셉트를 소개해야 할 때, 멤버들은 리더이자 그룹 내 최연장자인 방용국이 아닌 영재를 다급히 찾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도긴개긴. 대표적인 ‘말 못하는 아이돌’답게 영재 역시 달변이라기보단 틀리지 않으려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력을 다해 무언가 또박또박 설명하고 있는 새끼 강아지 같은 눈과 입, 그리고 뒤이어 터지는 무안함의 ‘아닌가요? 으헝헝헝’ 필살기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잔잔한 평화가 밀려온다. MBC 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로 아이돌계의 대부가 되어버린 정형돈과 데프콘이 괜히 아무 때나 집 나간 강아지 찾듯 ‘우리 영재’를 찾는 게 아니다 싶다. 답답한 일상, 마음의 평화를 구한다면, 유영재다.
어쩌면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B.A.P의 리드 보컬은 누가 뭐래도 대현이다. 영재 역시 리드 보컬로 소개되지만, 누군가 오열하고 있을 때 화면을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엔 대현이 서 있다. 실력파 딱지가 붙은 래퍼 방용국이며 막내 젤로에게도 인지도가 밀리는 슬픈 리드 보컬 영재는, 실은 무척 보기 드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팀 안에서 끊임없이 지분 다툼 중인 대현의 목소리가 깨끗하고 맑게 올라가는 곡의 하이라이트에 최적화된 타입이라면, 영재는 허스키함과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곡의 표현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타입이다. ‘One Shot’이나 ‘Badman’ 같은 강한 곡에서는 섹시함을, ‘Coffee Shop’이나 ‘1004’처럼 풀고 가는 곡에서는 애절함의 한 끗을 더하는 그의 목소리. 데뷔 시절부터 굳건히 밀고 있는 롤모델 뮤지크 소울차일드 같은 스타일의 음악에서 그의 매력을 제대로 꽃피울 그날까지, 우리 함께 기다려보지 않겠는가.
– 김윤하(음악 칼럼니스트)
방탄소년단의 래퍼로 본명 민윤기이며 1993년생이다. 데뷔 전 고향에서 작곡가로 활동했다는 이력이 눈에 띈다. 무뚝뚝한 대구 ‘머슴아’인데 예명은 샤방하기 그지없다는 게 함정.
지지 찬조 연설
강아지(X) 고양이(O)
록스타의 ‘태도’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돌이 있다. 여기엔 너무나 다양한 해석이 포함될 수 있지만 한 가지 고른다면 사랑받고 싶어 안달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물론 사랑스러운 강아지처럼 (모니터 안에서) 마구 애교를 부리는 아이돌은 메마른 누나의 삶에 있어 비타민 워터와도 같다. 그러나 ‘오빠’는 나이가 아니라 신분인 것처럼, 감히 (역시 모니터 안에 있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시크하게 자기 길을 가는 아이돌은 흔치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간단히 말하면 ‘여기 나를 좀 봐주세요’가 아니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말하는 것 같은 태도인데, 마음이 내킬 때는 “슈가는요~”같은 충격적 애교를 선보이기도 하니 황송하게 즐길 수밖에.
으르렁(X) 심드렁(O)
반짝이는 햇살 아래 청춘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건강한 소년이 ‘아이돌’의 기본형이라면 슈가는 정확히 그 반대 극에 있다.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고 숙소에서는 주로 시체놀이 자세로 누워 있으며 행복을 느끼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은 최소 8시간 이상의 수면, 대신 누가 (주로 멤버인 진) 끌어다 먹이지 않으면 식사는 사흘을 거르고도 남을 만큼 귀찮아한다. 집안 모두 간이 안 좋은 편이라 술도 잘 못하고 야외에서는 빨리 지치며 “원래 인생이 좀 무기력하다”고 말하는 창백한 얼굴의 스물두 살, 그러나 서른 넘어 체력의 급격한 저하를 느끼며 만사 귀찮아진 누나들이라면 동병상련의 정을 느낄 것이다.
아티스트(X) 음악 하는 사람(O)
사실 ‘힙합 하는 아이돌’만큼 어딘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표현도 흔치 않다. 언더에서 이미 음악 활동을 해온 이들이라면 그 갭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스스로 중심을 딱 잡고 있지 않으면 인기에 들떴다가 정체성을 잃고 휘청거리는 것도 금방인 바닥에서 필요한 건 자기 객관화다. “기본적으로 아이돌은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서 가사를 잘 쓰고 랩 잘하는 것 이상으로 무대에서 보여주는 게 강해야 한다”는 입장, “그
런데 그렇게만은 되고 싶지 않아서 내적인 것도 많이 연구한다”는 부연도 인상적이지만 재밌는 건 그 다음이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평가절하되는 부분도 있고 과대평가되는 부분도 있다.” 억울함도 자만심도 묻어나지 않는 담백한 태도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서 음악적 재능보다 더 흥미로운 매력이다.
해맑음(X) 복잡함(O)
팬들이 기대하는 게 어떤 모습인지 알고 그대로 움직여주는 아이돌은 재미없다. 본래 아이돌을 향한 애정의 상당 부분은 그들을 놀리고 울리고 당황하게 만들면서 샘솟는 법이다. 리얼리티 쇼에서 프릴 달린 메이드복 차림으로 카페에서 서빙하는 벌칙을 받으면서 “오늘로 힙합은 죽었어요”라고 탄식하는 자존심 강한 남자아이라니, 보는 누나의 입이 귀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서빙은 몹시 친절하게 한다는 게 포인트, 이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성들이 남장하는 걸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팬들은 왜 우리가 여장하는 걸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게 결정적 포인트다. 왜긴, 힘들어하니까 좋아하는 거다.
– 최지은(<아이즈> 기자)
윌리엄 깁슨의 말을 빌린 안철수 대표의 말을 바꿔보자. 육성재는 이미 와 있다.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그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고 있는 분은 많을 것이다. <응답하라1 994>에서 “매형, 엄마가 전화 바꾸래”라는 대사로 기억되는 쑥쑥이, 고아라의 동생 역을 맡은 소년이 바로 그다
지지 찬조 연설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외모
그를 처음 눈여겨보게 된 것은 특이하게도 비스트의 용준형이 주연이었던 뮤직 드라마 <몬스타>에서였다. 극 중 아이돌 스타 역을 맡은 용준형이 소속된 그룹 맨인블랙의 멤버로 같은 소속사인 비투비의 멤버들이 출연한 것. 순식간에 스쳐가는 장면이었지만 반평생을 훈남 발굴에 힘써오던 내 눈에 딱 들어온 청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육성재. 95년생이면서 감히 훤칠한 키, 요즘 대세인 쌍꺼풀 없이 가로로 긴 눈, 오목조목한 얼굴, 대세형 관상에 한 치 어긋남이 없으나 그것만이 끝이 아니다. ‘스릴러’ 활동 때의 좀비 스모키 메이크업도 섹시하지만, ‘뛰뛰빵빵’ 때의 토끼 귀와 윙크를 보면 그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살 청년이라는 사실을 실감 나게 해주는 귀여움이 강처럼 넘쳐흐른다. 또, <주간 아이돌>에서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의 퍼포먼스를 해 보였을 땐 MC인 도니-코니의 폭발적 애정을 받았던 여성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육잘또’의 4차원 매력
자원 절약의 시대에 잘생긴 얼굴을 막 쓰는 헤픈 람들이 있는데, 육성재 또한 예외는 아니다. 육(성재) 잘(생긴) 또(라이)’라는 별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물고기 성대 모사, 머리로 수박 깨기 등 그의 웃기는 행적은 무궁무진하다. 튜브에 공개한 매니저 셀프 카메라에서 육성재는 헤어 스트레이트너로 용접 흉내를 내고, 형들과 함께 오징어 춤을 춘다. 고정 패널이 된 <엠넷 와이드 연예 뉴스>에서는 천송이의 목화 커피 셀피를 흉내 내기도 하여 발군의 예능감을 과시하는 중. 여장, 각종 게임, 못생긴 춤 등 퀴즈만 빼고 뭐든 잘하는 기이한 재능의 소유자다.
저음이 감미로울 목소리
데뷔 초기엔 래퍼 겸 보컬이라는 애매한 위치였지만 본인도 최근 인터뷰에서 정했듯이 노래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 아이돌은 소위 종합 예술인에 가깝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본은 가수로서의 실력. 라디오에서 김동률의 ‘오래된 래’를 불렀을 때는 땅 밑에 광맥처럼 묻힌 (물론 파내려면 굴착기 같은 노력이 좀 필요하지만) 가창력이 감지됐다. 말할 때나 고음에서는 아직도 소년의 된 목소리가 남아 있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저음을 들으면 앞으로 5년 에 그가 어떤 남자가 될지 상상하게 된다. 남자는 시작할 땐 눈으로 들어오지만, 결국은 귀에 붙어야 오래 남는 법.
막내 애교, 종이 남친의 실사화
가 어울리는 소년이면서, 5월 2일 생일이 지났으니 좋아한다고 해도 대단한 책감은 없는 청년이다. 커다란 키로 형들에게 ‘앵겨서’ 막내 애교를 적극적으로 부리다가도, 리얼리티 쇼의 실험 카메라 중 팬들이 쫓아오자 작가 누나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심쿵’하게 하는 어른 남자 매력도 보인다. 순정만화든 명랑만화든 종이 남친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지. 게다가 그의 가능성은 현재에만 멈춰 있는 게 아니다. 투니버스의 키즈 버라이어티 <난감스쿨>에 출연했을 땐 초등학생들까지 정복했으니 미래 초통령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유망주. 나중에 “저 귀여운 애가 어디서 나왔지?”라고 하지 말고, 지금 그를 눈여겨보라. 훈남 레이더가 있는 분들의 선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 박현주(번역가)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 HONG SEUNG 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