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결산, ‘K-POP’편

권은경, 전여울

올 한 해를 돌아보며 K팝에 던진 10개의 질문과 시선들. K팝을 둘러싼 진단 혹은 사담의 줄타기에서 2023년의 삼라만상이 고개를 내밀었다.

1. 올해의 가장 영리한 뮤지션 혹은 소속사는?

임희윤(대중음악 평론가) 어도어.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를 아이폰 15 프로로 촬영하고, 그 비하인드를 아이폰 15 프로 광고로 보여줬으며,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서도 그 ‘아이폰 세계관’을 이어갔다. ‘ETA’ 뮤직비디오는 아무리 봐도 넷플릭스나 HBO의 미국 청춘물을 닮았다. 더욱이 ‘네 남자 친구 바람피우는 것 같아. 너 언제 와’ 하는 2인칭을 향한 서사는 아이폰의 화상 통화를 액자로 씌운 영상 형식과 꼭 맞아떨어졌다. 데뷔 이후 바로 ‘대세’로 올라서면서 뉴진스에게는 수많은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졌을 것이다. 취사선택의 안목이 돋보인다. 아이폰부터 빼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젊은 세대의 욕망을 대변하고 광고했다. 몇 없는 인터뷰조차 레거시 미디어 중의 레거시 미디어라고 할 KBS 1TV <뉴스 9>과 한 것마저 절묘하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정국. BTS의 메인 보컬이자 황금 막내. 보통이라면 그 역할값과 수식어만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지 모르지만 정국은 당연하게도 그 너머를 꿈꿨다. 멤버들의 다채로운 솔로 활동으로 차곡차곡 채워진 BTS 2막의 마지막 퍼즐인 그는 자신을 대표하는 단어 ‘Golden’을 꺼내 들고 세계를 겨눴다. 스타일과 사운드 질감, 정서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팝의 황금기를 여러 각도로 재조명한 앨범은 국적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세계적인 팝스타를 꿈꾸는 젊은 아티스트의 야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섹시한 데뷔작이다.

스큅(음악 칼럼니스트) 에스파. 연초 소란스러웠던 SM 경영권 분쟁에서 카카오가 하이브에 승리하며 창립자 이수만과 프로듀서 유영진이 SM을 떠난 것은 적어도 에스파에게만큼은 절체절명의 위기였을 것이다. 에스파는 SM에서 이수만과 유영진의 색채가 가장 강하게 녹아든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과중한 세계관 설정을 벗어던지며 음악적으로는 에스파의 공격적인 사운드를 이어가는 ‘Spicy’로 그룹을 성공적으로 환기했다. 11월 컴백작에서는 다시금 독보적인 비장미를 보여주고 세계관과의 연결고리도 회복했다. 버릴 것과 취할 것, 버릴 때와 취할 때를 영리하게 골라냈다.

2. 생각보다 빛을 보지 못한, 저평가된 우량주와 같은 가수는?

임희윤 임영웅, 이라고 말하면 우스갯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흰소리로 들릴 리스크를 떠안으며 말해본다. 우선 11월 서울 콘서트를 직관했다. U2를 방불케 하는 대형 스크린, 불시착한 우주선을 형상화한 360도 무대, EDM 팝 ‘Do or Die’와 레게 힙합 ‘A bientot’로 열어젖힌 공연. 베이비붐 세대만 보기에는 아까운 고품질 콘서트였다. 지난해 11월 첫 자작곡 ‘London Boy’에서 니브(NIve)와 공동 작곡하고 편곡을 홍갑에 맡기며 모던 록을 선보인 임영웅이다. 창작 집단 ‘153/Joombas’와 함께한 올해 신곡 ‘Do or Die’는 앨런 워커가 만들고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의 지축을 울렸다고 해도 믿을 만한 일렉트로닉 팝이었다. 특정 세대의 아이콘에 머물기에는 임영웅이 지닌 음악적 스펙트럼과 욕심, 그것을 뒷받침하는 역량이 차고 넘친다. 멜론 차트를 불현듯 도배한 그는 트로트 가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젊은 세대 사이에 분명히 저평가돼 있다.

김윤하 힙노시스테라피. 래퍼 짱유와 프로듀서 제이플로우가 힘을 합친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힙합 듀오. 그룹 히피는 집시였다, 와비사비룸으로 인정받아온 제이플로우 특유의 신뢰도 높은 딴딴한 비트와 짱유의 파괴적인 래핑 및 퍼포먼스가 만나 대폭발을 일으켰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힙노시스테라피보다 좋은 음악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만큼 미쳐 있는 음악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스큅 나인아이. 작년 데뷔한 10인조 보이그룹으로, 멤버 반의 주도로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팀이다. 다소 설익은 듯 풋풋한 감성이 눈에 띄었는데, 올해 발매한 앨범에서 잠재력이 한껏 발휘된 것 같다. 앨범을 듣는 내내 지오디, 인피니트, 온앤오프 등 가요적인 서정성으로 사랑받은 그룹들이 떠올랐다. 트렌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 지지하고 싶기도 하다.

3. 올해 데뷔한 K팝 그룹 중 한 팀을 골라 한마디 제언한다면?

임희윤 라이즈. 데뷔곡 ‘Get A Guitar’를 듣고 놀랐다. 가상 악기와 AI 보이스의 시대에 저 무겁고 20세기스러운 전기기타를 들라는 청유라니.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스타일이되 사이다를 끼얹어 청량감을 더한 후 3분의 1 길이로 압축한 듯한 이들의 데뷔곡은 전성기 샤이니의 2023년판 재림을 보는 듯했다. 게다가 후속곡 ‘Talk Saxy’에서 보여준, 제목만큼이나 악기의 질감을 바삭바삭하게 잡아낸 편곡과 중독적 후크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후렴구는 또 어땠나. 다만, 그 후크가 문제라면 문제일 거다. 추후 발표할 곡에선 대중성을 조금만 올려주면 어떨지.

김윤하 피네이션 소속의 구 TNX. 현 더 뉴 식스. 사람들은 뭔가 예상대로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쉽게 운명이나, 타이밍, 이름 탓을 하곤 한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자. 이 모든 게 과연 이름 탓일까? 비단 더 뉴식스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스큅 올해 좋은 만큼 아쉬움도 컸던 그룹이 트리플에스다. 음악과 콘셉트는 인상적이지만 그룹의 시스템에 끊임없이 의문이 든다. 일회성 유닛들과 그에 따른 새로운 멤버를 계속 발표하는데, 멤버들이 그저 무작위로, 소모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거듭된 활동을 통해 멤버 개개인을 성장시키고 대중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도가 전혀 읽히지 않는다. K팝에서 성공의 키는 결국 퍼포머 개개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닐지.

4. BTS의 위상에 맞서는 K팝 그룹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 만할까?

임희윤 뉴진스. 올해도 뉴진스가 날린 솜털 강펀치에 K팝계는 휘청댔다. 뉴진스 이후 K팝의 청각적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마저 감지된다. 해외 반응도 심상치 않다. 물론 걸그룹의 팬덤 결집력이 보이그룹보다는 약하다는 K팝계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뉴진스가 전 세계 가수 중 유튜브 구독자 1위를 자랑하는 블랙핑크의 아성까지 무너뜨릴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블랙핑크는 휘청대고, 보이그룹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경천동지할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들은 아직 없다. 내수 시장을 접수한 뉴진스는 갈수록 본토 ‘멜론 차트’와 동기화하고 있는 해외 K팝 팬들의 눈과 마음에 이미 들어갔다. BTS가 ‘Dynamite’로 뚫어낸 현지의 보편 감성에 날릴, 또 다른 강펀치를 준비할 때다.

김윤하 뉴진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BTS가 걸어온 길이나 그들이 한국 대중음악계, 나아가 세계 팝 시장에서 가진 위상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한국 아티스트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BTS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기준에서 보자면 뉴진스가 현재 가장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큅 뉴진스. 어쩌면 이미 그 위상에 준하는 수준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연초 ‘Ditto’와 ’OMG’는 해외 프로모션 없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고, 7월 발매된 EP 은 빌보드 200 차트 핫 데뷔가 예상되던 영화 〈바비>의 OST 앨범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연말까지 100위 안에 머무르고 있다. 8월 미국 데뷔 무대였던 시카고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서도 굉장한 관객 동원력을 보였다.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범대중적인 어필에 기댄 결과로 보인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5. 가장 인상적으로 보고 들은 올해의 솔로 뮤지션은?

임희윤 우즈. ‘Get A Guitar’라는 청유는 라이즈가 우즈에게 한 말일까. 애당초 록적인 음악 세계를 맘껏 펼치던 우즈가 결국 10월 단독 콘서트에 기타를 직접 메고 나와 연주했다. 베드룸 팝의 헐겁고 몽환적인 감각부터 복고풍 얼터너티브 록의 거칠고 염세적인 느낌까지. 4월 발표한 앨범를 통해 우즈는 다시 한번 아이돌 출신 가운데 가장 자기 색 강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임을 입증했다. 우즈는 임영웅과 지상 목표를 공유한다. 팬덤 밖으로, 세상 밖으로 더 뜨겁게 진군하기.

김윤하 전소미. EP 을 들으며 ‘이게 이제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프로듀스 101>, 아니 <식스틴>부터 전소미를 봐온 사람이라면 그가 ‘잘한다’는 사실에 누구도 의문을 가질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을 터다. 화려한 조명은 애초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누구도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을 뿐이다. 귀여운 스웨그가 돋보이는 첫 곡 ‘금금금’에서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한 테크토닉 유행을 다시 부른 타이틀곡 ‘Fast Forward’, 센스 만점 자작곡 ‘자두’까지 이제야 전소미의 넘치는 재능에 불이 붙었다. 겨우 붙은 이 불이 제발 꺼지지 않게 계속 장작이 추가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스큅 나띠. 길거리 아티스트의 오디션기를 그린 ‘Sugarcoat’ 뮤직비디오의 설정은 다소 예스러웠지만, 그것이 다름 아닌 나띠이기에 설득력을 갖는 부분이 컸다. 2015년 <식스틴>, 2017년 <아이 돌학교>, 2020년 짧은 솔로 활동기에 이르기까지. 어린 나이부터 타지에서 오로지 재능 넘치는 육신 하나로 여러 난관을 돌파해온 그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8년 만에 최종 데뷔를 해내며 기지개를 켜는 순간, 오로지 “날 위한 춤”으로 무대 위 자유를 만끽하는 ‘Sugarcoat’의 퍼포먼스는 너무도 시의적절했고 짜릿했다. 부단히 갈고닦은 유려하고도 파워풀한 보컬과 춤에서는 ‘Moto’를 부르던 보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6. 13년의 여정을 마친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두고두고 꺼내 보고픈 무대를 소개한다면?

임희윤 2019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무대. 꼭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할 때 내가 추천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 영상을 브라이언 이노가 보고 콜드플레이에게 추천해줬다는 뒷이야기에 나 혼자 뿌듯해서 그런 건 아니고… 우리 전통예술의 둥글게 곡선적인 흐름과 시김새를 포스트펑크의 스타카토, ‘직각 댄스’의 선분들로 치환해낸 저 무대는 시청각적 혁명이었으니까.

김윤하 개인적으로는 2014년 진행한 ‘한국의 일렉트로닉’ 특집을 꼭 추천하고 싶다. 전자음악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전자음악, 특히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가들은 여전히 마이너의 마이너 취급을 받기 일쑤다. 타마 로즈, 하임, 사람12사람, 커널스트립 등 독자적 음악 세계를 구축한 좋은 음악가들의 양질의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역시 전자음악가 키라라의 영상도 꼭 체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라이브에 맞춰 정성스럽게 제작된 백그라운드 영상 덕에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 모두를 충족시키는 영상이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직접 촬영을 진행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이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국 재즈계의 대모 박성연의 라이브도 추천한다. 추천만으로 이 지면을 다 채워도 아깝지 않 은콘텐츠 플랫폼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큅 역사가 오래된 만큼 예전, 특히 리부트 이전 시기의 영상을 찾아보면 지금은 빅 네임이 된 아티스트들이 막 알을 깨고 나오던 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2013년 선우정아의 ‘Workaholic’과 2016년 실리카겔의 ‘9’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더불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이날치는 물론, 블랙 스트링, 상자루, TAAL 등 온스테이지가 꾸준히 조명해온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꼽고 싶다.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에게 상징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 사라진다니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7. 기획사 대표나 프로듀서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면?

임희윤 JYP엔터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에게. 니쥬인가요, 있지인가요, 비춰인가요, 골든걸스인가요, (아, 맞다.) 엔믹스인가요.

김윤하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게. 최근 미디어를 통해 ‘K팝에서 K를 떼야 산다’거나 ‘라이트 팬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발언 취지에는 깊이 동의하지만 동시에 아직 ‘K란 무엇인가’나 ‘코어 팬’을 제물 삼아 유지되고 있는 왜곡된 산업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에 대한 충분한 자성 없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스큅 SM엔터 이성수 최고 A&R책임자에게, 나이비스는 정말로 데뷔하나요?

8. 올해 K팝계에 일어난 인상적인 사건 세 가지를 꼽자면?

임희윤 SM 인수전, 피프티 피프티 사태, 임영웅 신드롬(의 지속과 확장).

김윤하 카카오와 하이브가 동시에 뛰어든 SM 인수 사태로 인한 K팝 산업의 지각 변동, 피프티 피프티의 물거품 같은 성공과 몰락, 신인 보이그룹 데뷔 러시.

스큅 첫째, 뉴진스와 피프티 피프티의 부상. 코어 팬덤의 결집을 넘어선 범대중적인 접근법으로 글로벌한 주목도를 끌어냈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돌 ‘4세대’ 그다음을 넘어다보게 되는 하나의 분기점으로까지 느껴진다. 둘째, 블랙핑크의 코첼라 헤드라이닝. 쉽게 간과되는 K팝이 뚫기 어려운 벽 중 하나가 해외 페스티벌 무대라고 생각한다. K팝이 라이브 퍼포먼스보다는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에 보다 특화된 부분이 많기도 하고,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악한 것으로 곧잘 치부되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이 벽을 아주 보기 좋게 깨부쉈다. 셋째, 신인 보이그룹의 약진. 작년까지 신예 걸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 반면 신인 보이그룹은 몇 년째 침체기였는데, 올해는 유독 신인 보이그룹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특히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등 날이 선 절도보다는 가벼움과 산뜻함을 내세운 그룹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9. 지금이 뉴진스의 커리어 하이일까? 이들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임희윤 어쩌면 지금이 커리어 하이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솔직히 가끔 든다. 너무 무서운 속도로 ‘온세뉴(온 세상이 뉴진스)’가 돼버려서. 계속, 또는 더 잘 되려면 결국엔 기본, 즉 음악이다. 계속해 새롭고 계속해 다르고 계속해 힙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세계 대중음악사가 보여준다. 프로듀서의 다변화, 지속 가능한 A&R 팀의 구축, 그리고 그것들마저도 뛰어넘는 음악적 ‘엑스 팩터’의 꾸준한 발굴만이 답이다.

김윤하 커리어 하이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소 실험적 구성이었던 EP 으로 전작에 이어 좋은 반응을 얻었고, 1년 사이 발표한 두 장의 앨범과 한 장의 싱글을 발판으로 해외 대형 음악 페스티벌 메인 무대도 너끈히 소화할 만한 라이브 셋을 갓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기존의 K팝 문법과 다른 개성 있는 음악으로 전문가와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끌어낸 그룹이니만큼 앞으로도 뉴진스만의 독창적인 음악과 팀 컬러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결국 이 팀의 미래를 좌우하는 키포인트이지 않을까?

스큅 뉴진스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페스티벌과 같은 대형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롤라팔루자 무대와 여러 시상식 퍼포먼스로 이미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 듯하다. 이미 글로벌한 주목도를 얻은 만큼, 지금과 같은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계속 선보이기만 한다면 상승세는 쭉 이어지지 않을까.

10.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란 이름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가 있을까?

임희윤 역시 치킨도, 인생도 반반이 진리. 빛이 있으면 어둠이, 성공이 있으면 시련이 있다. 그런데 그 골짜기가 피프티 피프티만큼이나 깊기도 쉽지 않다. 당장 누구도 편들고 싶지 않다. 다만 ‘Cupid’의 후속곡이 진짜 궁금할 뿐이다.

김윤하 관계자이기 전 K팝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어쩔 수 없이 안타까움이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자본 없이는 도전 자체가 어려워진 K팝 시장의 팍팍한 변화 속에서 기적 같은 성공을 이뤄낸 대표 사례로 기쁜 마음의 코멘트를 자주 남긴 터라 더 마음이 쓰였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안이지만, 관련 내용이 처음 기사화된 이래 굳이, 어떻게, 왜라는 의문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스큅 그 내막에 대해 말을 얹기는 조심스러우나, 사람을 상품으로 삼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피프티 피프티란 이름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복귀한 멤버 키나를 중심으로 새 멤버를 선발해 활동을 이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에 프로듀싱 팀 더 기버스, 그리고 보컬 멤버 아란과 시오의 기여도가 컸음을 부정할 수는 없기에 이들 없이도 이전과 같은 활약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Cupid’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기보다 별개의 그룹을 론칭하듯 준비해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사진
COURTESY OF SM, ADOR, BIGHIT MUSIC, MULGOGIMUSIC, KOZ, S2, EDAM, THE BLACK LABEL, ROGER HO FOR LOLLAPALO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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