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으로 구찌 하우스의 상징이 된 홀스빗 엠블럼
한 손에 젤라토를 들고 밀라노 거리를 산책하는 일상적인 풍경처럼 구찌 홀스빗 로퍼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일종의 문화유산이다. 1950년대, 구찌가 맨해튼 이스트 58번가에 위치한 사보이 플라자 호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브랜드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던 시기, 구찌의 창립자이자 아버지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에게 사업을 물려받은 알도 구찌(Aldo Gucci)와 그 형제들은 당시 결혼을 앞둔 미국 예비부부에게 큰 인기를 끈 바스 위준(Bass Weejuns)의 모카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설적인 로퍼를 탄생시켰다.
아몬드 모양 앞코, 블랙 컬러의 가벼운 가죽 소재, 승마에 뿌리를 둔 디테일이 특징인 홀스빗 로퍼는 1953년 출시 이후 이탈리아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고,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더없이 편안하고 우아한 매력에 그 인기는 곧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제인 버킨(Jane Birkin),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리 래지윌(Lee Radziwill) 등 당대 유명인들이 구찌 스토어를 방문하는 파파라치 사진이 공개되며 젯셋(Jet-set)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홀스빗 로퍼의 놀라운 영향력은 매출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드레스 코드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는데, 단적인 예로 1970년대 CIA 국장이었던 조지 H. W. 부시(George H. W. Bush)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십대였던 조디 포스터(Jodie Foster)가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도 홀스빗 로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캐주얼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이 감각적인 디자인은 우아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구찌 하우스를 상징하는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도 홀스빗 엠블럼은 하우스의 장인 정신과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구찌 아카이브를 풍성하게 쌓아가고 있다.
- 포토그래퍼
- 윤송이
- 글
- HORACIO SI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