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벽하게 로맨스 장르를 접수한 양세종에 대하여.
이두나!
“원준아 밥 먹었어?” “원준! 밥 먹자” “우리 뭐 먹을까?” <이두나!>에서 원준(양세종)은 밥은 핑계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두나(수지)를 정색하며 밀어냅니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이런 원준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것 같은 바른 생활 청년인데요. 평범한 대학생으로 공부도 해야 하고 알바도 급합니다.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아이돌 출신 하우스 메이트의 장난스러운 도발에는 철벽을 치고요. 하지만 그 와중에 당혹감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이기적이고 불안정하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아프게 하는 줄만 알았던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는 그 미묘했던 감정이 조금씩 성장해 “후회해, 하루도 후회를 안 한 적이 없어”라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랑꾼으로 거듭나죠.
이 모든 순간 원준의 반응과 태도는 정직하고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이 어수룩함보다는 순수함과 선량함으로 읽히는데요. 눈에 물기가 차오른 원준이 상대방을 쳐다보면 저항할 순간 없이 마음이 함께 아릿해지기도 해요. 양세종의 형형한 눈빛, 담백한 목소리, 이목구비는 흐트러짐 없지만 어떤 감정도 자연스럽게 번지는 그의 얼굴은 원준이라는 캐릭터에 꼭 들어맞습니다. 양세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몰입해 볼 수 있었을까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양세종의 첫 로코작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남긴 즐거움 중 하나는 그의 다채로운 매력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는 열일곱 살 무렵 교통사고로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서리(신혜선)와 잘 나가는 무대 디자이너이지만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우진(양세종)의 코믹하면서도 애틋한 로맨스를 다뤘는데요. 우진이 자신의 집에서 잠든 서리를 조카로 착각해 볼 뽀뽀를 했다가 변태로 몰리게 되는 첫 만남부터 앞으로의 전개와 분위기가 훤하게 그려집니다. 워커홀릭이자 차단남인 우진은 엉뚱 발랄한 서리와 가까워지면서 스스로 처둔 안전망을 뛰쳐나가 다정하고 귀여운 원래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하죠.
그런 배역을 맡은 양세종은 외딴 섬 같은 면모로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허당미라는 빈틈의 매력으로 모두를 무장해제시킨 뒤 섬세한 로맨스 감성으로 모두의 입덕을 유발합니다. 밉지 않은 까칠함, 의외의 귀여움, 비밀스러운 사연, 애달픈 순정 등 현실의 남자가 갖추기 힘든 매력과 개성을 모두 장착하고 이를 능란하게 구현해 내는데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이후 양세종이 신흥 로코 장인으로 등극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사랑의 온도
“뭐해?를 다른 말로 하면 뭔지 알아? 보고 싶어. 왜 나한테 뭐 하냐고 안 물어봐?” “진작 가르쳐주지. 그럼 했어”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양세종은 직진 연하남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에 훅 들어왔어요. 드라마 작가 지망생 현수(서현진)와 여섯 살 어린 셰프 정선(양세종)이 운명과 선택의 페이지 위에 써 내려간 사랑의 역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간질간질 했는데요. “타이밍에 지지 않으려면 계속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는 정선은 사랑 앞에서 밀당을 모르고 자신의 마음을 툭 내미는가 하면 “피해, 싫으면”이라고 예고한 뒤 입을 맞추는 등 가식 없고 솔직한 매력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무엇보다 양세종은 말간 얼굴, 차분한 목소리 때문인지 흔히 봐 왔던 직진남들과는 결이 좀 달랐어요. 또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여운을 남겼는데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랑의 온도>를 봤던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양세종이 로맨스 장르의 새로운 챕터라는 것을 말이죠.
- 사진
- Netflix, SBS, 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