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시작한 여정이 까르누에서 끝났다. 60주년을 맞은 딥티크 캔들, 그 안에 담긴 비밀스럽고 향기로운 스토리를 공유한다
칙, 성냥을 그어 향초에 불을 켠다. 가스라이터도, 캔들 워머도 있지만 성냥을 써야 제맛이 난다. 아스라이 퍼지는 향을 느끼며 일렁이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고요해진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향초의 명가, 딥티크가 올해로 센티드 캔들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딥티크의 장인 정신과 향초 제조 기법을 소개하는 자리에 <더블유 코리아>가 초대됐다.
“이브 쿠에랑(Yves Coueslant)과 데스먼드 녹스 리트(Desmond Knox-Leet), 크리스티안 몽타드르 고트로(Christiane Montadre-Gautrot) 이 세 친구는 여행과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이곳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딥티크 부티크를 열고 패브릭과 동화책, 그릇 등 세계 곳곳에서 수집하거나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했죠. 그러다 내추럴한 향의 포푸리가 인기를 끌자 감각적인 향과 아름다운 디자인의 향초를 만들어 판매했고, 그 제품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수십 년간 딥티크 아카이브를 담당한 브랜드 헤리티지 매니저 엘리자베스 부쉐론(Elisabeth Boucheron)은 창립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티크에서 유구한 역사를 품은 오브제를 설명했다.
이어 도착한 장소는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 구불구불한 흙길 끝에 자리한 별장에서 ‘도 손’, ‘오 로즈‘와 같은 전설의 향수를 만든 조향사이자 ‘더 노우즈(The Nose)’로 불리는 파브리스 펠레그린(Fabrice Pellegrin)을 만났다. “딥티크의 향이 특정 장소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건 조향이 스토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도손’은 창립자 중 한 명인 이브 쿠에랑의 유년 시절, 잠을 재워주던 어머니의 귀에 꽂혀 있는 튜베로즈에서 영감을 받았죠.” 파브리스는 정원에 핀 튜베로즈를 따주며 저녁이 되면 향이 더욱 짙어질 거라 말했다. 튜베로즈가 저녁에 채집되는 이유다. “향초의 제작 과정은 향수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불꽃의 열에 의해 향이 퍼지고, 또 그 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돼야 하니까요. 마치 여러 층으로 빌드업(Build-up)되는 건축물 같달까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색소를 추가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딥티크는 원료의 컬러를 그대로 반영해요. 장인 정신과 천연 원료, 높은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죠.” 트렌드가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딥티크는 신제품 제작의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는다. 3년이 걸리든, 6년이 걸리든 만족스러운 향이 완성되면 제품을 출시한다. “공들여 만든 제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딥티크는 항상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조향사를 진심으로 존중하죠. 딥티크에 소속된 조향사가 아님에도 딥티크를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최종 목적지는 까르누(Carnoux)에 위치한 캔들 팩토리.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인 공장 중 하나로 딥티크 캔들 생산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다. “조향사가 만든 퍼퓸에 왁스를 결합하는 것이 우선이죠. 왁스의 종류와 조합 비율, 온도는 향료마다 달라요. 때문에 전혀 예측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공장 설립자인 기옘 루소(Guilhem Rousseau)는 비밀 유지를 위해 촬영을 자제해달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왁스가 연소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기는데, 심지를 타고 올라오는 왁스가 너무 많거나 적으면 향도, 향초도 변질될 수 있어요. 심지 길이와 두께, 간격, 용기 사이즈도 간과할 수 없죠. 심지가 너무 짧으면 불이 금방 꺼지고, 용기가 10도만 기울어져도 촛농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계절은 또 어떤가요?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도 각각의 향료는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테스트를 통과한 원료와 왁스, 심지는 따뜻하게 데운 용기에 담겼고, 이를 식히고, 히터로 표면을 고르게 만들고, 또다시 식히고, 심지를 곧게 세우며, 짧게 커팅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됐다. 고품질의 원료, 장인 정신이 담긴 수작업, 최첨단 화학 기술을 통해 명품 캔들이 탄생했다. 게다가 올해에는 캔들 60주년을 맞아 리필이 가능한 프리미엄 캔들 ‘레 몽드 드 딥티크’도 선보이지 않았나! 딥티크 하면 으레 연상되는 단아한 도자기나 투명한 유리가 아닌 유색의 묵직한 자(Jar)에 담긴 지속 가능한 향은 후각의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향은 일종의 감정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죠. 똑같은 회화나 음악을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느낄 수 있다면 누구든 누릴 수 있습니다. 성별, 나이와 무관하게요.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면면을 담은 향이 각자의 방식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60년 전 개발된 첫 번째 센티드 캔들인 쌉싸래한 향의 ‘떼(Thé)’를 켠 순간, 파브리스의 마지막 인사가 떠올랐다. 제 몸을 태워 향을 퍼트리는 향초 앞에서 우리는 때론 차분해지고, 때론 뜨거워진다. 괜스레 진심을 털어놓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 나지막이 위로를 전하는 향초로 감정을 만져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는 브랜드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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