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제이슨 므라즈부터 풍부한 사운드의 모라씨까지. 선선한 가을, 귀가 호강하는 음반 네 장을 소개한다.
제이슨 므라즈 / <YES!>어쿠스틱 기타와 가벼운 리듬을 중심에 둔 달콤한 멜로디는 여전히 두어 소절만 들어도 므라즈구나, 싶다. 이름만 떠올려도 낙천적인 무드와 경쾌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뮤지션답다. 다만 첫 곡 ‘Long Drive’ 부터 시작해서 ‘Everywhere’ ‘Quiet’ 등 일관되게 이어지며 도드라지는 변화는 풍성한 코러스의 존재감이다. 여성 4인조 포크 밴드인 ‘레이닝 제인’이 프로덕션에 참여하고, 피트 욘이나 쉬앤힘 등의 앨범을 제작한 마이크 모지스를 프로듀서로 영입한 흔적일 듯싶다. 보이즈 투 멘의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부른 트랙도 들을 만하다.
에드 시런 / <X>퍼렐 윌리엄스는 지금 어느 뮤지션이나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지만, 에드 시런과의 협업은 상상하지 못한 조합이다. 그 예상치 못한 조합의 매력적인 결과물이 싱글 ‘Sing’이다. 강한 비트와 플라멩코 스타일의 기타를 중심으로 한 간결한 사운드, 그리고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불렀다고 해도 믿을 듯 소울 넘치는 보컬과 영국 악센트가 감질나는 랩까지. 역시 퍼렐과 작업한 ‘Runaway’ 외에도 ‘Don’t’ 등의 곡에 그루브가 가득하다. 얌전하게 노래 잘하는 어쿠스틱 포크 뮤지션이라 믿었던 에드 시런은 지난 앨범 <+>로부터 확실히 곱셈을 해냈다.
라 루 / <TROUBLE IN PARADISE>복고 신스팝의 유행은 당분간 사그라질 것 같지 않게 거세다. 5 년 만에 반가운 두 번째 앨범을 내놓은 라루 역시 이 물결에 성공적으로 올라탔다. 김연아의 갈라 곡으로도 유명한 싱글 ‘Bulletproof’ 를 포함한 이전 앨범이 세련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색깔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듣기 편한 팝 댄스에 가깝다. ‘Uptight Downtown’ ‘Cruel Sexuality’ ‘Paradise Is You’ 등 비트가 강하지 않으면서 베이스의 쫄깃한 그루브가 살아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틀어놓고 살랑살랑 흔들흔들 기분 좋게 춤출 수 있는 댄스 넘버들이다.
모리씨 /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세계 평화는 상관없는 문제일지라도 모리씨의 이 음반에는 신경을 좀 쓸 필요가 있다. 미리 공개된 싱글 ‘Earth Is The Loneliest Planet’이나 장중한 구성의 ‘Neal Cassady Drops Dead’ 같은 트랙에서는 스패니시 기타와 아코디언, 캐스터네츠 등 독특한 악기 사용이 밴드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세기의 음색이라 할 만한 그의 독특한 보컬이 다양한 발성으로 간드러지는 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유의 냉소적인 정서와 더불어 이 앨범이 주는 확실한 즐거움이다. 스미스 시절이야 건드릴 수 없는 전설이지만, 솔로 전성기였던 ‘Vauxhall and I’의 여운은 충분히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