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는 수지 그 자체다
청춘 로맨스 드라마 <이두나!>가 화제입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7위에 진입했습니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과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의 언뜻 판타지 같지만 현실 멜로를 그린 작품인데요. 원작 웹툰과 크게 다른 결말과 주요 캐릭터의 변경된 설정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지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두나!>를 봤다면, 이견이 있을 수 없죠.
아이돌로 데뷔했던 수지가 두나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옳다구나 했어요. 모범 답안 같은 캐스팅이란 반응이 상당했고, 그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원작 캐릭터가 수지를 참고해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개된 수지와 두나의 싱크로율은 굉장합니다. <이두나!>는 그런 수지의 독보적 매력과 아우라를 한껏 보여주고 치켜드는 데 온 힘을 다하는데요. 수지의 영상 화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군요.
그런 점에서 <이두나!>는 수지의 룩북 모음집이기도 해요. 수지는 셰어하우스에서 조용히 지내는 전직 아이돌 두나의 ‘돈 많은 백수룩’, 원준에게 호기심이 생겨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기 시작한 두나의 데이트룩, 그룹과 솔로 활동 장면 속 아이돌룩 등 다양한 의상과 스타일을 선보이거든요.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러블리한 헤어스타일은 또 어떻고요. 수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선보여 너도나도 따라하게 만든 히메컷으로 두나의 비주얼에 특별함과 차이를 더했습니다.
물론, 수지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전작 <안나>의 열연으로 쏟아지는 호평 속에 배우로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수지는 <이두나!>에서 다시 빛납니다. 설정부터 자신과 찰떡 같은 캐릭터를 맡아 이정효 감독의 말처럼 왜 수지밖에 없었는지, 수지가 아니면 안 됐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요.
평범한 원준과 다른 우주에 살던 두나는 감정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습니다. 자칫 모호하거나 공감이 안 될 수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죠. 그럼에도 수지는 한없이 솔직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저돌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유약하며 바스라질 것처럼 불안한 두나를 섬세하고 견고하게 표현해내요. 캐릭터에 몰입감과 현실성의 숨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죠. 요컨대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뮤지션처럼 수지가 연기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터득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두나!>의 수지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어요. 극 중 두나는 원준과 만나기 전에는 ‘드림스윗’이라는 아이들 그룹의 멤버였고 나중에 솔로로 데뷔해요. 이정효 감독은 과연 노래와 춤과 연기를 누가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수지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수지는 <이두나!>를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 섰을 뿐만 아니라 마냥 자연스러워요. ‘확신의 센터상’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여전한 퍼포먼스와 매력을 마구 뽐냅니다. 댄스 크루 라치카의 리안, 시미즈, 가수 자넷서와 놀랍게도 배우 고아성이 함께한 ‘드림스윗’ 공연 장면은 실제로 일본에서 개최된 ‘K콘’ 현장에서 찍었다고 해요. 미쓰에이 활동 때부터 수지를 좋아하고 지지했던 팬들에게는 앨범을 들춰보듯 선물 같은 장면일 거예요.
<이두나!>는 말그대로 수지에 의한, 수지를 위한 작품입니다. 극 중 두나는 “나한테 반하지 마”라고 말하고 원준은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라고 받아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나와 원준은 “원두 커플”이 됩니다. 반하지 말라고요? <이두나!>에서 수지가 스르르 웃을 때, 툭 말을 걸 때, 소리 없는 바람처럼 고요히 응시할 때 그걸 보고 누가 심장이 쿵쾅쿵쾅 뛰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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