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 적도. 그곳으로 떠난 영화감독 김종관의 기록들.
태국을 들러 인도로, 두바이를 들러 아프리카로 가는 여정이었다. 영상 촬영이 있었고 긴 기간은 아니지만 나름 고단한 스케줄이었다. 적도로만 돌아 마지막 촬영지 아프리카 가나에 도착했다. 짙은 피부색에 인종만 바뀌는 네 번째 나라에 도착하고 아크라라는 수도에서 벗어나기까지 꽤 피곤한 일이 이어졌다. 공항의 입국 심사관은 웃으면서 나에게 아무 이유 없이 20달러를 달라고 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동안 모든 공무원이 다가와서 돈을 목적으로 트집을 잡았다.
수도 아크라를 벗어나서 2시간 거리의 외곽 도시 코포리두아에 자리를 잡기까지 불편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날수록 열대의 과일과 개성 있는 키오스크들, 머리에 과일을 이고 걸어가는 아름다운 흑인 여성의 자태와 아이들의 웃음과 느긋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과 호의를 만났다. 때로는 스쳐가는 풍경으로. 때로는 잠시 머물며 건네는 미소로. 우리는 마지막 날 변화무쌍한 날씨를 뚫고 가나의 비경, 볼타 호수를 만나러 갔다. 글 ∙ 사진 | 김종관(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