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에 어울리는 호러 영화부터 무더운 밤을 식혀줄 음악까지, 뜨거운 계절을 시원하게 즐기게 해줄 방법을 한자리에 모았다.
죽이는 영화들
봄과 가을이 로맨스의 계절이라면 여름에는 역시 호러다.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편집장이자 영화 기자인 김도훈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무더운 밤의 파티에 팝콘을 집어던지며 볼 만한 작품들을 골랐다.
1. 크레이그 길레스피의 <프라이트 나이트>
: 80년대 코미디 호러 <후라이트 나이트>의 리메이크다. 깔깔거리며 뒤로 넘어가다가 한 번씩 콜린 패럴의 벗은 상반신에 침 흘리기 좋다. 여자들만의 파티에도 부담 없을 정도의 공포 지수다.
2. 샘 레이미의 <드랙 미 투 헬>
: 샴페인을 두 잔 정도 마신 뒤에 보면 파티에 참여한 모두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3.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 파티하면서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호러 영화는 고르기 힘들다.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는 이야기니까.
4.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2>
: 파티하면서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호러 영화 속편은 고르기 힘들다. 아, <스크림 3>는 그냥 잊으시라. 1편과 2편이면 충분하다.
5. 제임스 건의 <슬리더>
: 우주에서 떨어진 민달팽이의 습격을 다룬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여름밤 파티에 어울리는 호러 영화다. 단, 해물을 주 메뉴로 한 파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해삼과 멍게는 절대 피하시고.
6. 스티브 마이너의 <할로윈 : H20>
: <스크림>의 작가 케빈 윌리엄슨이 참여한 이 <할로윈>시리즈 최고의 걸작은 함께 소리를 지르며 보기에 딱이다. 게다가 당시 조쉬 하트넷이 얼마나 ‘하트’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야.
뜨거운 문장들
금요일의 끝과 토요일의 시작 사이에서 섹시한 글을 읽는 건 도전해볼 만한 이열치열의 피서법이다. 영화감독 김종관이 여름보다 더 뜨거운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1. 제임스 설터 <어젯밤> 중 ‘방콕’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바스러지고 무너지는 심리의 결들까지 냉정하게 담아낸다.
2.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들 어떤 면에서는 제임스 설터와도 닮은 구석이 있지만, 세이코의 글에는 좀 더 여성적인 감성과 통속적인 재미가 담겨 있다.
3.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악한 본성을 따르던 연인들이 위태로운 희망을 품게 되지만, 끝내는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섹시하고 간결하고 강렬하다.
4. 베르나르 키리니의 단편집 <육식 이야기> 중 ‘밀감’ 온몸이 귤 껍질로 감싸여 있고 그 안에 달콤한 과육을 지닌 신비한 여자와의 하룻밤.
5. 요시다 슈이치의 <동경만경> 인터넷을 통한 낯선 이들의 만남을 소재로 삼아 도시의 공간성을 실감나게 담아낸다. 믿음없는 관계 사이에서 오가는 성적인 에너지가 흥미롭게 읽혔다.
눈을 크게 뜨세요
디자이너 안나 수이는 근사하고 세련된 것들을 감지해내는 탁월한 취향을 지니고 있다. 여행과 파티가 집중되는 여름,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비주얼북의 목록을 그녀에게 부탁했다.
<다이애나 브릴랜드에 관한 메모 : 유행과 함께한 시절> 알렉산더 브릴랜드가 그의 할머니이자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였던 다이애나 브릴랜드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사진가 세실 비튼과 호스트 P. 호스트, 모델 베르슈카, 그리고 디자이너 발렌시아가 등과 교환한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사적인, 지안카를로 지아메티> 발렌티노의 사업 파트너였으며 평생의 연인인 지안카를로 지아메티의 사진집이다. 오리지널 젯셋족의 일상이 여기 있다.
<놀라운 구두 장인 : 구두와 구두 장인에 관한 동화와 전설> 에바 가드너, 마릴린 먼로 같은 스타와 함께했던 구두 장인들, 그리고 페라가모 슈즈.
<로즈 커밍> 한 세기 전의 인물인 로즈 커밍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어 장식가다. 우리 집 거실은 그녀에게 힌트를 얻어서 꾸몄다.
<렌조 몬지아르디노, 스타일의 르네상스 거장> 이 걸출한 장식가에 관한 괜찮은 책이 이제껏 없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백조들 : 젯셋 사회의 전설들> 베이브 팔리, 마렐라 아넬리, 재키 오… 최고의 패션 아이콘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책.
<불가리 세르펜티>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다이아몬드가 박힌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뱀 모양 불가리 시계를 차본 적이 있다. 검은색 에나멜로 만들어진 걸 갖고 싶었는데!
<클로에 : 애티튜드> 칼 라거펠트가 이끌었던 70년대의 클로에를 정말 사랑한다. 기 부르댕의 광고 비주얼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잘 먹고 잘 사는 법
더위에 기운을 빼앗기기 쉬운 계절에는 먹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젠틀맨> 피처 에디터인 박찬용이 입맛과 건강을 모두 북돋아줄 먹거리를 한자리에 모았다.
1.애성회관의 곰탕
관광지화된 하동관의 훌륭한 대안. 살로 우린 국물이라 담백하지만 그 살이 소고기라 무척 진하다. 한 술씩 뜨다 보면 점점 힘이 난다. 가장 중요한 사실, 저녁에도 한다. 북창동에 있다.
2.호수삼계탕의 삼계탕
삼계탕 하나로 주변 건물을 몇 채나 산 지역 거물이다. 곡물을 많이 풀어 국물이 진한 게 특징이다. 덕분에 닭이 한참 동안 뜨끈하다. 아주 크게 썰어주는 오이도 푸르다. 신길동에 있다.
3.밀휘오리의 시저 샐러드
양상추에 치즈를 뿌리고 일본식 반숙 달걀을 하나 올린다. 요리사가 일본인이라서다. 한 입 씹으면 신선한 채소의 물기 먹은 바삭함과 치즈 맛이 입천장까지 퍼진다. 부천 중동에 있다.
4.을지면옥의 물냉면(고춧가루 빼고)
당신은 어디 냉면을 좋아하나? 다 맛있되 다 다르니 세계관이란 건 냉면 취향에서도 드러날지 모른다. 을지면옥은 전체적으로 가장 담백하다. 공구상가 뒤라는 분위기도 좋다.
5.일미락의 삼겹살
탱탱하고 두꺼운 삼겹살, 두꺼운 목살, 싱싱한 생갈빗살, 거기 곁들이는 온갖 발효 음식. 파김치, 씻은 묵은지, 갈치 속젓, 알타리무 장아찌. 먹다 보면 이게 보양이다 싶어진다. 목동에 있다.
6.툭툭 누들타이의 똠얌꿍
환경이 인간의 식성을 만든다. 더운 나라인 태국의 음식은 짜고 시고 맵고 달다. 그 맛이며 냄새가 코와 입을 파고들면 싫어도 정신이 든다. 연남동 툭툭 누들 타이의 것이 맛있다.
여기보단 어딘가에
호사스러운 즐거움으로 가득한 휴양지에 대해 전설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크 그랑게로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거다. 그가 자신이 가본 곳 중에서도 최고로 기억하는 장소들을 되짚어봤다.
: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방콕에 있는 헤리티지 작가들의 스위트 50년대의 여행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이곳의 스파 이야기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이탈리아의 리 갈리 섬(루돌프 누레예프 섬) 전설적인 무용수 겸 안무가였던 누레예프는 1988년에 포지타노 바다 남서쪽에 있는 섬 세 개를 사들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메인 빌라를 수많은 도자기 타일과 시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감성으로 장식했다.
이탈리아의 일 산 피에트로 디 포지타노 호텔 절벽 꼭대기에 있는 테라스에서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 같은 화려함을 체험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티볼리 팔라치오 드 세테아이스 신트라 호텔 18세기의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으로 심장을 뛰게 할 만한 풍경과 근사하게 꾸며진 정원을 갖추고 있다.
태국 푸껫의 나카섬과 로얄 호라이존 풀 빌라 로빈슨 크루소풍 오두막과 바다 위의 환상적인 풀장.
밤과 음악 사이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의 친구 중에는 배우만큼이나 뮤지션이 많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여름밤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물었다. 그렇다면 코폴라가 직접 고른 음악은? 록시 뮤직의 ‘Avalon’이다.
슬라이 벨스 : 줄리 크루즈의 ‘Floating into the Night’
데비 해리 : 니나 시몬의 앨범이면 어떤 것이든.
줄리앙 카사블랑카스 : 밥 말리의 ‘African Herbsman’, 아톰스 포 피스의 ‘Amok’, 베이루트의 ‘The Rip Tide’ 나이프의 ‘Silent Shout’,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의 <Sketches of Spain> 앨범.
다프트펑크 : 잭슨 브라운의 ‘Late for the Sky’
브라이언 페리 : 찰리 파커의 앨범인 <Charlie Parker with Stings>
디안젤로 : 오하이오 플레이어스의 ‘Honey’, 우탱클랜의 앨범 <Enter the Wu-Tang : 36 Chambers>
킴 고든 : 핑크 플로이드의 ‘Apples and Oranges’, 이기 아잘레아의 앨범 <The New Classic>
세바스찬 텔리에 : 아르투르 베로카이의 셀프 타이틀 앨범 <Arthur Verocai>
피닉스 : 지노 파올리의 ‘Il Cielo in una Stanza’, 루치오 바티스티의 ’29 Settembre’, 아드리오노 카넬라노의 ‘Una Festa Sui Prati’
여름의 맛
무더운 밤을 위한 술을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짜릿하게 시원한 수제 맥주가 아닐까. 맥주 애호가 유성관이 여름을 보내기 전 꼭 경험해봐야 할 맛을 다음과 같이 추천했다. 알코올 도수(ABV)와 쓴맛 지수(IBUs)를 함께 표기했으니 선택에 참고할 것.
노스 코스트의 르멀 국내에는 아직 드문 세종(Saison : 벨기에의 여름 맥주)이다. 농주에서 유래한 만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참에 곁들여 막걸리처럼 마셔보자. 도수는 꽤 높지만 톡 쏘는 샴페인처럼 가볍고 청량하다(ABV 7.9%, IBUs 26).
코나의 와일루아 위트 하와이의 코나 브루어리에서 봄, 여름에만 나오는 계절 맥주. 미국식 밀맥주로 열대과일 패션프루트가 첨가되어 있다(ABV 5.4%, IBUs 14.5).
위드머 브라더스의 알케미 페일 에일 첫 맛의 구수함과 뒤에 찾아오는 산뜻한 향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위드머 브라더스가 개발한 알케미 홉이 사용된 맥주(ABV 5.4%, IBUs 40).
코로나도의 아일랜더 IPA 아일랜더 IPA의 병 뒤에는 ‘흔들리는 야자수와 찬란한 해변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얼마나 노골적인 여름 맥주 소개인가. 높은 알코올과 쓴맛 지수에도 후두두 잘게 터지는 탄산이 상쾌하게 입천장을 쏜다(ABV 7%, IBUs 75).
브루독의 펑크 IPA 스코틀랜드의 유명 브루어리, 브루독 월드로 진입하기 위한 입문용이자 동시에 대표 맥주. 기존의 라거와 비교해 이질적이지 않을 만큼 가볍고 깨끗하다. 시트러스, 열대과일과 같은 다양한 홉의 향이 입안에 가득 남을 것이다(ABV 5.6%, IBUs 45).
프리바트브로이어레이 가펠 베커의 가펠 쾰쉬 에일이지만 필스너 스타일이라 할 만큼 라거와 비슷하다. 여름에는 역시 차디찬 맥주인데, 페일 라거 중 고심하다 결국 쾰쉬를 선택했다. 그럼 무엇이 하이트, OB맥주와 다를까? 그것은 숙제(ABV 4.8%, IBUs 25).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Multib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