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에디터의 식생활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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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더블유 에디터가 각기 다른 방식의 새로운 식생활을 체험하고서, 참 만만치 않은 ‘먹고살기’ 에 대해 털어놓았다.

<요리 따윈 필요 없어, 반조리>
공포 영화의 단골 캐릭터 중 하나가 혼자 집을 지키는 남자, 혹은 여자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이 익숙한 상황에 관한 호러 시나리오를 하나 구상해둔 상태다. 한 독신 남성이 부엌으로 향한다. 그리고 문득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냉장고 손잡이를 붙잡으며 가볍게 떨리는 손. 싱싱칸을 열자 그 안에는 한때 고구마나 당근, 혹은 양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다. 공포다! 2편과 3편으로는 3년 묵은 반찬통 뚜껑과 (한여름에) 일주일 지난 음식물 쓰레기통을 여는 싱글남의 서스펜스를 묘사할 예정이다. 이름하여 부패의 제왕 삼부작.

썩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언급한 삼부작은 나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젝트다. 물론 한때는 나 역시 “그냥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전라도식 한정식을 차렸지”나 “5분만 기다려봐. 막걸리에 프랑스식 돼지 뒷다리 요리를 곁들여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따위의 공상과학적인 대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읊어대는 생활을 꿈꾼 적이 있었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냉장고를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꽉꽉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더라도 먹고살 수 있을 만큼 감자를 너무 많이 산 게 문제였다. 주말 내내 찐 감자와 옥수수를 먹었더니 잠꼬대가 강원도 사투리로 나올 것 같았다. 두 달이 지나 냉장고를 확인했다. 공포다!

이후로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몇 차례 겪은 뒤 난 요리 따위 믿지 않는 차갑고 게으른 도시 남자가 됐다. 이미 내게 냉장고는 맥주 보관 창고와 동의어였다. 음식 재료의 절반을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낭비와 흉측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고를 반복하느니 외식을 택하는 쪽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같았다. 하지만 밖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 문득 조강지처를 떠올리는 쉰내 나는 문예물의 난봉꾼처럼 변덕스럽게 집밥이 그리워졌다. 타협 끝에 정착하게 된 건 반조리 식품이다. 나 같은 독신 남녀가 적지는 않은지 최근에는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다. 매번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아니 꽤 자주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을 쇼핑하곤 한다. 나는 소중하니까. 사실 프리미엄이라 해봤자 일반 제품과의 가격 차는 1천원 안팎이다. 요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내 몸에 죄를 짓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값으로 그 정도면 과하진 않다고 본다. 라면 중에서는 풀무원의 생라면 브랜드인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가 먼저 눈에 띈다. 꽃게짬뽕, 백합조개탕면 등은 다소 심심한 맛인데 기분이 좋을 때는 그게 건강한 맛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 출시된 골뱅이비빔면도 괜찮지만 딱 하나를 추천해야 한다면 오징어 짜장을 고르겠다. 캐러멜 색소 대신 오징어 먹물 올리브로 색을 냈고, 무엇보다도 들큼하거나 느끼한 맛이 적다. 삼양식품은 누들 레스토랑 브랜드인 호면당의 대표 메뉴 5개를 라면 형태로 제품화했다. 현재 판매 중인 봉지라면 중 최고가(1천8백원)인 만큼 야식계의 에르메스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양이 모자라면 햇반을 하나 곁들인다. 물론 몸에 좋은 흑미밥이나 발아현미밥으로.

다년간 수많은 즉석 카레를 해치운 입장에서 단언하건대 매일유업의 MCC고베식당과 CJ의 인델리 역시 동네 마트의 샤넬, 혹은 프라다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칼 라거펠트가 검은 옷만 고집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그간 풀무원 납작지짐만두에 충성해오긴 했다(말하고 나니 썩 비슷하지는 않은 느낌이다만).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CJ의 우리밀 왕교자만두, 동원 감자물만두, 해태제과의 이슬먹은 렌지만두의 경쟁 구도는 대어급 신인 아이돌들의 전쟁 같다. 이슬 먹은 렌지만두라니, 청순한 매력으로 허기진 삼촌팬들을 거느리기에 충분한 작명이 아닌가? 레아 세이두와 바네사 파라디가 세제를 사 들고 집들이를 온다면 그날의 메뉴는 청정원 밀푀유 등심돈까스로 하겠다. 슬라이스한 생등심을 5겹으로 튀겨 입체적인 식감을 살린 제품이라던가? 마주 앉아 씹고 있으면 그 옛날 뜨거운 계절을 보냈던 몽마르트르 언덕의 추억… 따위가 생각날 리는 없지만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을 듯하다.

몸에 맞지 않는다면 고가의 재킷도 무용지물이다. 어떤 행복은 그냥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다. 정성스럽게재료를 고르고,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다지고 조리고, 건강한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즐거움도 존중하지만 그 그림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려는 노력은 포기하기로 했다. 집에서 하는 식사는 이런저런 반조리 식품들로 차린 성찬일 때가 많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라도 자랑할 만한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그 그림 안에서 나는 큰 불만이 없다. 에디터 | 정준화

<나에게로의 초대>
만 나이로도 서른을 넘긴 이후, 끼니를 거르면 손이 떨렸다.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삐걱대는 내 몸에 미안해졌다. 그리하여 30대의 나는 매 끼니 아주 맛있거나 혹은 몸에 좋은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는 몸뚱이가 되어버렸다.

비극은 내 몸이 자신이 원하는 섭생을 실천할 수 있을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는 데서 시작됐다. 자고로 이 땅의 성실한 직장인이라면 맛있고 좋은 음식을 찾아 헤맬 시간 따위 없어야 하는 거 아니던가?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엄마랑 같이 살면 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신화를 믿는 듯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안 먹는데도 매일 “밥 먹고 가”라고 권하는 엄마한테 기분 상태에 따라 “괜찮아”, “싫어”, “됐어” 중 하나를 골라 (들리지도 않게) 답하고 집을 나선다. 저녁은 야근이나 철야 혹은 폭식이나 폭음으로 점철되는 날이 허다하다. 그리하여 사무실 책상엔 베이글이나 스콘, 그래도 야채를 섭취해야 하지 않겠나 싶을 땐 샌드위치, 맞다 밀가루가 몸에 안 좋지 생각이 들 땐 삼각김밥, 그래도 야채를 섭취해야 하지 않겠나 싶을 땐 그냥 김밥이 자리한다. 비타민, 물에 녹여 먹는 발포 비타민, 숟가락으로 떠먹는 홍삼정, 입으로 쪽쪽 빨아 먹는 홍삼액의 영역 다툼이 한창인 그 책상 말이다.

어느 날은 ‘이러다 늙거나 병들거나 죽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결국 검색창에 ‘샐러드 배달’을 입력하고 말았다. 삼십 평생 ‘1분이라도 더 자겠다’를 실천해온 아침 거부형 인간으로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는다거나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는 건 애초부터 욕심내지 않았다. 소녀시대 식단이라는 한 끼 1200kcal의 다이어트 도시락을 내세우는 수많은 사이트를 비집고, 채소와 과일을 경기도 광주의 텃밭에서 직접 가꾼다는 ‘데이푸드’를 골라냈다. 솔직히 말하면 레몬디톡스 다이어트를 끝낸 후 데이푸드의 ‘퀵 다이어트 메뉴’를 보식용으로 먹은 후 5kg 감량에 성공했다는 지인의 추천에 솔깃했지만, 소녀시대는 언감생심. 저녁으로 집중되는 식습관을 고치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나 꼭꼭 챙겨보자며, 새벽마다 한 끼용 도시락을 회사로 배달해주는 ‘데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매일 아침 비타민이 가득 들어간 샐러드나 단백질이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를 꼭꼭 씹어 먹고 있으니, 순식간에 몸이 짜잔하고 좋아질 리야 없어도 아침이 정말 아침다웠다.

회원제로 반찬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쥬디의 집밥’에 전화를 건 날은 날이 밝아올 즈음 퇴근하고 눈뜨면 집에 아무도 없는 마감 기간을 앞두고서였다. 잠도 부족한데 밥이라도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지 싶어, 일주일에 두 번씩 1인용 도시락을 집으로 배달받기로 했다. 반찬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만든 즉시 배달해준다는 점도 좋았지만, “재료는 대부분 국산인데 참깨랑 참기름, 들기름은 아니에요. 재료비를 맞추기가 어려워서요”라는 말에 오히려 믿음이 갔다. 1인용으로 충분한 도시락 하나에 5천원. 그 5천원짜리 반찬 도시락 안에 온갖 국산,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걸 알 만한 나이 아닌가. 작은 도시락엔 유채나물, 모둠버섯볶음, 오이무침, 얼갈이된장무침 등의 밑반찬 세 가지와 고기와 생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메인 반찬이 소박하게 담겨 왔다. 만날 먹는 엄마 음식이 그렇듯 먹자마자 ‘우와! 맛있다!’ 하는 맛이 아니라, 먹을 땐 혀에 걸리지 않고 먹고 나선 속에 걸리지 않는 맛이었다.

커피리브레가 ‘장복(장기복용)’ 커피를 신청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언제까지 커피를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매일 아침 각성용으로만 복용해야 하나 싶었을 때 즈음이었다. 장복은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신청하면, 매주 화요일마다 커피리브레에서 추천하는 원두가 집으로 배달되는 형식인데, 아무리 커피리브레에서 그해 수확한 최고의 커피에게 부여하는 칭호라는 CoE(Cup of Excellence)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맛볼 수 있다지만 매번 연남동으로 출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거다 싶었다. 선택권이란 없이 매주 다른 원두가 배달되다 보니, 신기하게도 매주 이 원두는 향이 어떤가 맛이 어떤가 궁금해져 원두를 갈면서도 내리면서도 킁킁대고 혀를 날름거렸다. 맛에 대한 감각 역시 이렇게 훈련에 의해 깨어나는 건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맛집 취재를 함께한 사진가가 이런 제안을 한적이 있다. “미맹 에디터의 맛집 블로그로 대박을 터뜨려보는 건 어때?” 그렇다. 나는 맛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뭘 먹어도 다 맛있었고, 뭘 먹어도 힘이 솟는 20대의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나이는 맛에 대해 한층 까다로워진 기준을 주는 대신, 팔팔한 몸뚱이를 가져가셨다. 결정적으로 게으른 성정은 그대로 두셨다. 혹시 나와 비슷한 괴로움에 처해 있는 동지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부지런하지 못하게 태어난 자신을 자책하지 말기를. 다행스럽게도 우린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이렇게 가만히 앉아 꼬박꼬박 받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으므로. 에디터|김슬기

<어느 마트 중독자의 시장 재활기>
어느 날 요리를 관뒀다. 무슨 대단한 마스터셰프일리도 없고, 내 요리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기는커녕 가족도 부양한 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일기 끼적대던 초등학생의 절필선언이며 동네 통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어쨌거나 꼬물꼬물 음식 해서 스스로를 먹이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지긋지긋 피곤해졌다. 주부였다면 파란만장한 파업이 되었겠지만 싱글이라 다행히 은퇴가 순조로웠다. 일드 <최고의 이혼>에는 ‘둘이 먹으면 식사, 혼자 먹으면 사료’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나는 아마 사료 제조와 공급에 내 역량 이상의 공을 들이는 생활이 지겹거나 버거웠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마트 중독자였다. 금요일 저녁이면 습관적으로 대형 마트에 갔다. 여행 중일 때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더 즐겁듯이, 막상 주말에 다 먹지도 못할 식재료를 골라 담으면서 미리 한가로운 주말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던 것 같다. 혼자 먹을 건데도 이상한 욕심이, 덕용포장의 유혹이 카트를 가득 채웠지만 막상 무거운 짐을 들고 와 냉장고에 정리해 넣고 나면 음식 해 먹을 의욕도 기운도 사라졌다. 늘어져 뻗은 채로, 장 보는 김에 몇 개 집어온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마는 비자발적 1일 1식. 냉장고 속 재료로 이것저것 만들어봐도 결과물이나 재료가 남아서 버리는 양이 더 많을 때(자주였다) 손 큰 여자는 괜한 외로움도 느꼈다. 그리고 한껏 공을 들였지만 내가 한 음식이 밖에서 먹는 것만큼 맛있지 않을때(빈번했다), 그 자괴감과 외로움은 더 깊어졌던것 같다. 몸에 좋고 맛있는 ‘집밥’? 그건 집밥이 아니라 엄마밥이나 그런 거였다.

대형 마트와 요리에 대한 강박의 고리를 끊고 나자 여러모로 홀가분해졌다. 습관적인 마트행을 관두면서 시간과 노력과 돈이 절약되었으며 그 시간과 노력과 돈으로 밖에서 밥을 사 먹었다. 문제는, 언제나 배를 채우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번거롭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인스턴트, 라면을 먹지 않는 것은 자취생의 마지막 자존심. 결국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어 늘어놓는 상차림이 아니더라도, 집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요깃거리는 필요했다. 내가 절충한 대안은 장 보는 식재료의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거의 생식 상태에 가깝게, 한 가지만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바나나에 아몬드 몇 알을 넣고 무첨가 두유랑 같이 간 셰이크, 한 팩씩 포장한 어린잎 채소를 씻어서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 만으로 간한 샐러드, 엄마한테 얻어온 김치와 곁들인 국산콩 두부, 살짝 찐 단호박이나 호박고구마…. 밥과 반찬, 고기 또는 생선, 국과 찌개라는 공식, 굽고 지지고
볶고 무치는 몇첩반상의 강박에서 벗어나니 식생활이 무한정 자유로웠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조금씩 사는 습관이 들면서, 식재료를 구하는 방식도 수확보다는 사냥에 가까워졌다. 마트에서 정기적으로 사들이는 대자립형 소규모 시장을 찾아다니면서 나에게 맞는 아이템을 낚아채 오는 방식. 요리 작가인 차유진이 직접 만든 저장음식을 판매하는 ‘네타스 마켓’은 마치 야금야금 구호품을 얻어오는 친정처럼 활용하는 곳이다. 바질이나 파슬리를 듬뿍 넣은 페스토 소스는 간단하게 파스타를 삶아 비벼 먹기도 하고 닭가슴살이나 삶은 달걀에 얹어 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직접 달여 병으로 파는 생강진액은 탄산수에 희석해 마시거나 뜨거운 우유에 넣어 진저밀크를 만들어 먹는다. 소고기 볶음 고추장, 망고 처트니, 각종 젓갈류 같은 품목도 한 달에 두세 번 열리는 장에 맞춰 그때그때 만들어 팔기 때문에 시판 포장 공산품보다 한결 신선하다. 쌈지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식재료 숍인 ‘농부로부터’는 홍대 매장이 가까워서 가봤는데 각종 곡물류와 건어물, 장아찌 같은 반찬류와 효소액 등을 판다. 품목이 다양하진 않지만 차를 굳이 몰고 가서 주차를 하고 쇼핑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길거리 카페 들어가듯 스윽 방문해 사과 한 알, 두부 한 모 들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학로에서 열리는 ‘마르쉐 혜화’는 ‘농부와 요리사, 아티스트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장터’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이다. 유럽 여행때 왜 우리나라엔 이런 장이 서지 않을까 아쉬웠던, 그런 방식의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버거나 칠리덮밥, 수프 같은 간단한 음식부터 유기농 야채, 사과나 딸기 같은 과일, 강된장, 빵과 쿠키나 초콜릿, 향초며 커피, 앞치마와 꽃까지…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사람들이 갖고 나와서 파는데 무엇보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소박하고 건강하다. 여기서는 유기농 쌈채소와 딸기 효소, 깐 생밤과 사과즙 같은 걸 산다.

마트의 카운터에서 삑! 삑! 바코드로 인식될 때는 식품도 공산품 같았다.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작은 시장에서 직접 기르고 만든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천원 삼천원을 바로 계산하면서는, 누군가 정성 들여 나를 위해 준비해준 무언가를 바로 건네받는 느낌에 충만해진다. 혼자 입으로 들어가는 밥도, 사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요리라 할 만한 요리는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런데 더 잘 먹는다. 잘 사는 것도 같다. 에디터|황선우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황선우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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