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할머니와 큰아버지 그리고 조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떡집 여섯 곳.
1. ‘동방미인’ 꽃송편
언제부턴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음식에는 예외로 적용되는 속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동방미인 꽃송편의 휘황찬란한 모습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 이바지떡으로 잘 알려진 꽃송편은 홍국, 단호박, 자색고구마, 완두콩 등을 이용해 천연색을 입혀 한층 더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빛깔을 뽐낸다. 약 열 가지 다른 모습을 한 꽃송편의 속도 곶감, 녹두, 깨, 견과류 등 각각 다르기 때문에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맛과 모양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는 선물이라면 치를 만한 비용이겠다.
2, 3. ‘떡의미학’ 쇠머리떡, 쑥갠떡
떡의미학은 한 종편 방송에서 ‘착한 떡집’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연희동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떡집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 떡 제조 방식에 기반해 오로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떡은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울타리콩, 옥광밤, 호박고지, 쥐눈이콩, 서리태, 팥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쇠머리떡은 그 모양이 마치 쇠머리 편육을 썰어놓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찹쌀 반, 곡물 반으로 만들어 영양이 풍부해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흔히 ‘개떡’으로 불리는 쑥갠떡은 용문산 쑥을 아끼지 않고 넣었기 때문에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적당히 쌉싸래한 쑥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4, 6. ‘연희떡사랑’ 꽃바람떡, 사과단자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옛 동네 연희동에서 연희떡사랑을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최소 하루 전까지 주문한 예약 손님의 떡을 만들어내기도 벅차지만 일찍 매장에 가면 다양한 떡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연희떡사랑의 특별 메뉴인 사과단자는 한국식 애플파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떡 안을 가득 채운 흰 앙금, 계핏가루와 아삭한 사과의 조화가 훌륭하다. 단자 아래에는 졸인 사과로 만든 붉은 정과를 깔아서 귀여운 사과 모양을 살렸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꽃잎 모양이 보는 눈을 먼저 유혹하는 꽃바람떡은 견과류가 들어간 달콤한 팥과 쫄깃한 떡 때문에 아이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
5. ‘예은병과’ 인절미말이
예은병과 블로그에 들어가면 ‘우리 떡 지킴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오랫동안 전통 떡을 연구해온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구가 출신의 떡집답게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떡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인절미말이는 인절미를 얇게 밀어서 마치 롤케이크를 만들 듯이 그 속을 완두콩과 팥을 채워 넣은 떡이다. 완두와 팥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과 겉에는 부드러운 카스텔라 가루를 듬뿍 올려서 다른 떡과 차별화시킨 점 모두 만족스럽다. 세검정사거리 주변은 조금 낯선 동네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곳의 떡을 맛보기 위해 먼 여정을 감수하고 오는 사람들이 차차 늘어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
7. ‘소담떡방’ 콩영양소담
종로에 떡집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삼청동이 만인의 데이트 코스가 된 이후에는 현대식으로 떡을 재해석한 각종 카페가 앞다퉈 문을 열었다. 소담떡방은 겉멋만 가득한 요즘 떡집의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떡 명장의 이름을 걸고 대를 이어 떡을 연구한다는 신념하에 수제떡방의 고급화에 집중했다. 서양식 호두파이에 맞서는 한국식 호두파이인 콩영양소담은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할 떡이다. 고소한 콩가루를 입힌 찹쌀과 그사이를 호두, 밤콩, 땅콩, 잣으로 채워 달콤함과 다양한 잡곡을 씹는 맛이 일품이다. 단호박소담, 흑미소담, 완두시루 같은 다른 떡도 전혀 달지 않아서 들어간 재료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8. ‘케이디’ 잣박산 (2015년 영업종료)
어설픈 서양식 디저트 카페가 넘쳐나는 가로수길에 한국 궁중식 디저트 전문점이 열린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없어졌다 생겼다를 반복하는 가로수길 가게들을 비웃듯 케이디는 일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가로수길 골목 한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인 잣박산은 가평의 청정 잣만으로 만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다른 강정보다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엄선된 잣을 고집하는 바람에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누린내 없이 깔끔하고 고소한 진짜 잣박산을 맛보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담이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서원기
-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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