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패션, 24SS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

정혜미

Issey Miyake 2024 S/S 컬렉션

이세이 미야케의 사토시 콘도는 인간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브랜드의 창립자인 이세이 미야케의 1998년 SS 컬렉션에 경의를 표하면서, 형태 없는 아름다움과 우연한 예술성에 대한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런웨이 위에 펼쳐놓았다. 컬렉션의 테마는 ‘앰비규어스(Ambiguous)’.

아티스트 요시히사 다나카(Yoshihisa Tanaka)가 일본 전통 와시 페이퍼(washi paper)로 런웨이에 설치 미술을 만들었다. 수백 미터의 종이를 이세이 미야케 고유의 플리츠처럼 주름지게 만들고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만들어 모델이 지나갈 때마다 미묘하게 흔들리고 움직이도록 했는데 요시히사 다나카의 표현을 빌리면 ‘지나가는 사람의 움직임뿐 아니라 그에 따른 기류, 음파, 습도, 심지어는 사람의 감정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라고. 이러한 설치물은 ‘한 조각의 천으로부터 디자인 영감이 시작된다’는 이세이 미야케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공중에 뜬 상태로 펄럭이며 순간순간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종이처럼 사토시 콘도는 찰나의 우연에서 패셔너블한 순간이 포착되길 바랐다.

컬렉션은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을 입은 댄서들의 퍼포먼스로부터 시작해 얼굴을 가리고 양팔을 묶은 모델이 오프닝을 열었다. 하나의 실로 한 벌의 옷을 만들어내는 이세이 미야케의 홀가먼트(Wholegarment) 기술을 응용하여, 우연이 점철된 자연 속의 유기물처럼 고유한 개성을 지닌 옷을 만들어냈다. 이세이 미야케는 와시 페이퍼와 합성 소재를 혼합하여 신축성이 있는 원단을 선보이는 한편 투명한 느낌마저 내는 시스루 니트 드레스와 팬츠 슈트,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플리츠로 만든 숄과 드레스, 어깨와 소매 부분을 XXL 사이즈로 확대한 재킷, 비정형적인 헤드기어 등 디자이너의 환상이 현실과 조우하는 찰나를 런웨이에 풀어놓았다. 무채색을 기본으로 피치, 바이올렛 등 수채화처럼 맑은 파스텔컬러가 아름다웠고, 일몰의 순간에서 영감을 받은 은은한 그러데이션이 생명력을 더했다. 사토시 콘도는 ‘깃발의 물결치는 형태에 끌렸다. 흔들리는 깃발의 휘장은 아름다웠고 거기에는 내가 매혹적이라고 생각하는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무언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세이 미야케는 2024년 SS 컬렉션을 통해 뉴발란스와 최초의 컬래버레이션을 공개했다. 뉴발란스 MT10O 모델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맨발처럼 느낄 정도로 얇은 밑창과 가벼운 무게감이 이세이 미야케의 공기 같은 옷과 잘 어울렸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Issey Miy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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