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한옥 식당 ‘차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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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한옥 식당 ‘차우기’는 늘 꽉 차 있다.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냄새와 이곳에 오는 이들의 기억으로.

차우기는 작은 식당이다. ㄱ 자 모양으로 생긴 한옥의 한쪽 끝에 주방이 있고 한 번 꺾어진 다른 쪽 끝에는 창이 나 있다. 한지를 바른, 전통 문양의 살로 짠 큰 창을 열면 밖으로는 종로 재동의 골목길이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법한 좁은 길은 헌법재판소와 정독도서관 사이 거리로 돌아 나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뭐하는 곳인가 기웃대면, 안에서 밥먹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법한 나지막한 높이로 건물이 앉아 있다. “불편해서 죄송합니다. 한옥이라 그렇습니다.” 화장실에는 주인장이 쓴 메모가 붙어 있고 그 아래는 어느 손님이 답을 해놓았다.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주방장의 손글씨는 화장실의 메모뿐이 아니다. 매일 화이트보드에 메뉴를 새로 쓴다. 그날그날 음식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이다. 그 계절에 좋은 재료를 구해 철에 맞는 메뉴를 정하고, 아침마다 직접 장을 본다. 사실 그렇게 하는 대신에 공급처를 정해두고 대주는 재료를 쓰는 식당이 많다. 여기서는 귀찮은 쪽을 택한 것이다. 박스로 들어오는 식재료 대신에, 주방장이 시장을 한 바퀴 돌면 손에 검은 비닐 봉지가 착착 늘어난다. 그렇게 양손에 한아름 장을 봐서 재동으로 오는 택시를 탄다.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 주방장이 직접 장을 보는 것으로 식당 차우기의 하루는 시작된다. 한옥을 손본 이 아담한 장소에 '레스토랑'이나 '셰프'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하다. 좁은 주방에서 직원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음식을 만들면 그 소리와 냄새가 실내에 가득 차고,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람들은 젓가락으로 요리를 맛본다. 참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아주 소박한 진리, 그 밖의 허세스런 꾸밈은 여기 들어올 틈이 없다.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 주방장이 직접 장을 보는 것으로 식당 차우기의 하루는 시작된다. 한옥을 손본 이 아담한 장소에 ‘레스토랑’이나 ‘셰프’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하다. 좁은 주방에서 직원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음식을 만들면 그 소리와 냄새가 실내에 가득 차고,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람들은 젓가락으로 요리를 맛본다. 참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아주 소박한 진리, 그 밖의 허세스런 꾸밈은 여기 들어올 틈이 없다.

12시부터 점심 시간, 2인용 테이블이 6개 남짓 놓인 실내는 금세 꽉 찬다. 퍽이나 좁은 주방에서 두 사람, 주말에는 세 사람의 장정들이 용케 어깨를 부딪쳐가며 카레를 끓이고 커틀릿을 튀긴다. 챠라락, 부글부글, 탁탁탁탁 하는 소리들이 주방에서 새어나온다. 그러다 뭐가 떨어지면 칼을 놓고 금세 휙 하고 뛰어 나가 달걀 같은 걸 사 들고 오기도 한다. 맹렬한 점심 시간을 치르고 나면 잠깐의 소강. 주방 직원들은 저녁 예약을 확인하거나 하며 쉬는 시간을 보낸다. 식사와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중에 유 일한 휴식 시간이다. 식당 바닥에 온돌이 들어오기 때문에 드러눕거나 눈을 붙일 수 있다.

해질 무렵은 차우기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다. 한옥 기와 너머로 해 그림자가 길어지면 미닫이 문을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저녁 손님들의 얼굴은 대개 상기되어 있다. 맛있는 식사,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눌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탱글탱글하게 익혀 부드러운 고수와 함께 내는 새우 요리, 매콤한 생 와사비와 곁들이는 함박 스테이크, 돼지고기 커틀릿과 함께 나오는 두릅 프라이 같은 음식은 다 젓가락으로 먹는다. 젓가락으로 먹는 양식은 조곤조곤 속삭이는 편한 대화 같다.

좁은 공간에서 양팔을 휘젓거나 긴장해서 칼질이 서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거기에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맥주나 코폴라 와인을 곁들이면 대화가 조금 더 즐거워지고. 주방장 정창욱에게 셰프라는 말은 잘 안 어울린다. 외국의 별 몇 개짜리 레스토랑에서 뭘 하고 왔다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주방과 홀의 거리가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무척 가깝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그걸 먹을 때 뒤에서 지켜보다가, 차가 떨어지거나 하면 순식간에 갖다가 채워주는 엽렵한 사람이다. 작은 식당 차우기에서 좁은 건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표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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