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깨러 갔다가 결국 술 한 잔 더 들이켜게 되는 곳. 시원한 해장국이 있는 서울의 다섯 명소.
1. 무교동 북어국집
메뉴라곤 6천5백원짜리 북엇국 하나다. 북엇국도 뽀얀 사골 국물에 두부, 파, 달걀, 북어를 넣은 게 전부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그 국물이 어찌나 진하고도 개운한지, 새벽부터 손님들이 바글거린다.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부추무침, 오이장아찌 무침모두 맛깔스럽지만, 무엇보다 마시는 즉시 속이 확 풀릴 만큼 깔끔하고 시원한 물김치가 제대로다.
TIP 식성에 따라 북어, 두부 등을 빼고 주문해도 되고, 북어, 두부, 국물을 추가로 주문하면 무료로 리필해준다. 서울 중구 다동 173
2. 창성옥
용문동엔 이른바 3대 해장국집이 있다. 창성옥, 한성옥, 그리고 용문해장국. 모두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큼직한 소뼈, 탱글한 선지, 그리고 우거지로 마무리했다는 점이 특징인데, 일반적으로 한성옥의 국물이 가장 진하고 묵직한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해, 창성옥은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따라서 밥을 말아 먹을 땐, 국물 위에 얹어 나오는 양념을 모두 풀어도 좋다.
TIP 창성옥 메뉴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메뉴는 ‘후라이’. 500원짜리 달걀 프라이를 밥에 얹어 먹으면 하루 종일 속이 든든하다. 서울 용산구 용문동 25-16
3. 완산정
흔히 전주 콩나물 해장국의 종류를 이야기할 때, 밥을 말아내는지 따로 내는지 혹은 달걀을 얹어주는지 따로 주는지에 따라 분류하곤 한다. 완산정은 처음부터 밥을 국물에 만 다음 달걀까지 얹어 내는 완전한 ‘국밥’을 선택했다. 잘게 썬 김치가 풍성하게 들어 있어 깔끔하기보다는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특징인데, 파와 들깨 가루, 새우젓까지 넣어 먹으면 그 감칠맛이 더해진다. 그 어떤 해장국보다 팔팔 끓여 나오는 데다 양이 워낙 많아, 입안도 조심 위장도 조심해야겠다.
TIP 은은한 한약재 향기가 풍기는 모주는 한 잔에 1천5백원. 추운 겨울날엔 뜨끈하게 데워 마시는 것도 모주를 더욱 만끽하는 방법! 서울 관악구 행운동 858-2
4. 청진옥
1937년에 처음 문을 연 청진옥은 피맛골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종로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맛이 절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구수한 된장 국물에 선지, 내포, 양, 콩나물, 우거지, 파 등 꼭 필요한 식재료만 골라 아낌없이 넣고 끓여낸 해장국을 후루룩 넘기고, 유일한 반찬 깍두기를 먹고 나면, 그 단단한 맛에 긴 시간이 배어 있음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TIP 청진옥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한다. 게다가 안주국, 수육, 빈대떡, 동그랑땡 등 안주 메뉴가 풍부해 술 한 잔부터 해장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기에 제격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빌딩 1층
5. 양평신내서울해장국 신사점
고추기름을 넣어 얼큰하게 즐기는 양평해장국을 ‘고유명사’화한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의 서울 직영점이다. 양과 선지, 내포를 푸짐하게 넣고 진득하게 끓여낸 해장국, 선지 대신 대창, 소창, 홍창 등의 내장을 맑은 국물과 함께 즐기는 내장탕, 내장탕에 들어가는 각종 내장에 해장국에 들어가는 콩나물과 우거지를 더한 후 얼큰하게 들이켤 수 있는 해내탕 등 메뉴가 다양해 선지를 꺼리는 사람도 속 시원하게 해장할 수 있다.
TIP 바로 옆집 ‘유명국 양평해장국’ 역시 같은 스타일의 양평해장국을 선보인다. 여전히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직접 비교하며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서울 서초구 잠원동 13-5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