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게 될 이름, 24SS 구찌 컬렉션

명수진

Gucci 2024 S/S 컬렉션

밀라노 도시 곳곳에 버건디 컬러의 배너가 걸리며 구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버건디는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19세기 말 런던 사보이 호텔의 포터로 일할 때 매일 탑승한 직원용 엘리베이터 벽을 보고 영감을 받았던 컬러로 ‘로소 앙코라(Rosso Ancora)’로 명명되며 구찌의 새로운 시그니처 컬러로 뜨고 있다.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는 나폴리 출신으로 디자인 학교인 이스티튜토 세꼴리(Istituto Secoli)를 졸업하고, 프라다, 돌체앤가바나를 거쳐 발렌티노에서 14년 동안 남성 및 여성 총괄 디렉터로 근무했다. 인지도로는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2023년 1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표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지난 5월부터 구찌에 합류하여 차근차근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살펴보며 브랜드의 새로운 비전을 구상해왔다. 그 결과물이 9월 22일 금요일, 밀라노 동쪽 외곽에 있는 구찌 허브(Gucci Hub)에서 공개됐다. 컬렉션은 당초 밀라노에 위치한 예술 대학인 브레라 아카데미(Brera Academy) 인근 거리에서 자유로운 야외 런웨이 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우천 예보로 하루 전날 급히 장소를 실내로 변경했다.

새로운 컬렉션의 테마는 ‘앙코라(ancora)’. 이탈리아어로 ‘다시’와 ‘아직’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영화 <바비(Barbie)> 사운드트랙 감독인 마크 론슨(Mark Ronson)이 선곡한 댄스음악이 흘러나오고 심플한 화이트 탱크톱에 블랙 테일러드 코트와 쇼트 팬츠를 입은 모델 아나 로솔비치가 등장했다. 첫 번째 모델은 많은 의미를 함축했다. 1970년대 구찌에서 선보인 마리나 체인(Marina Chain)을 재해석한 볼드한 골드 체인 네크리스를 비롯해 재키 백, GG 로고 벨트, 호스빗 로퍼 등 구찌의 아카이브가 모던하게 등장한 것! 모델의 뒷모습에서 구찌의 또 하나의 상징이자 유산인 GRG(green-red-green) 더 웹 디테일이 테일러드 코트의 뒤트임에 적용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의 클래식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일상의 옷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전임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였던 맥시멀리즘과 과장된 레이어링을 대폭 걷어내는 대신 90년대 후반 톰 포드 시절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화이트 탱크 톱, 블레이저, 재킷, 카 코트, 베스트, 펜슬스커트 등 에지를 더한 일상의 스타일을 선보였고, 롬퍼, 마이크로 쇼츠, 미니 드레스 같은 60년대 스타일로 착장과 실루엣을 더욱 단순화했다. 한편, 크리스털로 뒤덮은 브라 톱과 베이비돌 드레스, 페이턴트 가죽 스트라이프 셋업, 반짝이는 튜닉, 연두색 코트, 은빛 테슬이 달린 시리즈는 미켈레 시대의 구찌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듯했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첫 번째 구찌 컬렉션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라며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았다. 90년대 신발과 70년대 주얼리를 동시에 볼 수 있지만 현대적이고 대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구찌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 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또 다른 젊은 아티스트들과 나누고자 했다. 밀라노 브레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4인의 젊은 예술가 – 크리스티아노 리조(Cristiano Rizzo), 마르티노 산토리(Martino Santori), 노우라 타페케(Noura Tafeche), 발레리오 엘리오가발로 토리시(Valerio Eliogabalo Torrisi) – 가 밀라노의 문화와 예술을 포착한 작품으로 전시를 열고 이를 아트북 <구찌 프로스페티베(Gucci Prospettive, 구찌의 시선)>의 첫 번째 에디션 밀라노 앙코라(Milano Ancora)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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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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