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빚는다. 후딱 똑같이 찍어내지 않고, 하나하나 천천히 정성스레 빚는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틈바구니에서 오늘도 꿋꿋하게 빵을 빚고 있는 우리 동네 작은 빵집 10곳을 찾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표 빵 한 가지씩만 들고 나왔다.
1. 올드 크로와상 팩토리ㅣ오리지널 크루아상
올드 크로와상 팩토리에선 하루에 두 번, 소량 생산한 크루아상을 오직 당일에만 판매한다. 그 중 오리지널 크루아상은 밀가루와 버터 외에 그 어떤 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크루아상인데, 프랑스 정부에서 인증하는 AOC 버터를 사용해 진하고 고소한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2. 브레드 랩ㅣ홍차 크림빵
어떤 화학 첨가물도 넣지 않은 브레드 랩의 빵은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새하얀 밀가루 반죽에 홍차 잎을 갈아 넣고, 보드라운 우유 크림에 얼그레이를 우려 넣어 만든 홍차 크림빵이라면 손으로 집는 순간 다 해치우게 될 테니 보관 걱정은 안 해도 좋지만 말이다.
3. 브레드05 ㅣ앙버터
주종, 레몬종, 건포도종, 호시노종 그리고 사워종까지 총 다섯 가지의 천연 효모를 직접 만드는 데부터 빵이 완성되기까지 5일이 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브레드 05. 치아바타 안에 통팥으로 너무 달지 않게 만든 팥앙금과 무염 우유 버터를 가득 넣어 만든 앙버터의 고소함과 달콤함은 자꾸 생각날 만큼 중독적이다.
4. 라틀리에 모니크ㅣ파 크루아상
이스트를 극소량만 넣은 반죽을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 숙성시키는 까닭에 맛은 담백하지만, 파, 미숫가루, 들깨, 밤 등 다채로운 재료와 창의적인 생김새로 심심할 새가 없는 빵을 선보이는 라틀리에 모니크. 특히 대파의 단맛에 올리브 오일과 데리야키 소스가 어우러지는 파 크루아상은 라틀리에 모니크만의 별미다.
5. 메종 드 조에ㅣ플레인 스콘
청담동에 위치한 베이커리라 하면 편견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메종 드 조에는 겉모습은 물론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빵 역시 화려하기보다 친근하고 진득한 그야말로 동네 빵집이다. 플레인 스콘이야 이제 특별한 빵이 아니지만, 천연 버터와 생크림을 넣어 입으로 베어무는 순간 따뜻하고 포근해지는 이곳의 플레인 스콘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6. 오븐과 주전자ㅣ우리밀 100% 바게트
12~16시간 정도 장시간 숙성한 반죽을 사용하는 오븐과 주전자의 빵은 맛과 향이 그윽할 뿐만 아니라 소화하기에도 편하다. 제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선한 100% 우리밀에 천일염을 더한 우리밀 100% 바게트는 2천5백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미안할 정도.
7. VAKER107ㅣ107 초코빵
친환경 달걀,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이탈리아 빵인 포카치아를 만들 땐 이탈리아산 밀가루를 , 프랑스 빵인 깜빠뉴를 만들 땐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할 만큼 재료를 선택하는 데 공을 들이는 빵집 VAKER107. 특히 수분을 가득 머금은 식빵에 달콤한 초콜릿을 콕콕 박아 부드럽고 달콤하게 즐기는 107 초코빵이 대표적인 인기 메뉴다.
8. 뺑드빱바ㅣ꼬불꼬불 믹스후르츠
‘아빠가 만들어준 빵’이라는 이름답게 통밀을 직접 제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빵집 뺑드빱바. 유기농 밀 등의 천연 재료를 활용한 식사빵을 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0% 호밀빵 안에 럼에 절인 레몬 껍질과 오렌지 껍질을 넣은 꼬불꼬불 믹스후르츠는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았음에도, 오직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달콤함이 인상적이다.
9. 퍼블리크ㅣ빵 드 퍼블리크
좋은 재료, 철저한 레시피, 정성스러운 공정으로 프랑스 정통 빵을 만들어내면서도, 이름처럼 그 빵을 모든 사람과 편안하게 나누고자 하는 빵 공장 퍼블리크. 어릴 적 동화 속에서만 보던 생김새를 지닌 빵 드 퍼블리크는 프랑스 전통 밀, 통밀, 호밀, 천일염, 직접 만든 천연 효모로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데, 조금씩 뜯어먹다 보면 가장 빵다운 맛을 지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10. 오월의 종 2호점ㅣ사워종으로 만든 100% 호밀빵
이태원 대로변의 오월의 종에 이어, 한남동 주택가에 또 하나의 오월의 종이 문을 열었다. 기존의 오월의 종과 달리, 이곳에선 설탕, 버터, 우유, 계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하드 계열의 빵만 만날 수 있는데 100% 천연 효모로만 만들어진다. 특히 사워종으로 만든 100% 호밀빵은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오직 손으로만 만든 까닭에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럽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서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