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의 신세계

전여울

 치즈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프랑스 치즈 브랜드 ‘르므니에’가 한국에 상륙했다. 르므니에가 초대하는 깊고 다채로운 아티장 치즈의 세계가 여기 있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매장에서 30여 종의 치즈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 맞춰 서울 서래마을에 프랑 스 치즈 브랜드 ‘르므니에’의 한국 지점이 오픈했다. 르므니에는 프랑 스 루아르 지방에서 3대째 이어온 치즈 가문으로, 현재 브랜드를 이 끌고 있는 로돌프 르므니에는 프렌치 오트 가스트로노미를 대표하 는 프로마제로 손꼽힌다. 국내 치즈 및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선 르므 니에의 한국 지점 개장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장인이 전통 방식에 따라 소규모로 생산하는 ‘아티장 치즈’가 생소하고 유통 편의를 위해 공장형으로 생산하는 ‘인더스트리얼 치즈’가 일반적인 국내 시장에 선 아직 르므니에란 이름이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코로나19 이후 국 내 와인 소비량이 급증한 데 반해 여전히 그와 단짝이라 불리는 치즈 는 깊게 발견되지 못한 이곳 풍토에서 르므니에가 오픈하게 된 데에 는 유관문 대표의 도전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사실 저는 오랫동안 캘빈클라인컬렉션의 대표로 지내며 패션계에 몸담아온 사람이었어 요. 대표직을 내려놓고 프랑스에서 거주하던 시절 품질 좋은 치즈를 발견하고는 미처 알지 못한 신세계가 열린 듯했죠. 스위스, 영국 등 지를 돌며 치즈 제조 공부를 했어요. 순전히 젖소를 보려고 노르망디 로 날아갔을 정도였고요. 패션계에 몸담으며 폼이란 폼은 다 잡았는 데, 어느새 제 몸에서 소위 ‘똥 냄새’가 나는 걸 느끼곤 제가 얼마나 치 즈에 진심인지 깨달았죠(웃음).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고요. ‘왜 우리나라에는 좋은 치즈가 없을까?’ 좋은 치즈를 한국에 소 개하자는 단순하고도 강렬한 호기가 어쩌면 르므니에 한국 지점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유관문 대표가 말했다. 

르므니에 한국 지점울 이끄는 유관문 대표.

2007년 프랑스 최고 기능장 MOF로 선정된 로돌프 르므니에는 치 즈의 숙성, 생산, 유통 과정에 있어 5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우 유의 양보다 질을 우선시해 동물 품종을 선택할 것. 둘째, 곡물이 아 닌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소, 양, 염소로부터 우유를 얻을 것. 셋 째, 원유 속 미생물이 치즈를 숙성시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생 우유를 고수할 것. 넷째, 낙농인 자신이 기르는 동물의 원유를 직접 짜서 전통 방식으로 치즈를 만드는 농가의 치즈일 것. 다섯째, 정확 한 숙성 노하우를 가진 장인이 숙성시킨 치즈로 완성할 것. 이러한 철칙을 바탕으로 매년 400여 종의 치즈를 선별해 숙성 및 가공하는 르므니에표 치즈는 전 세계 미쉐린 레스토랑 및 특급 호텔에 납품된 다. “결국 치즈도 와인처럼 ‘테루아’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적의 환경 에서 얻은 최상의 우유로 최고급 치즈가 탄생하는 셈이에요.” 유관문 대표의 말이다. 한편 르므니에는 아로마티제 버터 7종, 플레인 버터 2종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일드레에서 난 최고급 꽃소금을 사용 해 깊이 있는 풍미와 감칠맛이 특징인 이들의 버터는 올해 미국의 식 음료 전문 매체인 <테이스팅 테이블>에서 선정한 ‘최고의 버터 브랜 드 20’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매장에서 30여 종의 치즈를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블랑제리 보리수와 협업한 빵, 치즈 및 버터, 유관문 대표가 엄선해 수입하는 와인 등을 한국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르므니에 한국 지점에서는 치즈 30여 종, 버터 6종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 및 판매되고 있는 ‘콩테’ 치즈는 물 론, 프랑스 랑부예에서 제조한 페르미에 치즈(농가가 직접 사육한 가 축의 젖으로 만든 치즈)인 ‘프티 브리’, 로돌프 르므니에가 한국 시장 을 위해 직접 제조하고 숙성한 ‘갈레 드 퐁트네’ 등이 대표적이다. “특 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셰브르(염소젖 치즈)인 ‘갈레 드 퐁트네’를 추천해요. 외피가 솜털이 수북한 곰팡이로 덮여 있는데, 입에 넣는 순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르므니에 가문의 셰브르 제조 테크닉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제품이에요.” 한편 한국점에서는 파리 의 정통 아티장 블랑제리 ‘보리수’와 협업한 브리오슈, 쿠키 등도 만 날 수 있다. “프랑스 미식에서 기본이 되는 신선 식품인 빵, 버터, 치 즈로 르므니에와 보리수란 두 브랜드가 하나 됨을 보여주고 싶었어 요. 앞으로 아티장 치즈의 대중화에 더 힘쓰고 싶어요. 다가오는 10 월 12일엔 로돌프 르므니에가 직접 내한해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의 총괄 셰프인 미카엘 로빈과 갈라 디너를 펼칠 예정입니다. 10월 8일, 9일 이틀간은 고급 치즈 입문자를 위해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치즈 클래스도 펼치고요. 국내에서도 전통 방식에 따라 소규모로 만든 질 좋은 치즈 문화가 하루빨리 꽃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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