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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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날이 오기를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세 개의 식탁으로 지금 초대합니다.

도미닉

이태원에 새롭게 문을 연 도미닉과 처음 만난 날이라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무턱대고 많이 주문하지 말 것. 처음엔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첫인상 때문에 휘황찬란한 그릇에 음식은 눈물만큼 담아주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겠지만, 사실은 마치 미국의 후덕한 아주머니의 주방에서 나온 것처럼 푸짐한 음식들이 테이블 가득 차려지기 때문이다. 먼저 요즘 유행하는 드라이에이징 방식 대신 웨트에이징 방식을 고수한 스테이크는 부드럽기보다는 고기 특유의 씹는 맛이 오롯이 느껴지는 편인데, 고기 좀 먹는다는 남자여야 해치울 수 있을 만큼 큼직해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 후회가 없다. 작은 사이즈의 닭을 그대로 펼친 후 통째로 구워내는 로스트 치킨은 물론 가지, 버섯, 아스파라거스 등의 야채를 크게 썰어 구워 낸 베지터블 그릴, 밥보다 버섯이 더 많다 싶을 만큼 큼직한 버섯이 가득 올라간 머쉬룸 리조토 역시 투박하고 진한 생김새와 맛을 지녔다. 특히 모든 메뉴를 서로 다른 식기에 담아 내오는 다채로운 상차림은 이 풍요로운 음식을 나눠 먹는 시간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한강진역과 이태원역의 중간 지점.

올리아

아직은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2월, 식탁에 앉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오는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경리단길에 위치한 올리아가 정답이다. 붉은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식당 안으로 들어가 하얀 식탁보가 정갈하게 깔린 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남산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집처럼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하에 위치한 베이커리에서 하루에 두 번씩 만들어내는 식전 빵부터, 탱탱하게 씹히는 아스파라거스와 관자구이, 딱 적당한 농도의 소스 덕분에 조금 천천히 먹어도 굳지 않는 왕새우 브로콜리 크림 파스타, 마지막으로 참숯으로 구워낸 한우 등심 스테이크까지 김이 솔솔 나는 음식들을 입에 넣으면 창밖은 아직 겨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쉽게 구하기 어려운 탄산수나 미네랄 워터 그리고 술 종류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지하 그로서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니만큼 그 합리적인 가격에 괜스레 마음이 한 번 더 데워질 것이다.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 맞은편 경리단길 내려가는 언덕.

꼴라 메르까토

가로수길에서 고요하고 평온한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건 이미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지만, 톰 크루즈라면 세로수길에 위치한 옅은 노란빛 외관의 4층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건축가 황두진의 설계로 지어진 이 공간의 이름은 ‘에스 플러스’. 지하의 키즈 편집숍부터 시작해 1, 2층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꼴라 메르까토, 3층의 북유럽 가구 갤러리 그리고 4층의 프라이빗한 파티 공간에 이르기까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창밖의 세상과 차단된 듯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썼다. 그중에서도 꼴라 메르까토엔 키조개 관자를 얇게 저민 까르파치오부터 멜론뿐만 아니라 올리브, 구운 야채, 까망베르치즈 말이와 함께 즐기는 프로슈토, 토마토 소스와 달걀을 뜨겁게 끓인 후 바게트에 찍어 먹는 우오바에 이르기까지 마치 여자 마음을 읽은 듯 섬세하고 신선한 요리들이 대기하고 있다. 만약 이토록 아름다운 식사를 오직 연인 혹은 친구들과 오붓하게 즐기고 싶다면, 가로수길 골목 골목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4층의 파티 공간 꼴라 파르티토를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 가로수길 세븐 일레븐 골목으로 들어가 두 블록 지나 왼편.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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