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부엌으로 가게 만든 만화책 속 그 요리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동경식당(東京食堂)
“재수 좋으라고 먹으러 왔어. 내일 장애물 경주에 나가거든. 늘그막에 낳은 애잖아. 아빠가 쉰 다 돼가는 건 우리 집뿐이야. 걱정 마. 젊은이한테는 안 져. 늙은 말의 저력을 보여주겠어.” “그날도 미도리카와 씨는 꼬치튀김에 소스를 듬뿍 뿌렸지. 1인분은 먹고 1인분은 갖고 갔어. 보나마나 오늘 밤 재워두고 아침에 먹으려는 거겠지.” -아베 야로 <심야식당> 중.
한밤중에 찾아가면 솜씨 좋은 마스터가 남아 있는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만화 <심야식당>처럼, 동경식당에는 술 한잔에 곁들이기 좋은 다양한 요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수많은 가짓수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음식 하나하나에 들어간 정성이다. 가게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국물을 우려내는 불을 끈 적이 없어 양념과 조미료 없이도 생선 맛이 살아 있는 수제 오뎅도, 오랜 시간 끓인 사골 육수에 이탈리아 고추인 페페론치노를 곁들여 진하고 매콤한 해물짬뽕탕도 손님 앞에 내어지기까지 여러 번 손이 간다. 겉으론 초라하기까지 했던 마스터의 요리에 위로받았던 <심야식당>의 손님들처럼, 동경식당에서의 술 한잔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바로 그 정성 때문일 것이다.
위치 : 이태원 제일기획 오른편 디 초콜릿 카페 옆 건물 2층
영업시간 : 오후 6시 ~ 새벽 3시 (일요일 휴무)
문의 : 02-793-9003
스가타모리(SUGATAMORI)
“칼솜씨는 속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재료에 맞는 정확한 칼놀림. 그것이 관건이야.” “그날의 기온과 쌀이 마른 정도나 품질로 조금씩 물의 양과 불의 세기를 조정해야지!” -데라사와 다이스케 <미스터 초밥왕> 중.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가 대회를 거치면서 깨달은 것은, 그 어떤 화려한 기술도 좋은 재료와 그 맛을 그대로 살리려는 마음가짐 없이는 최고의 초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스가타모리(생선 모양 그대로 회 뜬 통사시미) 역시 기본에 충실한 일식집이다. 싱싱한 생선살이 묵직하게 씹히는 이곳의 회와 초밥 맛의 비결이라곤, 매일 새벽 산지에서 바로 올라온 싱싱한 물고기를 재료에 맞게 멋 부리지 않고 손질한 것 말고는 별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낫또와 산마를 참치에 올려 먹는 마구로 낫또 산마와 같은 평범하지 않은 메뉴 역시 신선한 재료 없이는 어떤 훌륭한 요리법으로도 제 맛을 낼 수 없다. 무엇보다 중간 단계 없이 산지로부터 직접 가지고 오는 덕분에, 물 좋은 생선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스가타모리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위치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4-2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3시, 오후 5시 ~ 12시 (월요일 휴무)
문의 : 02-3143-1525
신(XIN)
“탕수육만 해도 집집마다 다 다르잖아요. 소스가 투명한 집도 있고, 케첩을 넣어 빨갛기도 하고, 걸쭉하게 하기도 하고, 소스를 따로 주기도 하고, 파인애플을 넣는 집도 있고, 목이버섯이나 죽순이나 오이를 넣기도 하고. 광동식이니 북경식이니 사천식이니 뭐 수도 없이 많죠. 물론 뭘 먹어도 다 맛있지만요.” -조경구 <차이니즈 봉봉클럽> 중.
만화 <차이니즈 봉봉클럽>의 ‘탕수육론’ 에서 하나빠진 게 있다면, 돼지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탕수육을 만드는 중국집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표고버섯은 돼지고기 이상으로 쫄깃쫄깃하다. 중식당 신이 바로 그 집이다. 신에는 이외에도 얼핏 보면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중화요리가 있다. 고춧가루와 말린 고추만으로 간을 한 냉이 짬뽕은 기름이 둥둥 뜨지 않아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켤 수 있고, 직접 콩을 갈아 만든 특제 두부는 간수를 쓰지 않아 더욱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모두 유명 호텔 중식당에서 30년 가까이 총주방장을 지낸 주방장의 공력을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다. 화려한 번화가에 자리 잡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하지 않아도, 좋은 중국집은 다 티가나게 되어 있다.
위치 : 서울 서초구 잠원동 파스텔프라자 1층, 반포역 6번 출구로 나와 100미터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0시
문의 : 02-595-1221
-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김범경, 이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