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에는 서로 다른 매력과 이야기를 지닌 세 명의 셰프가 있다.
엘본 더 테이블(elbon the table)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셰프는 “셰프는 배우”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몸에 꼭 맞는 유니폼을 입고 요리를 한다. 움직일 때마다 손님들의 눈길이 느껴지는 전면 오픈 주방 바로 앞에 그 어느 일식집보다도 긴 바를 마련한 이유 또한 그 때문이다. 덕분에 엘본 더 테이블의 주방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요리사들의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이다. 식탁에 차려지는 화려한 메뉴 또한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숯불에 구운 후 장미로 맛을 낸 젤리, 거품, 캐비아, 크림을 위에 얹은 바닷가재나, 녹차로 반죽한 링귀니를 오리엔탈 크림에 찍어 먹는 소바 파스타를 먹다 보면 오감이 심심할 새가 없다. 그러나 멋을 중요시 여긴다 해서 맛에 소홀한 건 아니다. 오히려 당일 공수하는 식자재나 직접 만든 생면과 빵 등으로 재료의 식감을 한껏 살렸다.
위치: 로수길 끝 스타벅스 지나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영업시간: 오후 12시 ~ 3시, 오후 6시 ~ 12시(월~금), 오후 12시 ~ 밤 12시(토, 일)
문의: 02-547-4100
정식당 안주(Anzu)
뉴코리안 다이닝으로 명성이 자자한 정식당이 도산공원으로 이전한 후, 임정식 셰프는 그 자리에 정식당 안주를 열었다. 한결 소박해진 음식의 겉모습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삭보쌈은 양파장아찌에 곁들인 돼지고기가 전부지만 그 둘의 어울림이 감칠맛난다. 김치찌개 역시 별다른 재료 없이 끓여 냈지만 셰프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 맛 덕분에 꽤나 칼칼하다. 오픈을 준비하던 1월, 직원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미역국을 끓이던 셰프가 남은 미역으로 소스를 만들어 개발했다는 미역빠에야에서는 진한 바다 향과 함께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다. 술 한잔도 빼놓아서는 안 되겠다. 달콤한 향이 나지만 막상 마셔보면 꽤나 알싸한 오디 칵테일 소주, 정식당 대표 메뉴인 당귀아이스크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당귀 막걸리는 이 모든 소박한 안주에 잘 어울린다. 인기 안주 두세 종류를 묶어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점심 메뉴도 놓치지 말 것.
위치: 강남구 신사동 567-28 수정빌딩 1층 원래의 정식당 자리
영업시간: 오후 12시 ~ 3시, 오후 6시 ~ 12시 (월~목), 오후 6시 ~ 새벽 3시(금, 토)
문의: 02-518-4654
듀자미(deux Amis)
듀자미는 아내와 남편이 차린 조그만 카페다. 그저 맛있는 디저트가 좋아 일본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던 부부는, 아내가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하고 그녀의 블로그가 입소문을 타면서 직접 카페를 차리기에 이르렀다. 취미가 직업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지라 부부의 공간 구석구석에서 아직은 아마추어의 향기가 난다. 쇼룸을 채운 케이크의 종류는 예닐곱 개 정도에 불과하고, 손수 꾸미고 있는 공간 역시 다 채워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만들어내는 메뉴는 이윤이 남을까 싶을 만큼 공이 많이든다. 슬라이스 케이크는 여러 번에 걸쳐 시트와 과일을 깔아야 하고, 샌드위치를 위한 치아바타는 두번의 반죽과 두 번의 발효를 기다려야만 한다. 레모네이드 역시 직접 만든 소르베를 위에 얹고 레몬을 갈아 만드느라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든다. 그래도 손이 많이 간 음식들은 배신하는 법이 없어 맛만큼은 절대 아마추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담백하고도 깊다.
위치: 신사역 8번 출구 투썸플레이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 페이퍼가든 가는 길에 패밀리마트 지나서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1시
문의: 02-3443-0030
-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이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