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F/W 시즌 맨즈 컬렉션에서 발견한 관능적이고 섬세한 노출의 순간들
큐티 쇼츠
지나치게 짧거나 러플이 달렸거나. 남자 쇼츠의 공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것들. 각각 비너스의 탄생과 프랑스 낭만 우화에 등장하는 소년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JW앤더슨과 로에베 쇼에는 토끼가 뛰어노는 그림의 쇼츠나 양털이 트리밍된 쇼츠를 입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년들이 잔뜩 등장했다.
드레 나시
심심한 망고 나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죽, 시퀸,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와 프린트가 더해져 남성들의 밤 외출에 손색없도록 드레스업하기 좋은 슬리브리스가 대거 등장했다구. 찌의 시퀸, 로에베의 질 좋은 가죽, 마린 세르의 드레이핑 슬리브리스는 밤을 밝히는 조명 아래 드레스업한 남성의 아름다운 토르소를 맘껏 감상할 기회를 줄 것이다.
맨살의 청춘
속살, 은근함 이런 것 따위 필요 없는 맨살 패션. SNS 홍수 속 과시가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패션이 아닐까. 이너를 생략한 대신 과감함과 자신감을 장착한 프라다, 셀린느, 드리스 반 노튼의 런웨이를 보며 누군가는 대리만족을 느낄 터다.
속옷이 겉옷
겉옷 대신 속옷이 앞장서 진정한 노출의 선봉장이 된 사례. 로고 브리프나 사각 팬티를 넘어 코르셋, 레깅스까지 속에 있어야 할 옷들이 대담하게 밖으로 나왔다. 로에베의 위트 있는 브리프, 레깅스 패션이나 섹시함을 강조한 디스퀘어드의 로고 브리프 패션, 코르셋을 스타일링한 돌체앤가바나까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넘치는 관능의 즐거움!
테일러링의 해체
견고하기만 할 것 같은 테일러링의 해체주의적 접근. 알렉산더 맥퀸처럼 소매를 자르거나, 슈트를 튜브톱처럼 만들거나, 가운데를 컷아웃하거나, 모스키노처럼 가터벨트 방식을 적용해 관능적 터치를
가미하거나 그 면모도 다양하다. 테일러링의 해체는 남성복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은근하게 보여줄게
맨살 대신 은근함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우아함을 접목한 메시 소재에 주목하자. 돌체앤가바나의 아름다운 비즈 장식 톱이나, 디올 맨과 생로랑의 우아한 메시 톱,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섬세한 자수 블라우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젠더리스한 메시 톱 등 쿠튀르식 터치가 가미된 메시는 남자도 이토록 섬세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어깨 플러팅
남녀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된 런웨이에 이번에 등장한 것은 원숄더다. 특히 펜디에서는 해체주의적으로 해석한 셔츠나 원숄더로 만든 고급 니트 등 다채로운 디자인이 등장했고, 젊은 감각으로 해석한 꾸레주의 원숄더 톱이나 건강한 남성미를 강조한 돌체앤가바나와 모스키노의 원숄더가 어깨선의 유혹을 강조했다.
저 깊은 골짜기
이번 시즌 유독 깊이 파인 네크라인. 카디건과 블라우스의 푼 단추뿐만 아니라 네크라인이 배꼽까지 내려간 것도 있다. 주로 단정한 재킷 안에 매치한 이너의 네크라인을 깊이 내려 반전을 보여준 구찌, 가냘픈 생로랑의 모델이 입은 앞이 활짝 열린 드레이핑 블라우스, 말 그대로 라인을 배꼽까지 끌어내린 독특한 아우터를 선보인 로에베까지 네크라인의 변신은 끝이 없다.
하의 실종
더 이상 여자의 전유물이 아닌 하의 실종. 로에베와 JW앤더슨의 런웨이에는 하의를 생략하거나 얇고 작은 브리프를 겨우 걸친 소년들이 등장했다. ‘Less Is More’라는 유명한 격언을 떠올렸다는 앤더슨은 단순해짐으로써 아주 명확한 인상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켄들 제너가 보테가 베네타 하의 실종 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듯 또 어떤 스타가 이 트렌드를 점령할지 기대되는 바이다.
이성애자의 크롭트 톱
퀴어적인 것으로 여겨진 크롭트 톱이 런웨이 곳곳에 출몰하더니, 이성애자 스타들(배드 버니, 제이콥 엘로디 같은) 역시 많은 화보 촬영에서 크롭트 톱을 입기 시작했다. Y2K 매시업을 선보인 디스퀘어드, 육체를 매개로 한 돌체앤가바나의 검은 크롭트 톱들, 셀린느의 로킹한 크롭트 톱 등 겨울의 심심한 이너 대신 스타일링에 관능 한 방울을 보태는 것은 어떨까.
- 패션 에디터
- 이예지